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불안장애 진단 6개월 차
몇 달 전,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말하지 않을래요.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많은 우울증, 불안장애 환자가 있고, 또 그들만의 여러 이유가 있으니 제가 슬픈 이유도 딱히 특별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어떤 날은 우울증 같기도 하고, 어떤 날은 불안장애 같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감정이 멀쩡한 사람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저는 멀쩡히 회사를 다니고 있고, 가족과도 가끔 시간을 보내고, 지인들과 연락도 잘만 하거든요. 며칠 밤을 내리 우는 경우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해서 몸부림치는 경우도 있지만요.
제 자신에게 확신은 없지만 그래도 진단을 받았으니 일단은 우울증과 불안장애입니다.
그래도 마음속의 우울과 불안을 실감하는 때가 있습니다. 즐거움을 느끼지 못할 때요. 저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좋아하고, 작은 것에도 기뻐했던 것 같아요. 꽃시장에서 꽃을 사서 손질하는 것도 좋아했고, 친구들의 고민 상담을 들어주는 것도 좋아했고, 그림을 그리거나 일기 쓰고 글 쓰는 것도 좋아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네요. 재미도, 흥미도 느껴지지 않고요.
의사 선생님이 물어봅니다. "요즘 재미있는 일이 있어요?" "아뇨." "먹고 싶은 음식은요?" "없어요."
사실 지금 가장 좋아하는 건 잠자는 일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요가를 시작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가는데, 요가를 하면서도 잠을 자고 싶어요. 사실 글을 쓰는 지금도 말이에요.
그러다가 한 번은 그냥 일어나지 않고 이대로 잠만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살아있어도 무미건조하니까 그냥 이대로 눈 감아도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요.
그래도 살고 싶어요. 저는 다시 즐거운 감정을 느끼고 싶어요. 여행을 떠나면 예쁜 풍경에 진심으로 감탄하고 싶고, 맡은 일을 잘 끝내면 진심으로 나를 칭찬하고 싶고, 가족이 환히 웃는 얼굴에 맞춰 똑같이 환하게 웃고 싶어요.
그래서 이 자리에 야금야금 일기나 써보렵니다. 목적은 없어요. 문장도, 문맥도, 뒤죽박죽 엉망이지만 이거라도 해놔야 할 것 같아서요. 희망찬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기분이 좀 좋아지는 날에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
저는 이제 우울과 불안을 완전히 떼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기록하면서, 또 기록하면서, 다시 읽으면서, 그러면서, 언젠가 이 친구들을 저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그날까지 일단 가끔 생각나는 날 와서 타자나 아무렇게 갈겨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