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후유증일까. 매일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헤매는 사람처럼 이 도시를 배회한다. 정해진 곳이 없고, 만나야 하는 이가 없음에도 마치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것처럼 바쁘게 움직인다.
사람들은 어디로 향하는 걸까.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있으면 감정의 허기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세상에서 나만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 같다. 익숙하지만 낯선 것을 보고 소리로 채우고 넘치는 생각으로 번잡함과 포만감을 느껴도 더 채워지기를 갈구한다.
참지 못하고 무언가 채울 수 있는 것을 찾는다.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무언가, 갑작스럽게 돈을 지불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도 충동적인 소비고, 욕심이라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무언가…
늘 해왔던 것처럼, 몸을 따라서 서점으로 간다.
나에게도 목적지가 생겼다는 것에 기분도 한결 나아지는 것 같다. 그 순간 상실감과 공허함을 느낄 때마다 책을 샀다는 것을 깨달았다. 꽉 찬 책장을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고 말해온 지난 시간이 이런 의미였단 말인가. 방과 거실을 채우고 있는 저 많은 책이 나의 상실과 공허함이란 말인가.
처음 타는 버스 번호다.
버스를 타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운전을 하고는 몇 번 방문한 적은 있지만, 누군가가 운전하는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은 처음인 곳으로 가기로 한다. 번거롭고 피곤하지만 하지 않았던 행위에서 오는 새로움과 호기심으로 그날의 나를 살려보기로 한다.
외곽으로 달리는 버스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처음 와 보는 도시에 있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가지 생각들이 정리된다. 숨통이 트이는 기분…
타고 내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중의 태도로 바라본다.
난폭운전으로 질주하는 버스,
의지와 상관없이 가장 뒷자리 구석에서 맥없이 흔들리는 몸,
내가 나를 벗어나는 기분,
영혼까지 힘껏 털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리는 버스에 있다 보면 일상에서 도통 만들어질 조짐조차 보이지 않던 생기가 몸 안에서 싹튼다. 그제야 살아 있는 몸으로 느껴진다.
숨을 깊게 마시고 길게 뱉는다.
매일 나를 이끌고 세상으로 나간다. 도시 속으로, 사람들 속으로, 소음 속으로, 나를 이끌고 그 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