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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머리앤 Apr 27. 2024

된다! 된다! 드디어 자유형이 된다!!

-  수영도 배우고 단골 가게도 생기고

된다 된다, 드디어 된다. 된다 된다, 드디어 된다. 된

늘 허겁지겁 허둥지둥 

수영을 배우러 가고

수영장에서도 헉헉 거리면서 따라가기 바쁘고

수영이 끝나면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출근하기 바빴는데

이런 제게도 여유가 생겼나 봐요.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수영장에 가려면 

전통시장을 지나야 해요.

몇 달 동안은 진짜 시곗바늘만 이따금 쳐다보면서

앞만 보고 갔었거든요.

언제부터인가 시장의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제가 새벽 6시 수영을 가는 날은

5시 35분 정도에 시장을 지나가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 이른 시간에

문을 연 가게가 있더라고요.


3군데였어요.

도매시장에서 과일을 떼와서 물건을 정리하는 과일가게 사장님도 보였고요.

문을 열고 떡을 만들기 시작하는 떡집이 보였어요.

그리고 조금 더 지나가면 정육점이 보였습니다.


가끔 집에서 아침을 챙겨 오지 못한 날이 있어요.

그런 날은 근처 떡집에서 떡을 사 먹기도 했습니다.

그전에는 다른 떡집을 갔었는데

5시에 붉을 밝히는 떡집을 알게 되니

그 집에만 가게 되더라고요.

저렇게 꾸준히 새벽에 문을 여는 사장님이라면

믿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가끔 퇴근할 때 

아이가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면

새벽에 문을 여는 그 정육점에 들려서 고기를 사기도 했어요.


사장님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제 마음속 단골이었거든요.


여유가 생겨서 주변을 둘러본다는 건 좋은 점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있었어요.

수영장에서는 

저보다 늦게 배운 분들이 자유형과 배영을 자유롭게 하는 걸 보면서

'어,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명만 먼저 진도를 나가면 그러려니 하는데

저보다 두 달 정도 늦게 온 사람들도 저보다 앞서가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때가 참 힘들기도 하면서 

어떻게 하면 킥판을 뗄 수 있을까 궁리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자유형에 관련된 유튜브 영상도 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영강사 선생님이 결근을 했습니다.

제가 지난번에 한 번 언급했던

레일에 기대어서 팔짱 끼고 소리 지른다는

그 선생님이 빈자리를 대신했습니다.


"킥 판 떼고 자유형 2바퀴."

한 번은 용기를 내어서 킥판 없이 물을 들이켜면서 다녀왔는데

그 다음번에는 너무 물을 많이 먹어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남은 한 바퀴는 킥판을 잡고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킥판을 가지고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킥판 빼고 해."

"제가 킥판 없이 자유형이 잘 안 되어서요."

"자유형도 안되는데 진도는 왜 나갔어?"

"????"


어찌나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쁜지 

킥판 떼고 자유형을 꼭 하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은 사실 선형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이주정도 흘렀습니다.

드디어!!!

킥판 없이 자유형을 했습니다.

와~~

숨을 쉬는 방법이 조금 잘못되었는지 락스 물을 먹으면서 자유형을 하긴 했지만

한 번도 쉬지 않고 25m 레일을 킥판 없이 간 것 자체가 

너무 감격스러웠습니다.


엄청 벅차오르는 기쁨도 잠시

너무 애를 써서 자유형을 하면서 갔더니

그 뒤에 수영은 다리가 풀려서 잘 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요.


아 정말 소문내고 싶은 하루였어요.

저, 이제 자유형 할 줄 아는 여자예요.

(비록 물은 좀 먹지만요.)


포기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흘러가는 시간에 얹는다는 느낌으로

버티다 보면 결국엔 해낼 수 있구나

를 깨달았습니다.


언제요?


중년이 다 되어서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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