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줄무늬 슈트를 입은 푸짐한 몸매, 수시로 변하는 눈빛, 서두르는 법이 없는 여유 넘치는 움직임, 입가에 닿는 손가락을 핥는 연분홍 혀, 뒷다리만 신고 있는 흰 양말까지…
나의 사랑, 모카
듬직하지만 소녀
충전 중.........
집 근처 카페에서 살고 있는 코리안 숏 헤어 모카는 완벽한 개냥이 그 자체다. 세상에 개냥이가 내 손에 닿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축복인가. 집사의 자격은 안 되더라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길 고양이 밥 챙겨준 보람이 여기 있구나.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고양이 시절, 주변 대학교 학생들이 카페로 모카를 데리고 왔다고 한다. 막무가내로 데려온 학생들도, 받아준 카페 사장님도 얼마나 사랑이 많은 사람들인가. 그 고마움을 알아서 일까. 처음 만난 사람의 손길도 거부하지 않는다. 얌전한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고결한 느낌이 들 정도다.
존재 자체로 타자에게 행복을 주는 것들이 있다. 나에게는 대부분의 동물이 그런 존재다. 모카를 보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금세 양가감정에 휩싸인다. 불안과 걱정이 감정을 지배한다. 사람보다 한참 짧은 생을 살아야 하는 반려동물을 앞세워 보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유약하다고 생각했던 존재를 사랑하면서 나의 모순과 오만함을 발견한다. 사랑하길 바라면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사랑으로부터 나를 소외시키고, 사랑할 기회조차 스스로 박탈하며 살고 있다. 이보다 더 약한 존재가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