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서신문 Jan 23. 2020

“올해엔 잘될거야 아마두?” 당신의 긍정은 위험하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내년엔 잘 될 거야 아마두/택배가 도착할 걸 아마두/여친이 생길 거야 아마두” (염따, 딥플로우, 팔로알토, The Quiett, 사이먼 도미닉의 ‘아마두’)


“나는 매일 아침, 인생은 정말 모를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어. 그러니 지금 당장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실망하지 말어. 나는 지금도 ‘얼굴엔 웃음, 마음엔 여유, 가슴엔 사랑’ 이 말을 항상 곱씹고 산다니깨!” (지병수의 『할담비, 인생 정말 모르는 거야!』)


연말연시 긍정을 담은 노래가 유행하고, 새해를 맞아 긍정을 담은 책이 출간된다. 이 세상에 긍정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이는 드물다. 론다 번의 책 『시크릿』이나 이지성의 『꿈꾸는 다락방』에 등장하는 사례들처럼, 긍정을 통해 인생을 바꾼 이들이 그 효과를 증명하고 있으며, 시중의 많은 책들은 여러 가지 객관적인 실험과 통계를 제시하며 긍정이 실제로 플라시보 효과와 마찬가지로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잘 살고 싶다면 “올해는 잘 될 거야 아마두”라며 긍정만 하면 되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긍정을 무작정 긍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가브리엘 외팅겐 독일 함부르크대 심리학과 교수는 책 『무한긍정의 덫』에서 다양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해서 그저 꿈만 꾸면 그 꿈과 소망이 실현될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책에서 외팅겐 교수는 장애물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긍정하는 행태를 비판한다. 그는 “현실 인식으로부터 동떨어진 꿈꾸기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며 “꿈꾸기라는 즐거운 행위는 우리의 소원을 마음속에서만 성취하게 해줄 뿐, 우리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고갈시켜 실제 생활에서 도전에 잘 대응하지 못하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그저 ‘다 잘될 거야’라는 식의 긍정이 꿈만 꾸고 정작 현실에서는 실행하지 못 하는 사람이 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꿈을 계속 긍정하는 동시에 꿈의 실현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구상화하기를 권한다. 외팅겐 교수는 “누구나 꿈을 곧바로 현실과 대면시키면 그 꿈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한다. 그 결과 전보다 더 무기력해지고, 동기 유발이 안 되고, 답보 상태가 돼버릴 수도 있다”며 “그러나 이것은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그는 꿈과 장애물을 동시에 생각하는 방법을 ‘심리적 대조’라고 일컫는데, 심리적 대조를 수행하는 사람은 꿈을 긍정하는 동시에 현실에서 장애물이 발생할 때 취해야 할 행동을 계속 구체화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좀 더 실용적인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게 된다. 


퓰리처상을 받은 기자 출신 작가 조셉 T. 핼리넌은 그의 책 『긍정의 재발견』에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긍정을 경계한다. 인생을 지나치게 긍정하다 보면 자신에게는 그 어떤 사고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방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일부 사람들은 매일같이 암과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나는 아닐 거야’라고 긍정한다. 일부 의사들은 자신은 손을 씻지 않아도 환자에게 병균을 옮기지 않을 것이라고 긍정하며, 자동차 운전자들의 90%는 그들이 대부분의 운전자들과 비교해 더 안전하며 따라서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고 믿는다.   


핼리넌은 “사람들이 어리석은 짓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어리석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는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많은 이들이 자신의 위험을 바라보는 지각이 긍정으로 인해 왜곡돼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처럼 왜곡된 지각이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기업의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사회적인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역설한다. 긍정은 힘이 있다. 그러나 무작정 긍정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냥 쉰다’는 사람 역대 최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