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수영은 유럽보다 강하다.
다른 분들이 생각하시기에
새벽 6시 수영을 한다고 하면
"어떻게 그렇게 일찍 일어나세요?"
라고 보통 물어보시지만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일찍 일어나는 건 그다지 문제가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수영을 시작하기 반년 전부터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계속했거든요.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워킹맘은 아실 거예요.
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나 절실한지..
그럼 6시 새벽 수영에 뭐가 제일 힘들었냐고요?
그건 바로.
아침밥이었습니다.
저는 진짜 밥순이예요.
밥을 엄청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어느 정도로 밥을 좋아했냐면
20대 중반에 20일 넘게 유럽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제일 먼저 챙긴 것들이
누룽지밥, 김 등 온갖 한식이었습니다.
보통 젊은 여자분들 여행 가면 예쁜 옷을 챙기잖아요.
저는 캐리어 80%는 한식이었어요.
숙박도 거의 한인민박으로 예약했었죠.
오로지 밥 때문이었습니다.
파스타보다 청국장이 좋고
피자보다 얼큰한 김치찌개가 좋았어요.
그래서 파스타집에 가면 전 주로 리조또를 시킵니다.^^
평소에 아침밥을 챙겨 먹었어요.
7시 수영을 하는 화요일과 목요일에도
6시에 아침밥을 조금이라도 먹고 갔어요.
문제는 6시 수영을 하는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이었습니다.
6시 수영에 가겠다고
5시에 밥을 먹을 순 없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밥순이여도
저도 사람인지라,
4시에 일어난다고 해도
5시에 밥이 넘어가진 않을 거잖아요.
그래서 고심 끝에
구운 유정란 1~2개, 요거트, 당근이나 오이 자른 것 등을 챙겨서
가지고 갔어요.
안 그래도 터질듯한 가방이
지퍼의 실밥이 보일 정도로 빵빵해졌습니다.
6시 수영이 끝나고
곧바로 직장에 가니
7시 30분도 안 되어서 직장에 도착했습니다.
복도가 깜깜하지만
허겁지겁 오지 않고 여유롭게 출근해서 그런지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아침밥 대신 집에서 준비해 온 음식의 양이
적은 편이기도 하고
밥을 좀 빨리 먹는 편이기도 해서
10분 내외면 아침을 금방 먹었습니다.
일이 많을 때에는 일찍 일을 시작하기도 하고
책을 30분 정도 읽기도 했어요.
(책은 이럴 때 안 읽으면 하루에 한쪽도 안 읽고 지나가기도 하거든요.)
아무도 없는 고요함이 좋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무섭기도 했어요.
그래서 유튜브로 상쾌한 재즈 노래를 듣기로 했습니다.
어?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수영 영상이 추천으로 뜨더라고요.
발차기가 너무 힘든 초보분들 이것 꼭 보세요.
뭐 이런 제목이었던 것 같아요.
이거 내 이야기인데?
하면서 클릭을 했습니다.
우리 선생님은 무릎을 굽히지 말고 차라고 했는데
원래는 약간 구부려도 되는 거였구나.
뭐랄까요.
저한테는 신의 계시를 받은 느낌이었어요.
왜냐하면
유튜브로 수영을 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선생님이 알려준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가르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오. 이런 좋은 방법이 있었구나.
앞으로 밥을 먹을 때마다 영상을 봐야지'
1.5배속이나 2배속으로 들으면 4~5분 정도면
영상 한 개 정도는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실력이 확확 늘었냐고요?
아니요.
수영장에 가면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 어제 영상에서 알려준 팁이 뭐였지?'
기억이 안나는 거예요.
이런 일을 몇 번 겪다 보니
그다음부터는 수영장 선생님께서 조언해 주시는 말씀과
유튜브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내용을 짤막하게 한 줄씩 적기 시작했어요.
의식적으로 수영을 하기 시작합니다.
오.
오.
오.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아요.
수영 팁을 적어놓은 내용이 5개 이상 되니깐 1개는 기억이 나더라고요.
아싸~ 곧 자유형 마스터 할 수 있겠다.
에헤라디야~
참고로 아침밥을 안 먹고 수영을 한 다음에
풀때기와 계란 한두 개를 먹어서 살이 빠졌을까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봐 몇 자 추가합니다.
살은 진짜 하나도 빠지지 않았고요.
(전 매일 몸무게를 적어서 기록하거든요.)
아침 10시 반 정도만 배가 너무 고프기 시작해서
점심시간만 되면 배고픔이 정말 심해졌어요.
그래서 점심에 늘 너무 많이 먹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맙니다.
이렇게 점심을 많이 먹는데도
살이 안 찌니깐
빠진 거나 마찬가지구나.
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