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극곰 Oct 15. 2020

대화하고 나면 기분이 상하는 사람

남을 휘려치기 하는 열등감

몇 마디 대화만 나눠도 기분을 묘하게 상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부정'주의자라는 것이다. 그들은 늘 안 좋은 것만 지적하고 타인이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대한 열등감을 숨긴 채 꼭 다른 사람에게 화살을 던져 감정을 상하게 만든다.



6개월 전에, 본사로 간 동료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함께 지점에서 일했던 동기인데 그는 2년 전에 먼저 본사로 들어갔고 나는 지점 생활을 다른 동기들보다 길게 하고 있었다. 당시 나도 본사 근무를 희망하여 본사로 이동하기 위한 준비를 열심히 했던 시기였지만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예정된 본사 이동이 틀어질 위기에 있었다.


"그나저나 너 본사는 언제 오는 거야?"

"사내이동 합격은 했는데 이동하기로 한 부서가 사라질 위기인 거 같아."

"빨리 와 본사로. 너 거기 있으면 죽도 밥도 안돼."

"본사 가는 게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깐. 이동 안되면 이직해야지."

"지금 코로나 때문에 이직이 쉬운 줄 알아?"

"내가 있는 직무는 그래도 수요가 있잖아."

"글쎄다. 그것도 잘하는 사람이 워낙에 많아서."


그는 마치 나를 걱정하는 듯이 조언처럼 말했지만 나는 그가 나를 무시하는 뉘앙스를 느꼈다. 특히 '너 거기 있으면 죽도 밥도 안돼'라는 말은 곱씹을수록 화가 났다. 그리고 뜻대로 되지 않으면 이직을 하겠다는 나의 말에도 구태여 '글쎄 그게 쉽겠니?'라며 반문을 표하는 것도 전혀 날 걱정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 번은 퇴근 시간이 훌쩍 넘어 그에게 전화가 왔다. 괜히 대화를 해봤자 기분이 상하는 사람인지라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


"어 난데 퇴근했어?"

"퇴근했지. 무슨 일이야?"

"역시 좋은 부서네."

"뭐야 이 시간에? 아직 퇴근 안 했어?"

"응 여긴 아직..."

"무슨 일로 전화했어?"

"아 업무 물어볼 게 있어서.."


그가 내게  질문은 ‘죽도 밥도  되는 직무'라고 말한 업무에서 배운 아주 기초적인 업무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 알겠어.  아는  있어야지.. 알겠어. 고생해"라고 말하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전화에서 나는 그는 회사에서 자신의 업무나 역량에 대해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그가 열등감이 있음을 눈치챌  있었다. 그는 본인의 상황과 자기 자신에 대한 열등감, 불만들모아서 괜히 남을 깍아내리는 것이다. 그제야 그런 그가 짠하게 느껴졌다.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던 그의 말은 나를 얕잡아본 게 아니라 자기에 대한 열등감이었구나.


그 후 5개월 뒤에, 내가 더 좋은 대우로 이직을 하게 되었을 때도 그는 축하한다는 말보다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을 뿐이니 말이다.



이렇게 남을 인정하지 않고 깎아내리려고 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은 부정적인 감정을 전파한다.


오래전 대학 동기이자 룸메이트였던 친구는 내가 누군가를 칭찬하면 그게 그렇게 큰 칭찬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구태여 부정적으로 타인이나 상황을 묘사했다. 그런 그녀는 꼭 남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본인의 상황이나 본인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부정적이었다. 좋은 말로 위로하거나 격려하면 그게 아니라며 자신의 상황이 내가 보는 것보다 더 절망적인 상태인 듯이 말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 옆에 있으면 글루미한 기운이 느껴졌다. 마치 나도 옆에서 우울해질 것 같고 부정적으로 상황을 봐야 할 것 같은 느낌 말이다. 그런 어두운 감정은 내게서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졸업을 하고 그 친구와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간간히 연락은 왔고 그녀는 늘 자신의 상황을 불평하고 불안해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내가 느낌 감정을 털어놓았다.


"나는 네가 정말 성실하다고 생각해. 00아. 그런데 너의 단점은 부정적이라는 거야. 긍정적으로 바뀌려고 노력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    


지난 2년간 그녀를 보면서 느꼈던 나의 감정을 칭찬과 섞어 털어놓았다. 그녀를 지적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고 더 좋은 방향으로 친구로서 조언하고 싶었다. 의도가 어찌 됐던 내 말을 들은 그 친구는 머쓱해했고 그 이후에 다시는 그 친구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때는 이상하리만큼 남을 칭찬하는 꼴을 못 보는 그녀가 특이하게만 보였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자기 자신의 장점마저 못 볼 정도로 열등감을 갖고 있지 않았나 싶다.


자기 자신에 대해 열등감이 있는 사람은 남을 칭찬하지 않는다. 남이 자기보다 잘되는 모습을 보면 절대 그 모습을 부러워하거나 칭찬하지 않고 단지 운이 좋았다고 말하는 식이다.


한 번은 5수해서 서울대를 간 사람의 유튜브를 본 적이 있다. 그런 그 서울대생의 유튜브에 댓글에는 그녀의 끈기와 집념, 강한 멘탈을 칭찬하는 글만 있지 않았다. 누군가의 노력과 성취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보다 더 노력해서 더 나은 성취를 해낸 사람의 노력과 성취를 조롱하고 무시하려 든다.  


"5수까지 할 정도만 집에 돈이 많나 보다. 돈만 있으면 나도 하지."

"여자니깐 가능하지. 저것도. 남자여봐 군대 가는데 5수하는 것조차 어렵지."


그렇기에 그녀에게 누군가 “5수해서 서울대 간 거 안 창피해?”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을 것이다. 서울대까지 갔는데 창피할건 뭐람. 그녀는 오히려 서울대에 있는 친구들은 5수까지 한 그녀의 열정을 인정하고 자신들보다 더 대단하다고 말해준다고 답했다. 그녀의 대답에서 서울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타인의 노력과 성취를 인정할 줄 아는 여유가 있음이 느껴졌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긍정적으로 타인의 장점, 성취를 인정할 줄 안다. 그래서 그들은 남들을 있는 그대로 칭찬할 여유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행여 자신이 부정적인 상황에 놓여도 그걸 긍정적으로 이겨내지 남을 깍아내리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누군가의 장점 혹은 좋은 일을 있는 그대로 칭찬하고 축하하지 못한다면 그건 내 스스로 열등감이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닐지 되돌아보자. 열등감이란 누구나 있는 것인데 이게 나를 더 나은 모습이 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닌 남을 깍아내리는 칼날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나?


그게 바로 대화하고 나면 기분 나빠지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상처가 글쓰기로 치유되는데 걸리는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