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進路)와 인공지능 단상(斷想)

그냥노트

by 까칠한 펜촉

인공지능이란 키워드는 2000년 1월에 IT 업계에 몸 담으면서부터 시나브로 다른 모습으로, 다른 필요로, 다른 문제로, 다른 기회로 늘 익숙하게 접했던 단어입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국민학교 5학년 때 386 컴퓨터를 산 친구 집에서 "컴퓨터에게 OOO이 누굴 좋아하는지 물어봐죠."라고 부탁했던, 지금 생각하면 우습고도 순박했지만 '컴퓨터 = 인공지능(무엇이든 알고 있는 초지능)'이라는 개념(혹은 기대)을 가졌던 듯싶습니다.


2005~6년 즈음 검색회사에 다닐 때, 블로그로 대변되는 UCC(User Created Contents)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온톨로지(Ontology) 기반의 시멘틱(Semantic) 검색이 검색 서비스의 될 거라며 업계가 들썩였습니다. 시멘틱 검색의 핵심은 검색자의 의도(Intention)에 따른 검색 결과 제공인데,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양과 질로 축적된 사용자 데이터(User Data)가 필요했고, 사용자 데이터라 하면 단순히 사용 간에 누적된 Log Data가 아닌 다양한 속성 데이터(Meta Data)로의 확장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태생적 속성, 부여된 속성, 축적된 속성이라 세계 경제 협력기구(WEF)에서는 정의합니다. 2005년으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으로 보면 시멘틱 검색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LLM + RAG' 기술로 어느 정도 실현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온톨로지 기술은 미국의 '팔란티어'를 제외하면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있지만 어쨌든 20여 년 전 검색 업계에서 '검색의 미래'라고 했던 시멘틱 검색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의도치 않았던 방향으로 진화되었죠. 마치 국민학교 시절 기대했던 컴퓨터의 모습으로 말입니다.


얼마 전에 샘 올트먼의 인터뷰를 봤습니다.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변할 것 같냐는 질문에 "이제는 감히 누구도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답변과 함께 확실한 건, 인공지능으로 인해 직업 세계는 엄청난 변화가 일 것은 부정할 수 없다.'라고 하더군요.


아이가 12년 간의 교육 과정을 마치고 이제 대학에 진학할 때가 됐습니다.


미래에도 여전히 재력, 학력에 따른 사회 계급의 사다리는 존재할 겁니다. 계급의 사다리마다 각기 누리는 특권과 특혜가 여전할 것이라는 생각도 기성세대의 꼰대적 발상일지 모르나 전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는 부동산과 주식, 코인이라는 하이패스가 있어 눈치 빠르고, 과감한 자들은 계급의 사다리를 뛰어넘어 새로운 유형의 부를 창출하기도 합니다만, 튼튼하고 안정적인 기반(Fundamental)은 역시 미래에도 유효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안정적인 기반이란 것도 이젠 변할 수 있음을 느낍니다. 산업 혁명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정보화, 자동화, 지능화의 단계로 산업과 생활환경이 변화되고 있는 것과 같이 미래의 인재상도 변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세대의 상상의 끝자락은 지능화, 초지능화에 머물렀지만 우리 아이가 살아갈 미래는 지능화, 초지능화 이상의, 지금의 기성세계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기술의 발전과 사회를 경험하게 될지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가 기반이라고 하고 혹은 자본(예컨데, Data Capitalism)이라고 하는 것 조차 변할지 모르죠. (스테이블 코인도 그 중 하나일테고요.)


12살, 국민학교 5학년 때 철없었던 질문은 컴퓨터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입/출력 인터페이스도, 애플리케이션도 당연히 부족했으니까요. 그러나, 4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말이든 글이든 쉽고 편하게 인공지능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미래, 내 아이가 어떤 세상을 살아갈 것이고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지 물어봤습니다. 대답은 매우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했습니다. 하지만, 이 조차도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2025년 8월 현재 시점의 상상의 산물일 뿐입니다. 그래서, 어떤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나는 어떻게 커리어를 일궈왔는가 떠올려 봤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영화 쇼생크탈출'에서 나온 대사가 생각나더군요.


"Remember, Red. Hope is good thing. May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 thing ever dies."

"기억해요, 레드. 희망은 좋은 겁니다. 가장 좋은 것일지도 몰라요.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희망이란 단지 '소망을 품는다.'라는 의미라기보다는 '삶을 대하는 주체성 혹은 삶을 지지하는 태도와 행동'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겪을 미래는 우리 아이, 우리 미래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 미래의 어떤 시점을 공유한다고 해도 상황과 여건이 다르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고 이해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어떤 지향점을 점찍어 놓고 살기를 바라기보다는 어떤 자세와 태도를 갖추고 삶의 능동자이자 주체자로서 자신만의 어떤 희망과 비전을 일궈 나아갈지를 아이와 얘기하려 합니다.


인공지능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이와 같습니다.

어떤 이는 불안, 초조한 마음으로 미래에 대한 염려를 합니다. 혹자는 완강한 저항을 할 준비를 하죠.

중요한 것은 미래의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요소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준비일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희망은 좋은 겁니다!


- 까칠한 펜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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