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 아빠, 육아전쟁에 뛰어들다
육아를 시작하면서, 내 삶은 완전히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었다. 아침마다 아이들을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나면, 집은 온통 어질러진 흔적들로 가득했다. 장난감, 책, 인형들… 그 중간에 놓인 과자 부스러기까지. 하지만 가장 강력한 적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끈적이는 슬라임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모래놀이 흔적이었다. 바닥 구석구석에 슬라임 자국이 남아 있고, 발바닥에 느껴지는 모래 알갱이는 내 인내심을 시험했다.
나는 늘 같은 생각을 반복했다.
“계속 치워도 똑같이 어질러질 텐데… 그냥 대충 치울까? 어차피 아이들이 돌아오면 한순간에 다시 엉망이 될 텐데.”
그러나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마음을 놓고 대충 치웠다가 호랑이 와이프님의 날카로운 지적을 들을 생각을 하면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된다. 결국 아이들이 없는 오전 시간은 집안 청소와 환기로 가득 찬다. 그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게 다 무슨 의미일까? 왜 치우는 걸까? 어차피 오후엔 다시 전쟁터가 될 텐데.”
특히 둘째 아린이가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후의 일상은 더욱 치열하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길에는 언제나 놀이터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 아린이는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하며 신나게 시간을 보내지만, 그 후 집에 돌아오면 상황은 똑같다.
“아린아, 방금 놀이터에서 모래놀이 했잖아. 이제 다른 거 하자,” 내가 말하면, 아린이는 특유의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아빠, 집에서도 모래놀이 하고 싶어. 이거랑 이거 가지고 놀면 재밌을 거야!”
결국 그녀의 요청을 들어주고 나면, 집안은 1시간도 되지 않아 또다시 전쟁터로 변해버린다. 거실 바닥에는 장난감이 뒹굴고, 소파 위에는 슬라임이 눌어붙어 있다. 모래놀이 세트는 이미 온 방바닥에 모래를 흩뿌려 놓은 상태다. 한쪽에는 아린이가 실수로 쏟은 물과 섞인 모래가 질퍽거리고 있었다.
나는 머리를 감싸 쥐며 혼잣말했다. “이건 마치 폭격을 맞은 전쟁터 같잖아… 대체 이걸 어떻게 다 치우지?” 설상가상으로 아린이는 여전히 바닥에 앉아 모래를 퍼 올리며 신나게 웃고 있었다.
나는 엉망이 된 거실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치우면 그만이니까. 괜찮아. 그냥 참고 넘어가자.”
하지만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을 수는 없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이 패턴은 나를 점점 지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문득 생각했다.
'왜 나는 항상 아이들의 놀이를 못하게만 했을까? 어차피 어질러질 거라면, 아예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그렇게 내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방 하나를 놀이터로 만들어보자!' 그날 밤, 나는 인터넷을 검색하며 아이들을 위한 미니 놀이터를 계획했다. 먼저 집에서 적당한 방을 골랐다. 아이들이 뛰어놀아도 충분히 안전할 만한 공간이 필요했다. 나는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목록으로 정리했다. 미끄럼틀, 장난감 수납장, 인형, 그리고 아린이가 가장 좋아하는 모래놀이 세트까지 포함했다.
다음날 바로 '미니 놀이터'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책장을 활용해 인형과 장난감들을 깔끔하게 정리했고, 끈적이는 슬라임과 모래놀이 세트는 한쪽 구역에 따로 배치했다. 솔직히 나는 슬라임과 모래놀이를 가장 싫어했지만, 아린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대신 모래놀이를 위해 방 한쪽에 매트를 깔아 청소를 조금이라도 쉽게 할 방법을 마련했다.
또한, 아이들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바닥 전체에 푹신한 매트를 깔았다. 방의 중앙에는 미끄럼틀을 설치하고, 장난감 수납장을 그 주변에 배치해 아이들이 원하는 장난감을 쉽게 꺼낼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작은 방 하나가 점점 하나의 작은 미니 놀이터로 변신해 갔다. 작업을 마치고 뒤돌아보니 이 공간은 키즈카페가 부럽지 않은 멋진 놀이 공간이 되어 있었다.
며칠 후, 모든 준비를 마치고 아린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는 순간을 기다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아린이는 아빠의 환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
“아빠, 왜 이렇게 기분 좋아 보여?”
“아린아, 아빠가 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어. 가자, 보여줄게!”
나는 아린이의 손을 잡고 미니 놀이터가 된 방으로 데려갔다. 문을 열자마자 아린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방 안을 둘러봤다.
“우와! 이게 다 내 거야? 진짜야?”
“그럼. 이제 이 방에서 마음껏 놀아도 돼. 여기서 모래놀이도 하고, 미끄럼틀도 타고, 뭐든 하고 싶은 거 해봐!”
아린이는 환호성을 지르며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미끄럼틀 위로 올라갔다 내려오고, 모래놀이 세트를 꺼내 바닥에 펼쳤다. 그녀의 얼굴은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아린이는 뛰어와 내게 안겼다.
"아빠, 나 진짜 행복해! 아빠 최고야. 사랑해!"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피로와 스트레스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그래, 치우면 그만이지. 아이가 행복하다면 집안을 어질러도 괜찮아. 이건 내가 육아를 통해 배운 가장 중요한 진리야, '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그날 이후, 나는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도록 더 많은 시간을 허락하기로 했다. 놀이터가 아닌 집에서도 아이들은 자신만의 상상력을 펼치며 행복을 찾아갔다. 방 하나를 놀이터로 만드는 데에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육아란 매일이 새로운 전투와 같은 도전이지만, 아이들이 주는 기쁨은 그것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 만든다. '집안을 놀이터로 만들 용기'를 낸 그날 이후로, 우리 집은 아이들과 함께 웃음이 끊이지 않는 행복한 공간으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