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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머리앤 Apr 25. 2024

원피스수영복 입고 워터월드 가도 되나요?

 -  꿩 대신 닭 아닙니까.

아싸.

드디어 당첨이다!


남편 직장에서 여름과 겨울에 숙소 추첨을 합니다.

매번 떨어졌는데 작년 여름에 아주 운 좋게 당첨이 되었어요.

정선 하이원리조트였습니다.

찾아봤더니 그 숙소에는 워터월드라는 물놀이장이 있다고 하더군요.

"얘들아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알아?

글쎄 아빠가 엄청 좋은 숙소에 당첨이 됐데."

아이들 반응이 그냥 그래요.

"거기 물놀이하는 곳이 있는데 엄청 크데."

아이들이 서로 번갈아 쳐다보더니

아들이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빠 만세. 아빠 만세."

역시 아이들에게 물놀이가 최고죠.

(만세라는 말이  약간 어색할 수 있는데 

이 때는 이게 저희 집 유행어 같은 거였어요.

"얘들아 오늘 저녁 맛있지? 

맛있으면 엄마 만세 세 번 해봐.

만세를 할 때는 둘이 맞춰서 하는 거다. 이렇게 "

이런 식으로 제가 만세놀이를 종종 했거든요.ㅋㅋㅋ)


당첨된 날 느꼈던 기쁨도 잠시

일상을 살아가느라 당첨된 사실도 잊고 있었어요.

준비가 하나도 안 된 채로 

숙소 가는 전 날이 되었습니다.

(저 사실 계획적인 편인데 이때 너무 바빴나 봅니다...)


'아 맞다. 미리 뭐가 필요한지 찾아보고 주문을 했어야 했는데...'


전 이렇게 큰 물놀이장은 처음이거든요.

풀빌라도 가봤고 광화문 분수에 아이들을 데려고 간 적은 있어도

캐리비안 베이니 오션월드니 이런 곳은 가본 적이 없었어요.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면서

준비물을 검색했습니다.

제가 검색을 하고 필요한 정보를 잘 못 찾는 건지

검색어가 별로였던 건지 

워터월드에서 어떤 옷을 입고 놀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친한 언니에게 카톡을 했어요.

큰 물놀이장 가면 뭐 입고 가는지 물어봤더니

햇볕에 살이 타기 때문에 긴팔 긴바지 수영복을 입는다고 하더군요.


어??

물놀이장에 실외도 있구나!


사실 바로 다음날이라

준비물을 알었다고 해도 사러 가기엔 시간이 좀 촉박했어요.

일단 베란다장에 가서 

물놀이용품을 넣어두었던 박스를 열었습니다.


아...... 긴팔 수영복이 있었던 것도 같고 없었던 것도 같은데...


수영복을 찾아보니 아들 수영복이 좀 작아 보여요.

아들에게  긴팔 수영복을 입어보라고 했더니

팔 쪽은 한 뼘이 올라가 있고

배가 좀 나와서인지 배꼽이 다 보이더군요.


"그냥 입자. 살이 타는 것보단 낫겠지."

아들은 작아진 긴팔수영복에 

수영강습시간에 입는 삼각수영복을 입고 가기로 했습니다.

구명조끼 같은 걸 입어서 어차피 몸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요.

둘째는 마침 위아래 세트로 된 수영복이 있었습니다.


저요?

전 뭐 딱히 입을만한 게 없었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수영강습시간에 입는 원피스 수영복을 입기로 했어요.

혹시 몰라서 물안경까지 챙겼습니다.

와~

워터월드에 들어가 보니 

진짜 어마어마하게 크더라고요.

물놀이장에 들어가기 전에 수영복을 파는 가게에서 

잠깐 수영복을 살까 고민했지만 

유혹을 참고 원래 계획대로 원피스 수영복을 입기로 했습니다.

참 다행이었던 건

날씨가 흐리고 오후에 비가 와서

햇볕 때문에 살이 따갑지 않았답니다.


사실 원피스 수영복도 

바닷가에서 입는 예쁜 거 있잖아요.

하지만 제 거는요,

한눈에 딱 봐도 비브랜드 시커먼 강습용 원피스 수영복이었거든요.

좀 쑥스럽기는 하더라고요.


수영을 배워서 물이 덜 무서워지긴 했지만

사실 좋아진 건 아니었거든요.


파도타기, 미끄럼 타기를 한 번 해봤는데

너무 무섭더라요.

물 자체는 그냥 그랬는데 거기에 게임 요소가 가미되니깐

무서웠어요.

(참고로 저는 놀이공원에 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무서워서요.)


오션월드 안에는 수영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습니다.

남편이 저보고 

"자유형 한 번 해 봐. 내가 봐줄게."

하더군요.


하기 싫었어요.

아직 자유형을 못하니까요.

제가 팔을 두 번 젓기도 전에 자꾸 벌떡 일어나니깐 

남편이 이러더군요.

"아직도 자유형을 못 해? 이상하네."


수영을 할 줄 아는 아이들도

제가 수영을 못하는 게 신기한가 봐요.

아들도 제가 수영을 못하는 게 재미있는지 훈수를 둡니다


"엄마 수영 이렇게 해야지."


수영을 할 때 자꾸 움츠러들게 되네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할 수 있겠죠.




지금은 말할 수 있다!

수영을 배운 지 네 달이 지나도 자유형을 못할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왜 이상하네 마네 이야기를 하는 건지.

난 초등학교 때 달리기 하면 맨날 1등이어서

여보가 초등학교 때 달리기를 하면

3,4등 했다는 게 사실 이해가 잘 안 가기도 하지만..

뭐라 하지 않았잖아.ㅋㅋㅋ


같이 행복하게 오래 살려면 응원하며 삽시다. 네?!ㅋㅋㅋㅋ


*제가 지난겨울에 간 비발디파크와 헷갈려서 처음에 오션월드라고 잘 못 썼었네요.

오션월드가 아니고 정선 하이원리조트에 위치한 워터월드였습니다.

미리 읽으신 분들은 정말 죄송합니다. 다음엔 정확한 정보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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