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요즘 식탁에서 대접받는 반찬이 있다. 가지볶음이다. 마땅한 반찬이 없을 때, 가지볶음을 밥에 얹으면 다른 반찬이 생각나지 않는다. 가지볶음은 김치찌개다. 두부를 넣은 김치찌개만 있어도 한 끼 반찬으로 충분한 것처럼. 가지는 양념의 옷을 입고 폼을 잡는다.
기름을 두르고 마늘과 양파를 볶다가 자른 가지를 넣는다. 이때 타지 않게 물을 몇 숟갈 넣으면 좋다. 양념은 간장과 설탕을 삼 대 일 비율로 넣고 들깻가루를 한 숟갈 넣어준다. 불을 끈 다음, 들기름을 한 바퀴 두르면 끝이다.
고소한 향이 우리 집 식탁을 맴돈다. 생으로 먹기 힘들지만, 양념으로 맛을 내면서 가족들도 맛있다고 해주는 반찬이 된다. 양념이 없었으면 어떻게 가지를 먹었을까.
가지같은 양념은 또 있다.
나는 식사할 때 음악을 틀어놓는다. 주로 가사가 없는 클래식 피아노곡을 트는데, 그중에서도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좋아한다. 그의 섬세한 연주로 쇼팽의 <녹턴>은 아침을 깨우며 안개 낀 머릿속을 시냇물이 되어 흐르곤 한다. 잔잔하게 흐르는 선율은 종이처럼 구겨져 있던 마음을 편다.
우리나라 가요는 가사가 좋은 노래에 관심이 간다. 가수 임영웅의 ‘내가 곁에 있어’라는 메시지를 주는 <홈 HOME>, 막다른 길도 밟아 가다 보면 먼 훗날 그대의 소로가 될 거라 말해주는 심규선의 <소로>, 깡통 로봇의 시선으로 말하는 김필선의 <마마> 등. 가수들의 목소리는 내게 따뜻한 차 한잔을 건네곤 한다. 또, 생각하지 못했던 곳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때로는 시적인 가사들을 발견할 때면 감탄하게 된다.
음악이 없었다면 내 일상은 밋밋한 생가지 맛이 아니었을까. 가지를 맛있게 만들어주는 양념처럼 내게 음악은 하루의 맛을 돋우는 양념이다.
가끔 일상에서 오르막길이 보이면 발걸음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노래를 불러본다. 노래는 마음속에 묶여 있던 매듭을 풀어준다. 눈앞에 놓인 산등성을 활력소가 되어주는 것들과 즐겁게 걸어가려 한다.
음악 외에 그림에도 관심의 촉을 세우는 요즘이다. 그림은 내게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을 보여주며 어떤 근사한 맛을 낼지 기대된다. 양념이 되는 것들을 많이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