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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머리앤 Jun 03. 2024

나는야, 중고나라 완판녀!

나 영업에 소질이 있는 거 아니야?!

그거 아세요?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엄마들은

자기 몸이 예전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해요.


저라고 예외는 아니었어요.


저는 출산하고 나서 

몸무게가 출산 전과 비슷하긴 했었는데요.

체형이 뭔가 달라진 걸 느꼈어요.


몸이 더 커진 것 같았어요.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뼈와 뼈 사이가 벌어지고

배가 늘어났다 들어가서 그런지

예전에 입던 옷이

조금 타이트해진 기분이었어요.


게다가

결혼 전엔

미니스커트를 입기도 했고

귀엽고 짧은 원피스를 입기도 했었는데

출산하고 나니 못 입겠더라고요.

(늘 아이와 함께 외출을 하다 보니

너무 불편해서 못 입겠어요.)


때마침 남편의 근무지를 

제주도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사를 해야 했어요.

짐정리를 해야 했습니다.


그제야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습니다.

출산 전에 입었던 옷을 

정리해야 했어요.


저는 비싼 옷을 몇 벌 살 바에야

저렴한 옷을 여러 벌 사서 입고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입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옷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옷이 많았지만 

많이 안 입어서 상태가 참 좋았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제가 가지고 있는 옷 들 중에서

나름 비싸게 주고 산 옷들과 

상태가 좋은 옷들을

중고나라에 팔기로 합니다.


이따금 

옷을 잘 입는다는 칭찬도 

들었던 적이 있던 터라

왠지 팔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인생에서 

처음으로

소비자에서 판매자로 바뀌는 날이었어요.


'내가 중고나라를 이용할 때 어떤 점이 불편했을까?'


아이 옷과 물건들을 

중고나라에서 검색하고 구매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생각하기가 좀 쉬웠던 것 같아요.


맞아.

문자로 질문하긴 왠지 불편했었지.

궁금증이 없게 

정보를 자세히 제공해야겠다.


사진도 잘 보이게 밝게 찍어야지.


이왕이면

상의와 하의를 잘 매치해서

사진을 찍으면 잘 팔릴지도 몰라.


아이가 하도 예민해서

늘 잠이 부족했어요. 

늘 피곤했거든요.


그런데 

중고나라에 글을 올릴 때에는

피곤한 것도 잊고 

아주 열심히 글을 올렸어요.


글을 다 쓴 후에는요,

마치 마음에 드는 소개팅 상대에게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휴대폰만 뚫어져라 쳐다봤어요.


드르르르르

첫 문자가 왔어요.


뭐라고 왔을지 

너무너무 긴장이 되었어요.


자신의 체형을 말하면서 

옷이 맞을 것 같냐고 여쭤보더라고요.


보통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저는 평소에도 질문을 받으면

꽤 자세히 답변을 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아주 친절하게 답문을 해드렸습니다.


사겠데요.


너무 좋아서 

선 채로

아이를 안은 채로

춤을 췄어요.


춤을 췄다기 보단

몸을 흔들었단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요.ㅎㅎ

전 몸치니까요.


그 뒤로

휴대폰에 문자가 와서

진동이 울릴 때마다

어찌나 설레고 떨리던지요.


그 와중에

깎아달라고 하는 문자가 제일 고민이 되었어요.

도대체 얼마를 깎아줘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삼일정도 팔았던 것 같아요.

다 팔았어요.

반품은 안된다고 했지만

어떤 분이 환불해 달라고 해서

환불해 드렸어요. 


결과적으로 반품된 한 개의 옷만 빼만

나머지는 다 팔았습니다.


삼십만 원 가까이 벌었어요.


어?!

뭐야?! 나 영업에 소질 있는 거 아냐?!


라고 착각하게 만들 정도였다니까요.


"여보여보, 

글쎄 내가 중고나라에 옷을 팔았는데 얼마를 팔았는 줄 알아?"


금액을 들은 남편이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 돈을 버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이번 일을 계기로 어렴풋이 깨닫게 됩니다.





이전 08화 조금은 특별했던 저의 출산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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