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숨결이 닿은 숲에서 고요의 시간을 만나다.
제주도 하면 우선 바다를 떠올리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나에게 제주도는 숲이 먼저 떠오르는 곳이다.
제주어로 '곶자왈'이라고 부르는 숲 지대는 지형이 울퉁불퉁하고 남방계 식물과 북방계 식물이 공존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식물들을 보고 있으면 경이로운 느낌에 절로 숙연해진다.
제주의 여러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곶자왈에 들어서면 마치 정글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 든다. 들리는 것이라곤 지저귀는 새소리와 귀를 스쳐가는 바람, 그리고 흙을 밟는 내 발소리뿐. 그곳에서는 내쉬는 숨마저 소음으로 들릴만큼 고요와 평온이 존재한다.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는 그래서 더욱 숲을 찾게 된다.
우거진 숲의 나무들 사이로 빛이 한줄기 스며들어 닿을 때면, 나무의 생명력이 더욱 살아난다. 자연은 이처럼 서로에게 자신의 생명을 나눠주며 공생한다. 나는 이것을 인간이 꼭 배워야 할 덕목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