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영업에 소질이 있는 거 아니야?!
그거 아세요?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엄마들은
자기 몸이 예전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해요.
저라고 예외는 아니었어요.
저는 출산하고 나서
몸무게가 출산 전과 비슷하긴 했었는데요.
체형이 뭔가 달라진 걸 느꼈어요.
몸이 더 커진 것 같았어요.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뼈와 뼈 사이가 벌어지고
배가 늘어났다 들어가서 그런지
예전에 입던 옷이
조금 타이트해진 기분이었어요.
게다가
결혼 전엔
미니스커트를 입기도 했고
귀엽고 짧은 원피스를 입기도 했었는데
출산하고 나니 못 입겠더라고요.
(늘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하다 보니
너무 불편해서 못 입겠어요.)
때마침 남편의 근무지를
제주도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사를 해야 했어요.
짐정리를 해야 했습니다.
그제야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출산 전에 입었던 옷을
정리해야 했어요.
저는 비싼 옷을 몇 벌 살 바에야
저렴한 옷을 여러 벌 사서 입고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입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옷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옷이 많았지만
많이 안 입어서 상태가 참 좋았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제가 가지고 있는 옷 들 중에서
나름 비싸게 주고 산 옷들과
상태가 좋은 옷들을
중고나라에 팔기로 합니다.
이따금
옷을 잘 입는다는 칭찬도
들었던 적이 있던 터라
왠지 팔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인생에서
처음으로
소비자에서 판매자로 바뀌는 날이었어요.
'내가 중고나라를 이용할 때 어떤 점이 불편했을까?'
아이 옷과 물건들을
중고나라에서 검색하고 구매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생각하기가 좀 쉬웠던 것 같아요.
맞아.
문자로 질문하긴 왠지 불편했었지.
궁금증이 없게
정보를 자세히 제공해야겠다.
사진도 잘 보이게 밝게 찍어야지.
이왕이면
상의와 하의를 잘 매치해서
사진을 찍으면 잘 팔릴지도 몰라.
아이가 하도 예민해서
늘 잠이 부족했어요.
늘 피곤했거든요.
그런데
중고나라에 글을 올릴 때에는
피곤한 것도 잊고
아주 열심히 글을 올렸어요.
글을 다 쓴 후에는요,
마치 마음에 드는 소개팅 상대에게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휴대폰만 뚫어져라 쳐다봤어요.
드르르르르
첫 문자가 왔어요.
뭐라고 왔을지
너무너무 긴장이 되었어요.
자신의 체형을 말하면서
옷이 맞을 것 같냐고 여쭤보더라고요.
보통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저는 평소에도 질문을 받으면
꽤 자세히 답변을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아주 친절하게 답문을 해드렸습니다.
사겠데요.
너무 좋아서
선 채로
아이를 안은 채로
춤을 췄어요.
춤을 췄다기 보단
몸을 흔들었단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요.ㅎㅎ
전 몸치니까요.
그 뒤로
휴대폰에 문자가 와서
진동이 울릴 때마다
어찌나 설레고 떨리던지요.
그 와중에
깎아달라고 하는 문자가 제일 고민이 되었어요.
도대체 얼마를 깎아줘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삼일정도 팔았던 것 같아요.
다 팔았어요.
반품은 안된다고 했지만
어떤 분이 환불해 달라고 해서
환불해 드렸어요.
결과적으로 반품된 한 개의 옷만 빼만
나머지는 다 팔았습니다.
삼십만 원 가까이 벌었어요.
어?!
뭐야?! 나 영업에 소질 있는 거 아냐?!
라고 착각하게 만들 정도였다니까요.
"여보여보,
글쎄 내가 중고나라에 옷을 팔았는데 얼마를 팔았는 줄 알아?"
금액을 들은 남편이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 돈을 버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이번 일을 계기로 어렴풋이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