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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앨리스 Jul 13. 2024

38주, 기다림의 시간

기다림은 이토록 아름다운 것

안산, 2020 / iPhone 8+

  임신 기간부터 출산까지 나는 오롯이 혼자였다. 의지할 곳 없이 외딴섬에 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면 늘 태산 같이 우뚝 솟은 배를 쓰다듬으며 아이에게 말을 걸곤 했다. 그럼 엄마의 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씩씩한 태동으로 답을 해주던 아이 덕분에 나는 그 힘든 시기를 무사히 지나올 수 있었다.


  엄두도 안나는 부피에 차마 꺼내 볼 생각도 못하던 범퍼침대는, 추석을 앞두고 방문했던 동생들과 조카들이 함께 조립을 해주었다. 내 침대 옆으로 자리 잡은 아이의 침대를 바라보면서, 그곳에 누워 꼬물꼬물 옹알이를 할 아이의 모습을 상상했다. 하루하루를 기다림으로 보내며 걱정보다도 설렘이 더 앞섰다.


  안산에서 거주하던 곳은 아주 작은 집이라 해가 뜰 무렵이면 온 집안이 햇살로 물들었는데, 이 날은 설치해 둔 범퍼침대의 캐노피에 빛이 닿은 순간을 포착했다.

  너를 정말 많이 기다리고 있다고 작게 속삭였음에도, 아이는 알아들었는지 배를 통통 차며 대답해 주었다.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기다림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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