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온다는 것

psychodynamics

by 하리

흔히들 MBTI에서 말하는 외향형과 내향형의 경우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얻거나 혹은 에너지를 소진하게 되는 유형이 있겠으나, 이미 알고 지내던 사람 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어느정도의 부담을 안고 있을 겁니다. 저같은 극내향인의 경우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어야 한다는 부담은 아주 큽니다. 설레거나 신선함과는 거리가 먼, 심리적역동, 정신역동이라해야 하나요? 심하게 요동칩니다. 그 사람을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어느 선까지 오픈해야 하는지 결정하기도 전에 상대가 치고 들어오면 당황하기도 하지요. 다만, 그간의 경험들로인해 좀더 세련되게 포장할 수 있게 하거나, 아닌척 연기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으나 안에서 요동치는 역동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용인교육지원청 관할 교육자원봉사센터의 봉사단에 소속되어 있는 나는 거의 매년 봄에 신규 봉사자 모집을 위한 공개강좌를 엽니다. 공개강좌를 할 때마다 반복되지만, 신청자는 많은데 봉사를 하겠다고 남는 이들은 십여명 안팎입니다. 그리고 연말쯤 되면 서너명으로 줄어듭니다. 올해도 사십여명의 참여자 중에 열명이 봉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연말까지 몇명이나 함께 할 수 있을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봉사는 시간이 남는 사람이, 나이가 들어 할 일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일로 여기곤 합니다. 하지만, 교육봉사는 시간만 남는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연구하고 수업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일을 하는 사람이 봉사를 더 많이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열가지 일하는 사람은 한가지 일을 더 할 수 있지만, 일하지 않는 자가 일을 시작할 때 그걸 유지해 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시간을 내어 다른 이들과 함께 의미있는 일을 꾸준히 해나간다는 것. 어떤 대가가 주어지지 않아도 꾸준히 해 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숭고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봉사자들이 매년 봄에 새로이 유입되었다가 겨울에 '이제 그만' 하고 나가는 걸 6년째 지켜보면서 그때마다 생각나는 시가 있습니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입니다.


방문객-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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