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향해 쓰는 편지
J에게
J야 너에게 친구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초등학교 친구일 수도 있을 테고, 고등학교 친구일 수도 있을 테고, 성인이 돼서 만난 친구일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성인이 되어서 만난 친구는 지인이라고 하지 않나?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도, 군대에서 만난 친구도, 회사에서 만난 친구도 모두 선, 후배나 동기라고 부르지 친구라고 부르는 걸 통 못 봤네. 머리통이 다 커지기 전에 만난 사람들만 친구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친구는 또 크게 3개의 부류로 나눌 수 있겠다. 어떤 친구가 좋고, 어떤 친구가 나쁘고 하는 얘기는 일절 안 쓸 거니까, 넘겨짚지 않았으면 해. 너에게 어떤 친구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첫 번째로,
함께 있을 때 서로 공감해 주고, 힘이 되어주는 친구들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상황을 이해해 줄 수 있고, 적당히 받아쳐 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더라. 보통 어렸을 때부터 알던 친구들이 그러하던데, 내게는 정말 소중한 친구들이야. 소주 한잔하면서 시덥지 않은 소릴 해도 밤이 다 가는, 공 차는 취미를 10년 넘게 같이 해서 이젠 눈빛만 봐도 발이 맞는 친구들이야. 가끔 싸울 때도 있지만, 친구를 만나야겠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친구들이야. 너에게도 이런 마음 맞는 친구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두 번째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다. '함께 하게 되는' 이 더욱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매주, 혹은 매일 하고 싶은 취미 활동을 함께 하게 되는 친구들이 있더라. 특히 난 러닝을 함께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이 친구들과는 10시간도 쉬지 않고 뛸 자신이 있어.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과는 대화거리도 바닥을 보일 새가 없고, 매번의 만남은 취미활동을 하는 시간이 되니 더더욱 이 친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더라. 물론 내가 먼저 러닝을 시작하고, 내 친구들을 왕창 러닝의 세계로 끌어다 놓은 건 너와 나만의 비밀이야. 너에겐 취미를 함께하는 친구가 있는지 궁금하다.
세 번째로,
내 인생을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친구들이 있다. 물질적인 도움이나, 그 외에 세속적인 도움을 주는 친구들도 물론 친구일 수 있겠지만, 내가 말하는 도움은 좀 달라. 내가 인생을 앞으로 향하고자 할 때 도움을 주는 친구들이 정말 고마운 친구들이라고 생각해. 한번은 친구에게 고민 상담을 한 적이 있는데, 한참 전공 때문에 고민이 많던 시기에, '공부할 시간이 너무 없다' 는 게 내 고민이었어. 그랬더니 친구는, '너 지금 러닝도 하고, 헬스도 하고, 공부를 하려면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거 아니야? 오가는 버스에서 복습해? 넌 지금 그냥 고민이라고 생각하니까 고민인 거야, 아마 정말 공부해야 할 때가 오면 저절로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하겠지'라고 말하더라. 참 뭐하나 기분 나쁘지도 않고, 또 내 현실을 자책하게 되는 말도 아닌데, 정신이 번뜩 드는 말이더라. 고민이라고 생각하니까 고민인 거야. 참 단순한 말인 것 같은데, 담긴 의미가 많은 말이다. 내게 주는 의미는 더욱 크고. 이후론 별 고민이랄 건 하지 않기로 했어. 고민할 시간에 하고, 나머지 시간에 러닝 하면 되는 거잖아? 하고 말이야. 너에게 이런 소중한 친구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친구들은 모두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함께 있으면 늘 즐거운 소중한 친구들인데, 내 친구들은 어떠한지 잘 모르겠다. 내가 먼저 물어볼 순 없으니까 말이야. 적어도 내가 그들에게 불편한 친구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함께 있을 때 가면을 써야 하는 존재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냥 우리가 함께 있으면, 세상 슬픔들은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한 팀원 같았으면 좋겠다. 세상 즐거움은 다 우리 것이 될 수 있는 개그맨들이었으면 좋겠다.
너의 친구들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잘 맞는 친구는 있는지, 함께할 친구는 있는지, 또 도움이 되어주는 친구들은 있는지 말이야.
자꾸 허무맹랑한 질문을 던져서 미안한데, 한번 피어오른 궁금증은 좀처럼 꺼지질 않는다.
T가
P.S. 아 참, 너에게 난 어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