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발백제성(早發白帝城)>
이른 아침 오색구름 감도는 백제성을 떠나
천 리 물길 강릉을 하루 만에 돌아오네.
양쪽 강기슭의 원숭이 울음소리 그치질 않는데
가벼운 돛단배는 첩첩산중을 지나왔다네.
朝辭白帝彩雲間, 조사백제채운간,
千里江陵一日還。천리강릉일일환.
兩岸猿聲啼不住, 양안원성제부주,
輕舟已過萬重山。경주이과만중산.
* 백제성白帝城: 사천성 중경시重慶市 봉절현奉節縣 동쪽의 백제산白帝山에 있는 산성이에요. 중경시에 있는 백제는 삼국시대의 백제百濟와는 다른 곳이에요.
* 강릉江陵: 지금의 호북성湖北省 강릉에 있어요. 백제성에서 강릉까지 대략 1,200여 리가 된다고 해요.
이백은 뒤늦게 원했던 정치적 포부를 펼칠 기회가 생겼어요. 그런데 주군으로 모신 분이 하필 영왕永王 이인李璘이었어요. 이인이 이끈 거사가 실패하는 바람에 이백도 연루되어 지금의 귀주성貴州省 야랑夜郞으로 유배 가게 되었어요. 유배지로 가는 도중 백제성을 지날 때, 이백은 사면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서 이 시를 썼어요. 이백에게는 백제성이 남다른 장소였어요.
이 시는 시인의 낙관적인 면모도 잘 보여줘요.
무산巫山과 협산峽山 사이로 빠르게 흐르는 물길을 타면, 하루 만에 강릉으로 갈 수 있어요. 이곳에서는 원숭이가 많아서 원숭이 울음소리도 잘 들려요. 특히 유배지로 가는 길에 암울했던 이백은 갑작스러운 기쁜 소식에 경쾌한 마음으로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가고 싶었어요. 이른 아침에 서둘러 배를 타고 강릉으로 향했죠. 배가 천천히 갔더라면 울어대는 원숭이 소리에 신경이 날카로워졌을 수도 있겠지만, 빠른 속도로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시인의 귀에는 이마저도 기쁨으로 다가왔어요. 빠른 물살과 자유의 기쁨이 잘 어울려진 경쾌한 시이죠.
우리는 자유로울 때 자유의 소중함을 모를 때가 많아요.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죠. 이백도 본의 아니게 역모에 연루되어 감옥에 가고 유배를 가게 되었어요. 잘못된 판단으로 말이에요. 그래도 다행히 사면받았지만요.
우리 역시 항상 바른 판단을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어요. 늦지 않게 바로 잡고, 바른길을 찾아 자유를 마음껏 누리면 좋겠어요.
왕망王莽의 수하 중에 공손술公孫述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지금의 사천성에서 촉왕蜀王으로 자칭하며 야망을 들어냈어요. 이 땅에 있는 한 우물에서 흰 안개가 자욱한 것이 마치 흰 용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어요. 이를 본 공손술은 ‘백용출정白龍出井’이라는 말을 퍼뜨려 자신이 장차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며, 여기에 성을 쌓았고 백제성이라고 불렀어요.
이곳은 장강삼협을 바라보기 좋은 곳으로 이백뿐만 아니라 두보, 백거이白居易, 유우석劉禹錫, 소식蘇軾 등 유명한 시인들이 시를 남겨서 ‘시의 도시詩城’라고 불려요.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劉備가 바로 이곳 백제성에서 숨졌어요. 오吳 나라와의 싸움에서 패한 후 제갈량諸葛亮에게 유언을 남겼어요. 220년 관우關羽가 동오東吳에서 죽자, 유비는 통곡했어요. 그는 신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군사를 이끌고 동오로 복수하러 갔어요. 도중에 장비張飛도 반군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공격을 강행하여 육손陸遜에게 크게 패하고 백제성으로 물러났어요. 그리고 나서 유비는 큰 병을 얻어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기에 성도에 있는 제갈량을 불러 태자 유선劉禪을 맡기고 63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어요. 삼국지에 나오는 도원 삼 형제가 큰 뜻을 못 이루고 이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어요.
早: 일찍 조
發: 쏠 발
白: 흰 백
帝: 임금 제
朝: 아침 조
辭: 말씀 사
彩: 채색 채
雲: 구름 운
間: 사이 간
千: 일천 천
里: 마을 리
江: 큰 내 강
陵: 언덕 릉
一: 한 일
日: 날 일
還: 돌아올 환
兩: 두 양
岸: 언덕 안
猿: 원숭이 원
聲: 소리 성
啼: 울 제
不: 아닐 부
住: 살 주
輕:가벼울 경
舟: 배 주
已: 이미 이
過: 지날 과
萬: 일만 만
重: 무거울 중
山: 뫼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