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연장이 좋은 목수를 만든다.

그냥노트

by 까칠한 펜촉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한다."

"훌륭한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


사용하는 도구보다 작업자의 실력과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의 명언이다.

그런데, 살아보니 이는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더 짙어진다.


1. 악기 연주의 사례

악기(클래식/전자, 타악/현악, 금관/목관 등 유형과 종류를 망라하여)를 다뤄본 경험자들은 내가 말하는 의미를 금세 이해할 것이다. 훌륭한 음악가일수록 그들에게 맞는(fit) 고가의 좋은 악기를 사용한다. 반드시 고가라 하여 좋은 악기는 아니지만, 좋은 악기일수록 비싼 건 사실이다. 가령, 금관 악기를 예로 들자면 어떤 금속으로 만들어졌는지, 은과 금으로 도금했다면 횟수와 순도는 얼마나 되는지가 좋은 악기의 기준이 된다. 나는 트럼펫 등 금관 악기를 연주한 경험이 있고 저가의 은도금 트럼펫을 갖고 있는데 은도금 횟수나 함량의 차이는 같은 능력의 연주자라도 들리는 소리의 퀄리티 차이를 극명하게 다르다. 때문에, 초심자일지라도 본인의 여건에 따라 가급적 좋은 악기를 경험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2. 생산성 도구의 활용 사례

아래 한글, MS Office 등 사무용 SW 등장은 직장인들의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엄청나게 진일보시켰다. 디지털 전환이 확산되면서 일상의 반복적 업무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가 대체해가고 있고 업무의 기록물은 Data로 변환되어 재활용되며, 일하는 방식은 프로세스 혁신(Process Innvation)을 통해 디지털화된 Work Flow로 바뀌어가고 있다. 업무가 디지털화되면서 이제는 대부분의 업무 영역에서 각자 특화된 디지털 도구(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를 사용한다. 게다가 최근엔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2022년 11월 ChatGPT)으로 디지털 도구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Modernization' 되고 있다. 내가 'Modernization'이란 단어를 영어로 쓴 이유는 인공지능을 활용한다는 것은 더 이상 불확실한 미래지향성을 의미하지 않는 '지금, 현재, 현실 그리고 현재화' 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최근에 등장하는 디지털 도구(인공지능 기능이 적용되지 않는 디지털 도구라 할지라도)들의 특징과 지향점은 '전문가, 숙련자는 더 능숙하게', '비전문가, 비숙련자도 전문가 또는 숙련자 수준으로'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 있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 경험(User eXeperience)이라고 해서 사용자에게 과도한 배움의 노력(Learning Curve)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강요했다가는 사용자의 외면을 받기 십상이다. 거의 모든 디지털 도구들의 목적과 목표가 그러하다 보니 이제는 도구의 사용 용도와 활용도에 따른 기능과 성능의 품질 목표가 더욱 깐깐해진다. 도구는 보다 첨단화되고 다양해지며 특정 사용자 그룹이나 개인 맞춤형 기능에 이르기까지 사용자 친화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젠 서투른 목수라도 이 도구를 손에 쥐면 전문가, 고숙련자로 변화된다. 그렇게 변화시킬 수 없는 도구는 이제 시장에서 더 이상 선택받지 못한다. 이런 환경에서 누가 서투른 목수를 탓하고 폄하하라.


3. 공장 자동화의 사례

(※ '공장 자동화, 스마트 팩토리, 팩토리 오토메이션' 비슷한 용어로 같은 의미 같지만 실은 다르다. 다른 글에서 '스마트 제조 혁신'이란 주제로 정리할 예정이다.)


제조업의 관점에서 보면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한다." 란 명언의 의미와 해석의 근본적 오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언가를 만드는(제조 O, 생산 X) 관점에서 제조업의 기본 요소는 소위 4M이라 부르는 것이 있다. (4M: Man '인력', Machine '설비/장비', Material '재료', Method '공정 프로세스') 서투른 목수가 연장 탓을 한 이유는 결과물(제품 품질)에 대한 핑계일 텐데 4M 관점에서 이 문장에는 Man과 Machine의 일부(공구)만 등장한다. 따라서, 결과물(제품 품질)은 연장의 탓만이 아닌, 연장의 재료(Material) 품질이 원래(원자재)부터 나빴을 경우도 있고, 제품을 만드는 절차와 방법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단순히 Machine(라인, 설비, 장비, 공구 등)의 일부인 '연장(공구)'만 갖고는 품질 결과의 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다.


공장 자동화라 하면 생산/설비의 자동화(예: 컨베이어, 로봇 등)부터 시작해서 제조 과정 전체를 데이터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계획, 재고관리, 공정관리, 품질관리, 물류관리 등의 업무를 각 시스템을 연계하여 End to End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4M 중 Man(Human Resource)를 지능화 관점에서 인공지능의 기능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공장 자동화 관점에서 보면 중소기업 등 기업의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앞선 중요 명언의 사례에 부합할 수 있고, 기업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내 주장과 같이 사람보다는 도구 자체를 문제 시 할 수 있다. 결국, 공장 자동화를 위해 '정보화, 자동화, 지능화'의 수준을 얼마나 갖춰 놨는지 그리고, 그 물리적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일하는 방식(Soft Skill)을 해당 기업이 얼마나 Pairing 하느냐가 관건이란 의미다. (이 부분은 제조업 이해에 대한 허들이 있으니 간단히 예시로 넘어가겠다.)




여하튼, 이젠 좋은 도구가 좋은 품질과 결과물을 만드는데 이를 활용하는 사람의 능력보다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다. 그리고, 인공지능이란 마중물을 맞은 New Normal의 시대에 이는 더 공고해질 것이다. 그러나, 도구가 디지털화, 인공지능화 되고 있으니 도구에게 알아서 맡기자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선택지가 많아졌기에 이제는 내게 맞는(Pairing) 도구를 찾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말하는 것이다.


한 때, 이력서에 OA 활용 능력이 필수란이었던 것처럼 이제는 디지털 도구와 인공지능이 지원되는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역설적으로 도구를 탓할 수 있으려면 도구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는 도구를 탓할 수 있으려면 먼저 그 도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것을 선택하고 Pairing 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도구를 제대로 알아야 비로소 ‘도구 탓’을 할 자격이 생기고, 그때의 ‘탓’은 변명이나 회피가 아니라 개선과 혁신의 출발점이 된다.



- 까칠한 펜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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