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얹혀가야

치는 파도 앞에 서 있다

by 하리

연휴에 홍천 나들이를 했다. 이 나이에 워터파크라니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형편상 그나마 잠시 쉴 수 있으려나 하고 선택한 곳이다. 아이도 어리고, 해 놓은 것도 없고...동료들 제 앞길 갈 때 나는 뭘하고 있다가 뒤쳐져 지금 여기에 머무르고 있는 건지 마음이 복잡하다 못해 암담하기까지 하다.

오랫만이었으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들이를 흔쾌히 반긴 식구는 없는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정서가 좀 말라 있었고, 아이는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마른 정서에 물을 붓기에 이번 나들이는 그닥 충분치 않았고, 사춘기 아이에게 부모와 함께 하는 물놀이나 리조트 1박은 그리 반가운 여행 프로그램이 아니다. 안다. 알고 있다. 하지만 뭐가 됐든 우리 가족에게 쉼이 필요했었다. 이 나이에 무슨 물놀이가 좋겠나. 하지만 그냥 따라주기로 했으니 온천탕을 드나들면서 파도타기도 유스풀도 감내했다.


사춘기 아이는 유일하게 유스풀에서 깔깔 웃었다. 물을 튀겨 놓고 앞으로 먼저 가겠다면서 웃었다. 아이의 웃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서 따라가다가 가만히 파도의 흐름에 몸을 실어 보았다. 인공으로 만든 파도는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가면서 한바퀴 돌아 제자리에 데려다 놓았다. 한바퀴 더 돌자고 하길래 또 그냥 몸을 두었다. 그랬더니 다시 제자리에 돌아왔다. 그리고 파도풀에 가서 또 몸을 실어 보았다. 파도에 맞서기 싫어서 파도를 뒤로 하고 떠 있었더니 예측할 수가 없어서 물이 머리를 적셨다. 몸에 힘을 줘서 그렇다. 파도를 보고 예측해보려고 몸을 뒤로 돌려 파도와 맞섰다. 파도가 눈 앞에 보이자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몸에 힘을 주면 그 더러운 물이 입으로 들어 간다. 하지만 몸에 힘을 빼고 파도에 몸을 맡기면 파도가 점점 내 몸을 바깥 쪽으로 밀어낸다. 그래서 결국 물 밖으로 나가게 된다.


파도에 몸을 실어야 하는 거였나 보다. 파도가 하자는데로 했어야 했나 보다. 몸에 힘을 주면 문제가 생기는 거였다. '하늘의 뜻을 알았다'는 의미의 지천명이 이거였나? 파도풀에서 깨달은 지천명이라니? 하늘의 뜻을 몰랐다는 거였네. 발버둥치니 문제가 생긴 거였네. 발버둥을 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나날들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물이 입에 들어가고, 머리까지 적셔 기분을 망치게 한다. 삶이 그랬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데 아닌가 보다. 삶은 지금 더 힘들어 졌다. 몸이 바쁘지 않으면 마음이 어지러워진다. 마음을 쉬고 쉬고 싶다는 생각마저 사치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기적이라고? 그래 기적이었던 것 같다. 기적이 아니라고 우겼기에 이 모양이 이꼴이 된 거다.

파도에 내동댕이쳐진 꼴이라니. 그 파도가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제는 예측할 수도 없고, 예측이 된다한들 의미가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러한 우울감을 벗어날 수 있으려나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보지만, 우울감은 사그러들지 않는다. 이 상처에 언제 딱지가 생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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