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어떤 음악은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낙엽이 떨어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 유행하는 노래는 지나간 사람과 사랑에 대한 추억을 환기한다. 그리고 “우리가 흔하고 뻔한 이별 노래에 가슴 아파하고 감동하고 무너져 내리는 이유는 아마도 울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일 겁니다”(윤종신 에세이 『계절은 너에게 배웠어』)라는 문장처럼 울 준비가 된 우리는 노래가 고막을 때리는 순간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 “이젠 버틸 수 없다고/휑한 웃음으로 내 어깨 기대어/눈을 감았지만”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연인의 과거와 현재를 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시간을 거슬러 지금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래가 있다면, 그것은 추억으로 향하는 ‘타임머신’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가을에 유행했던 노래 중에서 지금까지 대중이 흥얼거리는 ‘단풍 연금’ 노래를 꼽아봤다.
#1980년대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해맑은 미소로 나를 바보로 만들었소.”
80년대 가을 노래 중에서 2019년 가을 가장 사랑받는 노래가 있다면 단연 가수 유재하 ‘사랑하기 때문에’다. 이 노래가 지금도 대중의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유재하가 이 노래를 발표한 1987년 가을 우리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1987년 8월 20일에 발매한 1집 ‘사랑하기 때문에’의 타이틀곡인 이 노래는 유재하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11월 1일까지 차트 상위권으로 진입하며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그러나 그는 속절없이 떠났고 사람들은 그가 남긴 유일한 앨범으로 유재하를 기릴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두근거리는 마음은 아파도/이젠 그대를 몰라요.”
1980년대 노래 중 올가을 음원 차트들에서 두 번째로 인기 있는 노래는 1987년 봄에 발표한 가수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이다. 이 노래는 봄에 발표했지만 그해 가을에 더 인기가 있었다. 그리고 매년 가을 거리마다 들려왔다. 2014년 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의 앨범 ‘꽃갈피’에서 리메이크됐으며, 2015년 가을에 방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로도 쓰였다.
#1990년대
“내 사랑 그대 내 곁에 있어 줘/이 세상 하나뿐인/오직 그대만이/힘겨운 날에/너마저 떠나면/비틀거릴 내가/안길 곳은 어디에.”
1991년 가을은 그해 1월 발매된 가수 김현식의 6집 앨범 곡 ‘내 사랑 내 곁에’가 장악했다. 이 6집 앨범은 그의 어떤 앨범보다 더욱 아련하게 다가왔다. 그가 1990년, 유재하와 마찬가지로 11월 1일에 세상을 떠난 후 발매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듬해 가을, 이 노래로 낙엽처럼 떠나버린 그를 추억했다. 올가을 1991년 가을 노래 중 가장 사랑받는 노래다.
그러나 1990년대 가을 노래 중 2019년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노래는 따로 있다.
“며칠 사이 야윈 널 달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마지막까지도 하지 못한 말 혼자서 되뇌였었지/사랑한다는 마음으로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있어/나를 봐 이렇게 곁에 있어도 널 갖진 못하잖아.”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가 그 주인공이다. 이 곡은 가수 김연우와 정승환이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가면을 쓰고 열창했으며, 가요계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사라진 노래를 재조명하는 JTBC 예능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에서 가수 ‘거미’(본명 박지연)가 리메이크하는 등 끊임없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2000년대
앞자리가 1에서 2로 바뀐 새로운 시대답게 2000년대에는 ‘드렁큰 타이거’, ‘다이나믹 듀오’를 필두로 한 힙합 가수들이 많이 등장했고, 그 노래 중 다수가 여전히 인기다. 2000년대 가을 차트 100위권에 오른 노래 중 2019년 가장 인기 있는 노래는 2009년 10월 발표한 힙합 그룹 ‘다이나믹 듀오’의 ‘죽일 놈’이다. 두 번째로 인기 있는 노래는 역시 같은 해 발표한 힙합 그룹 ‘리쌍’의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다.
“널 그리는 널 부르는 내 하루는/애태워도 마주친 추억이 반가워/날 부르는 목소리에 돌아보면/텅 빈 거리 어느새 수많은 니 모습만 가득해.” 한편, 밀레니엄 시대 가을의 왕자는 가수 성시경이었다. 2000년 ‘사이버 가요제 뜨악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고 데뷔한 성시경은 2001년 4월 발매한 1집 수록곡 ‘내게 오는 길’과 2006년 발표한 ‘거리에서’로 ‘발라드의 왕자’로 불리며 높은 인기를 구가한다. 두 곡은 2019년 현재도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특히 ‘거리에서’는 2000년대 모든 가을 노래 중 2019년 가을 차트에서 세 번째로 인기 있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