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검은머리앤 Apr 30. 2024

저기...수영이 재미있으세요?

-  노력해야 잘하게 되고 잘해야 재미있어진다는데

"안녕하세요."


아침 7시 수영에 

성격이 참 좋아 보이는 여자분이 계셨어요.

늘 먼저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그분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왜냐하면 그분은 주기적으로 썬텐을 해서 몸 전체가 까무잡잡했고 문신도 군데군데 있었거든요.


종종 인사를 드렸어요.


어느 날, 체조를 시작하기 전에 여쭤봤어요.

(수영이 시작하는 매시 정각이 되면 체조를 시작합니다.)


"저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수영이 재미있어요? 어떻게 이렇게 매일 나오세요?"

그분의 표정이 이상해집니다.

"아니.. 본인도 매일 나오면서."

하시면서 크게 웃으시더라고요.


"저는 사실 원래 이렇게 꾸준한 사람이 아니거든요. 지금 엄청 애쓰는 거예요. 

몇 달을 배웠지만 아직도 수영이 많이 힘들거든요.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요. 수영이 재미있어요?"


"전 너무 재미있어요.

제가 사실 서핑을 진짜 좋아하는데

수영을 못하니깐 너무 불편해서 

수영을 무조건 배워야 하거든요."


아... 재미가 있어서 나오는구나.


제 마음은요.

'오늘 수영을 배우러 가서 진짜 너무 좋아.'

라기보다는

'오늘 해야 할 일 하나를 클리어했구나.' 

이런 마음으로 수영을 다녔습니다.

왜냐고요. 너무 힘드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운동실력이 없는 건 아니에요.

전 유연성은 좀 부족하지 웬만한 운동은 그럭저럭 잘하는 편이었어요.

좀 유치하지만 학교 다닐 때 달리기도 늘 1등이었고,

좀 더 덧붙이면 초등학교 6년 동안 스피스 스케이트 선수였어요.

아 맞다. 중학교 때에는 인라인 대회도 나갔었네요.


그런데 수영이 너무 힘들어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는데

제가 체력이 너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더라고요.


제가 어느 정도로 수영장에 가는 걸 힘들어했냐 하면

7시 수영을 하기 위해 6시 45분 정도에 수영장에 도착하면 

6시 수영을 마치고 나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새벽 수영시간에는 빨리 출근해야 하시는 분들은 좀 일찍 나오시기도 하거든요.)

이미 수영을 나와서 개운하게 씻고 나갈 준비를 하시는 분들이 

너무 부러운 거예요.

아시는 분을 마주쳤어요.

마음속 생각이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어요.


"벌써 나오세요? 너무 부러워요."

"뭐가 부러워. 출근해야 해서 일찍 나오는데."


늘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저에게 진짜 위안이 된 게 

서장훈 씨가 한 말이었어요.

"잘하려면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하는데 농구요? 그걸 즐길 수가 있나. 그냥 하는 거죠.

부상당해서 너무 아플 때도 있고 성적이 신경 쓰이는데 그게 어떻게 정말 하고 싶냐고."


최고의 선수도 저런 마음이었구나.

원래 그런 거구나.

원래 하기 싫어도 그냥 하는 거고 그냥 버티야 하는구나.

재미가 없다고 포기하고 그러지 않아도 되는구나.


그러다가 어느 글에서 이런 글귀를 접합니다.


노력해야 잘하게 되고 잘해야 재미있어진다.


아. 난 노력하는 중이구나.

잘 못하니까 재미가 없는 게 맞는구나.

내가 이상한 게 아니구나.


참 위안이 되더라고요.


제가 한두 번 킥판 없이 자유형을 했다고 해서 

그게 쭉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자세가 안 좋고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서 그런지

남은 수영 시간에는 가다가 서다가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틈틈이 배우는 배영은 

그다지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아서 고민 중이었어요.

그러다가 유튜브로 엄청난 배영에 대한 꿀팁을 알게 됩니다.


한쪽 팔이 다 내려가기 전에 

다른 팔을 돌리기 시작할 것


오.

이렇게 가니깐 앞으로 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이거였구나.


배영에 대한 깨달음이 조금 왔을 때 

평영을 배우게 됩니다.


"사람들이 보통 언제 많이 그만두는지 아세요?"

"......"

"맨 처음에 자유형 배우기 시작할 때랑 평형 시작하면 많이 그만두세요."


왜 그런지 알겠더라고요.

물속에서 걸어가도 평형보단 빨리 가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자유형도 생각만큼 잘 안되고

배영은 자유형보다 더 잘 안되고

평형은 정말 안 되는

그런 날이 반복됩니다.


아..... 나도 수영 잘하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