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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머리앤 Jun 10. 2024

뭐? 배송비가 육천 원?!

내가 제주도로 이사를 오긴 왔구나.

남편의 근무지를 따라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섬,

따뜻한 제주도로 이사를 가야 했습니다.

제주도로 이사를  간다고 하니

설렜습니다.

아주 잠시요.


이사업체를 알아봐야 했어요.

2년도 안 된 전셋집을 

복비를 물고 내놔야 했습니다.


아이 키우는 집은 알겠지만

돌이 갓 지난 

활발한 남자아이는

서랍 문을 열고 

어지럽히는 걸 참 좋아했어요.


집은 내놔야 하고

정리는 해야 하는데

아이는 좁은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어질렀습니다.


동시에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했습니다.


이사비용도 알아봐야 했어요.


몇몇 업체에 이사 견적을 요청했습니다.

다들 한결같이

한 번 쓰윽 보시더니

5톤이라고 하시더군요.

제주도라 그런지 이사 비용이 비쌌습니다.


'물건도 얼마 없는 것 같은데 왜 5톤인 거야?'

궁금했지만 어째요.

다들 한결같이 5톤이라고 하시는걸요.


제주도에 도착해서 

물건을 내리는 모습을 보니 

5톤 트럭의 절반이 비었더라고요.

이사비용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은 차를 가지고 배를 타고 내려가야 했고

저는 아이와 함께

친정 엄마와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갔습니다.


비행기에서 아이가 울까 봐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비행기에서 많이 울었습니다.

비행기 안이 시원했던 것 같은데

등 뒤로 땀이 줄줄 나더라고요.


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나질 않아요.


제주도 집에 도착했습니다.

신혼집보다 두 배는 넓었어요.

아이가 신이 나서 

거실을 이리저리 기어 다녔습니다.

그 모습을 보는 저도 흐뭇했습니다.


집은 관사였어요.

오래된 집이었습니다.

혹시 오래된 집에 옥색 변기 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 집이 딱 그랬어요.

변기색이 옥색이었어요.

그리고 옥색 나무창호로 된 집이었습니다.


집이 넓어졌다고 해도

수납할 공간이 딱 한 군데밖에 없는 오래된 집이었습니다.

그 한 군데 마저도 곰팡이 냄새가 심하게 났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사업체가 다녀간 난 자리에는

정리된 모습이 아닌

박스더미가 쌓여있었습니다.


첫 전셋집에서

설치한 지 1년도 안된 에어컨을 떼어서 이사를 왔습니다.

설치비용도 꽤 많이 냈었는데,

이사를 하고 난 며칠 뒤에

새로 에어컨을 설치했습니다.


저희 집은 

3층 건물 중 2층이었는데

설치하러 오신 기사님께서 에어컨 선을 뺄 곳이 없다고

옥상으로 선을 뺐습니다.

몇 십만 원이 우습게 들었습니다.


너무 멀리 이사를 와서 그런지

가구들이 조금 파손되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어쩌겠어요.

그냥 써야지요.


제주도로 이사를 가고 나서

내가 진짜 멀리 이사를 왔구나를 실감했던 건

인터넷으로 육아용품을 살 때였어요.


아이가 쓰고 있던 빨대컵이 있었는데요.

아이가 빨래를 질겅질겅 씹어대서

주기적으로 빨대를 교체를 해야 했어요.

제가 살던 서귀포에서는 안 팔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려고 했습니다.


결제를 하려고 하는데

뭔가 금액이 이상해요.


뭐지?!

하고 다시 봤더니 

배송비가 육천 원이래요.


헉.

알고 봤더니 도서산간지역은 

추가배송비가 붙더라고요.


이해는 되었어요.

제주도까지 배송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니까요.


이해는 되었는데

매번 물건을 살 때마다

배송비가 붙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금액이 컸어요.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친청집에 아이 물건을 배송한 다음,

엄마께서 오실 때 

그 물건을 한꺼번에 가지고 와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께 죄송해요.

아이 양말, 빨대컵 등 소소한 것들을 주문하긴 했지만,

공항 근처에 사시는 것도 아닌데 

돈 조금 아끼겠다고 고생을 시켜드렸으니까요.


엄마께서 제주도에 오셔서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물건을 받았어요.

정말 황당하게도 

아이 양말에 구멍이 나 있었어요.

엄마도 포장을 안 뜯고 가져오신 거라 모르고 계셨어요.

주문한 지 한 달 정도 된 거라

반품도 안되어서 

어쩔 수 없이 못 쓰게 되었어요.


덕분에 그다음부터는 

물건을 저희 집으로 오게 했답니다.

원래도 필요한 물건만 인터넷으로 구입을 했지만

그 이후로는 정말 꼭 필요한 물건만 인터넷으로 구입했습니다.


제주도는 

여행을 하기엔 참 즐거운 곳이지만

사는 건 

또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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