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능력보다 중요한 태도.

아침노트

by 까칠한 펜촉

큰 키에 늘씬한 몸매, 화려한 외모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아우라를 풍기며 도도한 느낌마저 주는 여직원이 있었습니다. UX 디자인 업무를 하던 분인데 가끔 업무 협의를 하거나 면담을 하기 위해 자리를 함께 할 경우는 외모가 주는 차가운 인상 탓에 상급자인 나 조차도 긴장을 하곤 했습니다.


이 분이 속한 부서와 첫회식을 하는데 보통 부서장이 있는 테이블은 차상위 직급이나 남자 직원들이 마지못해 앉고 여직원들은 부서장의 시야 사각에서 자기들만의 공간을 만드는데 이 분은 좀 남달랐습니다. 내 맞은편 자리에 앉아 고기를 굽고 술잔이 비면 채우고 오고 가는 얘기에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소통을 합니다. 상급자에게 잘 보이려 애쓰는 모습도 아니고, 그냥 편하게 분위기에 따릅니다.


어느 날 중요한 업무로 퇴근 시간이 지나 급하게 업무 처리할 것이 있으니 다음 날 좀 일찍 출근해 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요청한 시간에 출근한 이 분을 보고 좀 놀랬습니다. 무덤덤한 미소를 지으며 응당해야 할 일을 할 뿐이라는 말과 빠르게 손을 놀리며 아웃풋을 내고 요건에 맞는지 확인하는 센스가 아니라 거의 늘 완벽한 치장으로 출근 준비를 했을 이 분이 한쪽 눈썹을 채 그리지 않고 화장이 덜 된 상태로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과 부서의 거시적 목표를 위해서라면 외모 치장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 분의 태도 때문이었죠. 어쩌면 내 편견이나 선입견 때문에 이 분의 태도가 더 빛나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이 분의 아웃풋이 늘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습니다. 센스와 태도에 비해 기대 역량은 다소 부족했죠. 그럼에도 뚜렷한 목표 의식과 협업, 소통에 대한 열린 자세, 이타적인 태도는 상급자로서 기대 역량에 대한 평가 이전에 사람의 됨됨이로서 아끼고 함께하고픈 후배 직원으로 삼게 됩니다.




오래전 한 회사에서 꽤 친하게 지낸 후배가 있었습니다. 이 후배의 동료이자 상사, 내게는 바로 아래 파트장이었던 직원에게 '팀장이 너를 이뻐하는 건 네가 잘 보이려 딸랑이고, 팀장도 그걸 좋아하기 때문이다.'라는 얘길 했다더군요. 흔히 사람들은 부서장이 누굴 편애하거나 이뻐한다는 것과 그 이유가 서로의 특별한 관계 때문이라고 뒷담화를 합니다. 맞습니다. 편애나 이뻐한다는 표현이 다소 상스러워 보일지라도 그런 직원들이 있고, 그들과의 밀착 형성된 관계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 관계를 질투할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 그 관계가 형성되었고 이어지는가를 이해해야 합니다.


상급자(팀장 이상의 관리자라 하더라도)가 하급자보다 더 많은 일을 할 때가 있습니다. 업무량과 난이도, 중요도 모든 면에서. 그런 경우 보통 야근을 하고, 주말 근무 등의 '물리적 시간'을 쓰기도 하고 정신적인 압박과 스트레스로 '고통의 시기'를 보냅니다. 이때 대다수의 직원들은 상급자가 짊어진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인지하지 않거나 철저하게 외면합니다. 내 일이 아니므로. 그럼에도 자신들에게 힘들고 어려운 업무가 있는 경우, 이를 들고 와서 그 상급자에게 던지거나 덜어달라고 채근하고 호소합니다.


지금은 과거 시제가 됐지만, 그 꽤 친하게 지냈다는 후배는 이들과 달랐습니다. 우선, 선배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신의 업무를 철저히 합니다. 선배의 업무에 대해 관심을 기울입니다. 도움이 필요하지 않는지 묻습니다. 선배가 야근을 하면 덩달아 자리를 지킵니다.


이런 태도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오지랖이다. 잘 보이려 애쓴다. 처세술이다.'라고 폄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관리자인 선배는 무지성으로 외면하거나 자신의 업무가 힘들다고 떼쓰는 후배 후배보다 적어도 마음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후배에게 애정이 깃드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두 부류의 후배 모두에게 업무가 더해지지는 않습니다. 선배는 자신의 업무를 떠넘기거나 무르는 책임 없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힘든 시간이 좋은 성과로 이어질 경우, 선배는 실제로는 아무 일도 도운 건 아니지만 마음으로 공감하고 함께하려는 태도를 보인 후배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관리자이기에 그 고마움을 어떤 방법으로든 향후 인사적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는 보편적인 인지상정의 마음이죠.




어느덧, 선배로서 상급자로서 관리자로서 살아가는 시간이 계속 이어집니다. 가끔 지금 함께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옛 추억의 동료들을 떠올립니다. 자연스럽게 A, B, C 등과 오버랩이 됩니다. 새롭게 만난 후배지만 그가 회사란 조직에서 어떤 성장의 과정을 겪게 될지 예측되기도 합니다.


인연을 만들어가는 후배들에게 '업무를 대하는 그리고, 상사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는 능력 혹은 역량과 별개가 아니라면 얘길 해 주고 싶습니다. 태도와 자세는 적극성과 능동성을 대변할 뿐 아니라 조직의 목적과 목표를 이해하고 공동체로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협업하고 소통하는 사회인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새로운 신기술로 무장한 1인 기업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1인 기업이라 할지라도 창업 과정과 투자, 서비스 개발과 사업화 등 모든 일을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반드시 필요한 지원이 있고 그 지원은 사람들의 몫이죠. 사람과 사람 간에는 신뢰와 믿음 그리고 마음이 오고 갑니다. 이 오고감의 실체가 바로 태도와 자세입니다. 평상시 소통과 협업에서 나는 어떤 자세와 태도를 취했는지 그것이 '나'라는 브랜드의 신뢰와 평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는 생각하고 때론 경계해야 할 겁니다.


자세와 태도만으로도 신뢰받고, 믿음을 주는 우리들이 되길 바랍니다.



- 까칠한 펜촉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음과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