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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누구나 벌레가 될 수 있다

<시> 그레고르 잠자, 선물

by 책읽는아이린

몇 년 전 변신에 관한 시를 쓴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시를 읽어보신 교수님이 카프카의 작품 <<변신>>에 대해 말씀하셨다. 줄거리는 알고 있지만,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919년에 발표된 이 작품이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전으로 읽히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하며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내 몸이 벌레로 변해있다면?

그레고르 잠자는 하루아침에 자신이 해충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넓적한 머리에 다리 양쪽에는 많은 다리가 있다. 몸이 커져 움직이기도 힘들어졌다. 그가 문 열기를 망설이자 어렵게 그를 본 아버지, 어머니, 누이, 찾아온 직장 상사 모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의 방으로 다시 들여보내려는 아버지는 아들의 몸을 밀어붙였다. 몸의 한 편이 들리더니, 그는 문이 열린 틈 사이로 비스듬히 걸려 누웠는데 한쪽 옆구리가 쓸려서 상처가 났다. 꽉 끼어 혼자선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자, 한쪽 편의 작은 다리들은 높이 허공에 떠 있고, 다른 편 다리들은 고통스럽게 바닥에 짓눌린다. 그때 아버지가 발길질로 그를 방으로 들여보낸다. 그는 피를 흘리며 자기 방으로 날아 들어간다.




그레고르 잠자


꿈에서 깨어나자 벌레가 되어 있는 그

가느다란 여러 개 다리가 허우적거린다.

가족들 충격받을까 봐

문고리를 잡는다


벌어진 문틈으로 그의 모습 보고는

넋이 빠져 식탁으로 뛰어오르는 어머니

아버진 세찬 발길질로

아들을 밀어 넣는다




그레고르는 아버지가 5년 전부터 일할 수 없게 되자, 외판 사원으로 일하며 가족들을 부양했다. 그에게 열 일여섯 살 누이를 음악 학교에 보내주려는 계획도 있었다. 누이가 그에게 하루 두 번 음식을 가져다주고 그의 상태가 어떤지 부모에게 전한다.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어머니를 볼 기회가 생긴다. 아버지가 외출했을 때, 그의 방안에 있는 가구를 누이가 옮기는 것을 도우려 어머니가 들어온 것이다. 장롱과 책상을 옮기는 것을 보며 벽면 그림에 붙은 그는 그 그림을 사수하려고 애쓴다. 자신의 것들이 사라지는 것들을 지켜보고 마지막 하나는 지키고 싶었던 마음을 들여다본다. 그런 상황에서 무엇이든 위로를 주는 대상이 그에겐 필요했으리라. 그것이 사물, 그림이라도.


아버지가 사과를 던지며 그레고르를 공격한다. 누이가 비명을 지르고 어머니는 그레고르의 목숨을 보존해 달라고 빈다. 사과가 그의 등 살 속에 그대로 박히게 된다.

집안 사정은 점점 빠듯해져 갔다. 아버지는 하급관리들에게 아침 식사를 날라다 주고 어머니는 바느질 일을 하고, 누이는 판매대에서 일한다. 식구들 모두 지쳐갔다. 어느 날, 어머니가 그의 방청소를 하자 누이는 마음이 상해 발작적인 울음을 터뜨리고, 아버지는 흥분한다. 반면, 새 가정부는 그레고르를 보고 조금도 혐오하지 않는다.


방 하나에 세 하숙인들이 들어왔다. 그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관찰하고 듣는다. 그는 그들이 먹는 것을 보고는 '저 하숙인들이 먹고사는 대로라면, 나는 죽고 말겠다.'라는 생각 한다. 그는 인간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어느 날, 세 하숙인들이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아버지에게 누이가 방으로 나와 연주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자, 그렇게 한다. 그것이 그가 세상을 떠나도록 만들 결정적 사건이 될 줄이야... 연주 소리에 이끌려 그레고르는 방문을 열고 누이가 있는 곳으로 기어간다. 하숙생들은 그를 보았고, 연주는 중단된다. 놀란 그들은 즉시 방을 비우겠다고 말한다.


누이는 그를 내보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것에게서 벗어나도록 해봐야 돼요', '이게 오빠라는 생각을 버리셔야 해요', '이 동물은 우리를 박해하고, 하숙인들을 쫓아내고, 집을 독차지하여 우리로 하여금 골목길에서 밤을 지새우게 하려는 거예요.' 그는 이런 말을 다 들었을 것이다. '만약 이게 오빠였더라면, 사람이 이런 동물과 함께 살 수는 없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리고 자기 발로 떠났을 테지요.'


그는 자신이 없어져 버려야 한다는 데 대한 생각은 누이보다 한결 더 단호했다. 시계탑의 시계가 새벽 세 시를 칠 때까지 그는 조용히 숙고한다. 주위가 밝아지는 것을 보았고, 자신도 모르게 아주 힘없이 머리가 떨어진 채 마지막 숨을 흘려보낸다. 음식을 거의 못 먹어 납작해진 몸으로.


가족들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셋 다 결근계를 낸 후 전차를 타고 교외로 향한다. 내외는 딸을 위해 착실한 남자를 찾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들에게 새로운 꿈과 좋은 계획처럼 비친다.


혼자서 쓸쓸히 마지막 숨을 내쉬며 떠난 그에게 들려온 바이올린 소리는 선물과 같았으리라. 그 순간 잠시라도 위로받았기를...



선물


음악학교 보내려던

누이의 바이올린 소리


식구들 힘들게 해

죄스러운 그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마지막 숨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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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벌레가 될 수 있다. 벌레는 아픈 사람일 수 있고, 퇴직해 쓸모가 없어진 사람일 수도 있다. 사람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사회에서 능력이 없어지면 자기 효능감이 바닥으로 내려앉게 되는 경우가 많고.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현실이다. 인간 쓸모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사회상을 반영한 까닭에 작품 <<변신>>이 오래도록 고전의 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게 아닐까.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세상을 떠나자 식구들은 안도한다. 아버지는 그가 죽고 나자 '이제 우리는 신에게 감사할 수 있겠다'라고 말한다. 소설에서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을 대신해 식구들을 벌여 먹여 살렸는데도, 그가 하루아침에 모습이 변하자 막 대하고 사과를 던지며 공격까지 한다.


그레고르는 식구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했더라도 마지막까지 그들을 감동과 사랑으로 회상했다. 그래서 죽음을 결심했을 때 단호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모습은 그렇더라도, 정신은 멀쩡하고 말도 할 수 있었는데... 가족들의 태도가 아쉬웠다.


지친 누이가 그를 내보내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는 어떤 방법을 생각했을까? 커다란 벌레의 모습을 한 사람을 밖에서 받아줄 곳이 있었겠는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말을 듣게 해 그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도록 한 것 같다. 그는 식구들을 위해 희생했지만, 그들은 그를 죽게 했다.


벌레가 지금 현시대에서 집안의 아픈 가족이라면?

집에서 간병하고 있는 많은 이들은 힘들게 하루하루를 이어가며 버틴다. 요즘은 요양 기관이 늘어나며 정부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있다.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그 혜택을 몰라서 지나치고 어려움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소설처럼 저렇게 식구를 보내는 경우도 생긴다. 사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는 현실이 씁쓸하다. 환자가 기관의 도움을 받고 지내도록 해주면 좋겠다. 그런 제도를 이용하고 돌봄 가족들이 잠시라도 웃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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