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새로운 취미활동을 시작했다. 라인댄스이다. 몸치인 나는 '새로운 것을 배워보자' 마음먹고 센터에 등록을 했다. 첫 시간, 진분홍 치마를 입은 강사님 수업이 재미있고 유쾌하다.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그렇게 일주일에 두 번씩 출석하며 배운 라인댄스가 벌써 1년이 다돼 간다.
학교 수업 교양 과목 '감정코칭'에서 모든 감정은 해소되어야 한다고 했다. 안전한 대상에게, 안전한 상황에서, 안전한 방식으로. 감정 단어를 명명하고 '말, 글, 몸'으로 밖으로 꺼낸다. 표현할 때, 그 감정에 주의를 집중하며 끝까지 따라가야 한다. 내 마음엔 슬픔이 항상 자리했는데, 강의를 듣고 난 '글과 몸'으로 그 감정을 밖으로 꺼냈구나 싶었다. 예전보다 마음이 가벼워졌다고 할까. 댄스 수업을 수강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여름에 댄스 작품 발표회를 했는데, 이달 12월에도 예정되어 있다. 그동안 배운 작품 여덟 곡을 네 개 조 회원들이 두 곡씩 연습해서 선보이는 시간이다. 이번에 내가 속한 조는 회원들이 어려워하는 작품이 있어 연습이 필요하다. 수업 시작 이, 삼십분 전에 가서 동작을 알려드리고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It's now or never'에 맞추어서 룸바 스텝을 밟는데, 어려워하는 회원들을 위해 외우기 쉽게 동작에 이름을 붙였다. 반복해서 그 이름을 외치며 동작을 알려드렸다. 개별적으로 천천히 하면 잘 따라 하는데, 음악 틀고 연속으로 해야 할 때는 스텝이 꼬이기도 한다. 그래도 앞으로 세 번의 연습 기회가 남아 있다. 조원들과 연습하는 과정을 즐기며 발표회 날짜를 향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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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발표회 리허설을 했다. D-7일 전이다. 우리 조가 하는 곡은 다른 조에 비해 스텝이 많지만, 틀려도 좋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를 바란다. 동작을 반복해서 연습하고, 인사를 어떻게 할지, 옷은 어떻게 맞춰 입을지 등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예술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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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대망의 발표회를 가졌다. 먼저 시작한 조들의 공연을 보며 기다리다가 우리 조 차례가 되었다. 차렷하고 옆으로 한 번, 뒤쪽으로 한 번 인사를 하고 음악에 맞춰 시작한다. 처음에 잠깐 박자가 안 맞았지만 다시 원래 박자를 찾고 잘 끝냈다. 평소에 잘하던 분도 긴장해서인지 동작이 잘 안 됐다고 한다. 두 시간 남짓 시간 동안 서로의 공연을 보며 얼마나 힘들게 연습했을지를 떠올린다. 모두 얼마나 열정을 다해 준비했는지 알기에 틀려도 괜찮다. 하루하루 준비한 시간들 모두 우리에겐 공연이었다.
무엇이든 반복하는 것은 힘들다. 재미있는 것도 계속하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그래도 공연을 위해 소통하고 서로 챙기며 함께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행사를 하면 동지애 같은 끈끈함이 생기는 것 같다. 조원들과 '사랑합니다' 한 손으로 하트를 만들며 사진도 찍고 추억 하나를 만들었다.
공연의 곡들이 참 다채롭다. 우리나라 가요, 팝송, 카우보이 댄스 음악, 힙합스러운 빠른 곡, 룸바, 왈츠 등 다양한 곡에 각각 맞는 스텝과 춤사위! 저 많은 곡을 소화해서 알려주신 선생님이 새삼 존경스러웠다. 우리끼리 만드는 자리지만, 곡마다 의상과 소품을 다르게 준비한 회원님들의 정성도 빛이 났다.
조별 발표가 끝나고 단체 댄스 시간이다. 크리스마스 캐럴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에 맞춰 춤을 췄다. 60명 정도 되는 인원이 큰 원을 이중으로 두 개를 만들고, 옆으로 이동하며 마주 보는 파트너를 바꾼다. 오른손, 왼손을 번갈아 잡고 율동을 하다가 오른손을 맞잡고 안 쪽, 바깥쪽 사람이 차례가 되면 빙그르 돈다. 선생님이 준비하신 마카레나춤까지 배우며 웃고 즐긴, 근사한 크리스마스 파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