매거진 담파스타

여름처럼 찬란하게 반짝이는 토마토절임 파스타

by 알담


프랑스에서 제가 살던 동네에는 큰 공원이 있었는데, 공원이라고 이름 붙이기 미안할 정도로 울창한 숲이 우거지고 넓은 녹지가 드리워진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몇 번 길을 잃으며 나무 사이로 길게 늘어지는 햇살을 바라보다 보니 완전히 사랑에 빠져 버렸습니다. 날씨 좋을 때 돗자리를 챙겨서 가볍게 피크닉하던 날, 십자로 뻗은 잔잔한 물줄기에 수직으로 길게 솟은 커다란 나무의 가지 끝 일렁이는 나뭇잎을 누워서 하늘과 함께 바라보던 순간이 잊히지가 않습니다.


115367_2869941_1750943273113206537.jpg 여전히 아직도 가장 사랑하는 곳이고요.


프랑스에 가고 난 후에야 여름이 얼마나 찬란한 계절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잎사귀가 햇빛을 담뿍 받으면 터질 듯 통통하게 올라오는 모양새를 알고 계셨나요?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얗게 내리쬐는 햇빛을 흡수해 온갖 채도의 초록빛으로 쪼개지는 식물들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벅찰 때가 잦았습니다. 이파리들의 삶의 정점을 훔쳐보는 것 같아서요.


그렇게 터질 듯한 초록색을 질리도록 만지다 보면 문득, 무의식적으로 빨간색이 입맛을 당깁니다. 그래서 그쯤이면 자연스럽게 토마토가 눈에 걸리게 됩니다. 그 특유의 강렬한 붉은 빛이 여름의 분위기를 가득 껴안고 보석 같이 반짝입니다. 어쩔 땐 여린 주황빛으로, 또 어쩔 땐 쨍쨍한 노란색으로, 그러다 짙푸른 보랏빛 또는 적갈색, 미묘한 녹황빛을 띠기도 하는 토마토들을 손으로 훑다 보면 여름 햇빛이 만들어 낸 조약돌을 구슬 놀이 하듯 굴리는 기분도 듭니다.


그즈음부터 토마토 절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여름의 토마토를 가장 알차게 즐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디서 본 표현인데, 토마토를 토닥토닥 재워 만든다는 말도 재미있다고 느끼고요.


토마토에 칼집을 내서 올리브오일, 식초, 소금, 허브에 마리네이드 해주는 단순한 음식입니다만 각각의 요소들이 어우러져 토마토 과육과 즙과 섞이면 정말이지 여름 햇빛이 혀 위에 올라간 느낌입니다. 하루 동안 잘 자고 난 토마토 절임은 새콤하게 톡 쏘면서도 점점 그 형태가 부드러워지며 녹아내리다가 달큰하게 마무리됩니다. 어떤 재료를 넣는지에 따라 맛의 변주가 다양하게 나뉜다는 점이 특히 재미있는데요. 막 만들고 난 후에는 재료들이 따로 노는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냉장고에서 하루 잘 재우고 나면 각각의 맛들이 동그랗게 서로 뭉치며 조화로운 맛으로 찾아옵니다. 더위에 지칠 때 가장 빠르게 생기를 찾게 도와주는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름엔 무리해서라도 토마토를 집에 많이 들이고는 합니다. 토마토는 절임 말고도 정말 다양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재료니까요. 여름이 지나면 금방 또 겨울이 오고, 이번 여름에 먹는 토마토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항상 욕심을 내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여름을 가득하게 담아낸 토마토 절임에 숏파스타를 말아 내면 그 자체가 바로 여름 파스타인 거죠. 토마토 절임에 오이 큐브나 병아리콩을 같이 섞어주거나, 과카몰레를 한 스쿱 떠 올린다거나, 구운 애호박이나 가지를 올리거나, 부라타를 찢어 곁들이거나, 발사믹 글레이즈를 듬뿍 뿌려준다거나 취향에 맞게 즐기는 방법은 또 얼마나 다양하다구요. 여름을 즐기는 방법의 개수만큼 늘어놓을 수 있는 게 여름 파스타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토마토 본연의 새콤한 풍미는 여름철 입맛을 솔솔 돋워 줍니다. 토마토 절임을 만들어 두면 파스타만 삶아 곁들이면 되니 더운 여름날 불 앞에서 조리하는 시간을 줄여주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정말 여름에 최적화된 타입이랄까요. 담파스타 레터니까 자신있게 여름을 가장 여름답게 즐길 수 있는 파스타라고 단언해 보겠습니다.



[해당 내용은 담파스타 레터의 일부입니다. 원문은 아래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dampasta.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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