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by 티후

우리가 아는 끝은 사실 진짜 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3년간의 학교생활을 마치던 중학교 졸업식.

나의 온 세상이었던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자면 마냥 슬프기만 할 텐데, 친구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합니다.

가족과의 점심 식사를 마치고 PC방에서, 노래방에서, 운동장에서 다시 만나기를 서로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에서의 새로운 3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졸업식은 사실 진정한 끝이 아니었습니다.


12년간의 학창생활의 결과가 나오던 수능날.

수능이 끝나고 성인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될 수 있다며 듣고 자란 우리는 수능을 치고 나오는 교문에서 모든 것이 끝났다며 안도합니다.

그런데 몇몇은 길고 긴 학창생활을 일 년 더 하겠다며 독서실로 돌아갑니다.

또 누구는 자신의 직업을 일찍이 찾기 위해 학원으로 향합니다.

수능은 사실 진정한 끝이 아니었습니다.


18개월의 군 생활이 끝나던 전역날.

입대 날부터 매일을 일초도 빠짐없이 기다려왔던 그날은, 매 순간 상상했던 그날은 생각보다 기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변해있을 사회가 조금은 두렵기도 합니다.

돌아가야 할 대학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전역도 사실 진정한 끝이 아니었습니다.


멀리 뻗은 수평선에도 끝은 없습니다.

지구를 수백 바퀴 돌아도 수평선은 계속 수평선입니다. 수평선분이었다가 수평 점이 되지 않습니다.

세상의 끝인 줄 알았던 수평선도, 사실은 다음 수평선을 향한 시작점이었습니다.


내 삶의 끝도 우린 알 수 없습니다.

삶의 마지막 날숨을 내쉴 때에도 알 수 없습니다. 이게 진정 나의 마지막일지 우린 모릅니다.

삶이 끝난 후엔 어떤 삶이 찾아오는 것인지, 무언가 찾아오긴 하는 것인지, 내가 사라지는 것인지,

삶의 마지막 숨을 내쉬었던 사람은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저 삶의 마지막 끝을 맞이합니다.

죽음도 사실 진정한 끝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우린 불안해합니다.

내 앞에 놓인 불행이 언제 끝날지, 끝나기는 하는지, 새로운 불행이 기다리고 있는지,

행복이, 기쁨이, 슬픔이, 즐거움과 고통과 부끄러움과 속상함이 언제 끝을 맺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기에 불안합니다.

그래서 우린 불행과 고통에 기간을 정하기로 합니다.

졸업만 하면, 전역만 하면, 취업만 하면, 결혼만 하면, 1억만 모으면, 집만 사면..


그런데 우린 진정한 끝이 없음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가 가진 불행과 기쁨 따위의 감정들이 내 삶의 마지막까지 평생 함께하지 않겠습니까?

마냥 행복한 사람 없고, 마냥 불행한 사람 없듯이,

'1년만 고생하면 행복한 날이 올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불행하고 어두운 하루를 보냈더라도 행복한 순간은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1년 뒤에 행복한 나도 나지만, 지금 고생하는 나도 나입니다.

지금을 사는 오늘의 나를 좀 더 아끼고자 합니다.

하루를 더 소중히 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끝들을 기쁘게 맞이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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