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만든 작은 도시락 가방에 마음을 담아 보낸 날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던, 마음이 아프던 시절 재봉을 선택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배우면 새로운 사람이 될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취미로 시작했던 재봉은 어느새 주변인들의 주문으로 이어졌다.
작은 도시락가방을 원했던 그녀는 나의 클라이언트였다. 세상 깐깐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던 그녀는, 유독 나에게만큼은 마음을 활짝 열어주었다. 퇴근 후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콘서트를 보러 가기도 하고, 서로의 집에 초대해 와인을 함께 마실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녀의 주문에 나는 정성껏 도시락 가방을 만들었다. 직접 고른 실로 자수를 놓고, 손잡이를 튼튼하게 박고, 쉽게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자석 단추를 달았다.
사당동의 반지하 원룸에는 빛이 참 잘 들었다. 한낮에는 눈이 부셔 커튼을 쳐두어야 할 정도였다. 가장 빛이 예쁘게 들어오는 시간을 골라 완성된 도시락 가방을 사진으로 남겼다. 사진 한 장에도 나의 마음을 담고 싶었다.
그녀가 이 가방에서 음식을 꺼낼 때마다 행복했으면. 그리고 그 힘으로 더욱 편안한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도시락가방을 받아 든 그녀는 봄햇살처럼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정말 고맙다고 말하며 몇 번이나 자수가 놓인 가방을 쓰다듬었다. 그것으로 내 마음이 잘 전달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덕분에 나 또한 행복한 마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