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영도 배우고 단골 가게도 생기고
된다 된다, 드디어 된다. 된다 된다, 드디어 된다. 된
늘 허겁지겁 허둥지둥
수영을 배우러 가고
수영장에서도 헉헉 거리면서 따라가기 바쁘고
수영이 끝나면 젖은 머리를 휘날리며 출근하기 바빴는데
이런 제게도 여유가 생겼나 봐요.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수영장에 가려면
전통시장을 지나야 해요.
몇 달 동안은 진짜 시곗바늘만 이따금 쳐다보면서
앞만 보고 갔었거든요.
언제부터인가 시장의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제가 새벽 6시 수영을 가는 날은
5시 35분 정도에 시장을 지나가게 되거든요.
그런데 그 이른 시간에
문을 연 가게가 있더라고요.
3군데였어요.
도매시장에서 과일을 떼와서 물건을 정리하는 과일가게 사장님도 보였고요.
문을 열고 떡을 만들기 시작하는 떡집이 보였어요.
그리고 조금 더 지나가면 정육점이 보였습니다.
가끔 집에서 아침을 챙겨 오지 못한 날이 있어요.
그런 날은 근처 떡집에서 떡을 사 먹기도 했습니다.
그전에는 다른 떡집을 갔었는데
5시에 붉을 밝히는 떡집을 알게 되니
그 집에만 가게 되더라고요.
저렇게 꾸준히 새벽에 문을 여는 사장님이라면
믿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가끔 퇴근할 때
아이가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하면
새벽에 문을 여는 그 정육점에 들려서 고기를 사기도 했어요.
사장님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제 마음속 단골이었거든요.
여유가 생겨서 주변을 둘러본다는 건 좋은 점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있었어요.
수영장에서는
저보다 늦게 배운 분들이 자유형과 배영을 자유롭게 하는 걸 보면서
'어, 뭐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명만 먼저 진도를 나가면 그러려니 하는데
저보다 두 달 정도 늦게 온 사람들도 저보다 앞서가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때가 참 힘들기도 하면서
어떻게 하면 킥판을 뗄 수 있을까 궁리를 많이 한 것 같아요.
자유형에 관련된 유튜브 영상도 봤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영강사 선생님이 결근을 했습니다.
제가 지난번에 한 번 언급했던
레일에 기대어서 팔짱 끼고 소리 지른다는
그 선생님이 빈자리를 대신했습니다.
"킥 판 떼고 자유형 2바퀴."
한 번은 용기를 내어서 킥판 없이 물을 들이켜면서 다녀왔는데
그 다음번에는 너무 물을 많이 먹어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남은 한 바퀴는 킥판을 잡고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킥판을 가지고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킥판 빼고 해."
"제가 킥판 없이 자유형이 잘 안 되어서요."
"자유형도 안되는데 진도는 왜 나갔어?"
"????"
어찌나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쁜지
킥판 떼고 자유형을 꼭 하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은 사실 선형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이주정도 흘렀습니다.
드디어!!!
킥판 없이 자유형을 했습니다.
와~~
숨을 쉬는 방법이 조금 잘못되었는지 락스 물을 먹으면서 자유형을 하긴 했지만
한 번도 쉬지 않고 25m 레일을 킥판 없이 간 것 자체가
너무 감격스러웠습니다.
엄청 벅차오르는 기쁨도 잠시
너무 애를 써서 자유형을 하면서 갔더니
그 뒤에 수영은 다리가 풀려서 잘 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게 어디인가요.
아 정말 소문내고 싶은 하루였어요.
저, 이제 자유형 할 줄 아는 여자예요.
(비록 물은 좀 먹지만요.)
포기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흘러가는 시간에 얹는다는 느낌으로
버티다 보면 결국엔 해낼 수 있구나
를 깨달았습니다.
언제요?
중년이 다 되어서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