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노트
젊은 시절 나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는 'enthusiasm'이었다.
열정과는 사뭇 다른 보다 뜨겁고도 깊은 열망과 같은 마음과 정신의 상태.
흥분도 잘하고 화도 곧잘 내었지만 희망과 기대, 열정이 내 정신세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경험하지 못한 것, 모르고 서툰 것 투성이었다. 오히려 그러므로 무엇이든 흥미 있고 잘해 낼 수 있을 거란 막연한 자신감도 많았으리라.
책임질 것이 많아지면서 열정과 열망보다는 지키는 것, 안주하는 것, 편안한 것, 안정적인 것을 더 찾게 됐다. 여전히 열망하지만 열망을 이룰 동력은 잠시 타 올랐다가 쉽게 꺼지거나 사그라들었다. 이런 상태가 불편하기도 했다. 어색하기도 했다. 세월이, 시간이 나를 이렇게 이끌었다고는 생각하면 쉽게 지치고 가빠지는 호흡만큼이나 체력과 인내심을 탓하게 된다. 어느덧 조금씩의 변화는 관성이 되어 삶의 궤도를 젊은 날의 enthusiasm에서 차츰 나를 멀리 먼 곳으로 보내 버린다.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비가 오는 날은 몸도 마음도 무겁다.
마치 흐르는 시간이 어깨를 누르 듯 떨어지는 빗물도 그렇게 내리고 흐른다.
좀 더 편안해질 수 있을까?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순 없을까?
그건 조금 무책임하고 답답한 질문이다.
질문의 해결책도 그것을 이행하는 몫도 오로지 나의 것이기에.
하지만, 어떤 면에서 이런 숙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행운이고, 행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되돌아보고 나아갈 수 있는 여지가 내겐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시간이 오롯이 나와 또 함께 한다.
'enthusiasm'과 좀 더 가까이, 혹은 멀리 삶의 궤도가 관성으로 돌아간다.
오늘의 시간 동안 나는 이에 좀 더 가깝게도 멀게도 할 수 있는 자율과 선택권이 있다. 그러므로 감사하고 그러므로 세심하게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 까칠한 펜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