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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by 책읽는아이린

여름이 되면 배우고 싶은 운동이 있다. 서핑이다. 파도를 타는 서퍼들의 모습을 볼 때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다가오는 파도를 보드를 타고 가볍게 뛰어넘는다. 서핑 영상에서 연습하는 이들의 모습을 봤을 때 넘어지는 장면이 많다. 보드 위에서 중심을 잡고 서 있는데, 파도에 넘어지지 않는 법을 알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할 때, 넘어지면서 익히듯이 서핑도 그렇지 않을까.


자전거를 배우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의 여의도 공원이 생기기 전 그 자리에는 광장이 있었다. 나무 한 그루 없던 드넒은 광장에서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를 빌려 타던 시절. 스무 살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엄마와 여의도 광장에 갔다. 자전거 안장에 앉자, 엄마가 뒤에서 넘어지지 않게 잡아주었다. 자꾸 한쪽 발이 땅을 딛고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기를 한참하다 두 발을 페달에 얹고 바퀴를 구르며 나아갔을 때, 얼마나 시원했던지! 더운 햇볕아래서 마주오는 바람을 맞았다. 내게 자전거는 시원함이었다. '잘 타네' 하는 엄마의 말과 함께.


엄마 목소리가 사라졌다. 작년 이 맘 때만 해도 내가 하는 말을 따라서 했는데, 아니 올해 3월 초까지만 해도 <동백아가씨> 노래를 조금씩 따라 불렀는데. 이제는 아예 입을 떼지 않는다.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아침 식사하고 양치하고 한 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눕혀드린다. 엄마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동영상을 틀어드린다. 말을 시켜도 대답없는 엄마 옆에서 팔을 주무른다. 점심과 저녁도...


엄마는 하루가 얼마나 지루할까. 차라리 엄마가 이런 상황을 느끼지 못했으면 좋겠다. 팔을 다쳤을 때처럼.

엄마가 건강했던 때의 모습이 아득하다. 가끔 그때를 떠올릴 때면 파도가 한 번씩 지나간다. 슬픔을 몰고 오는. 그 파도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오늘도 마음의 중심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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