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극곰 Apr 17. 2022

브런치와 블로그는 뭐가 다를까?

브런치의 위기

작년에는 그래도 매주 1편씩 꾸준히 브런치에 글을 썼지만, 올해 들어보니 브런치에 글을 쓴 건 고작 2편이고 9편 정도 일상 그림을 그린 게 전부이다. 사실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부터는 브런치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든 건 사실이다. 매주 브런치에 글 쓰는 재미에 빠졌던 내가 왜 올해부터 브런치를 소홀히 하고 있는가 하면 그 이유는 바로 '블로그' 때문이다. 결혼 준비를 시작하면서 한 달 전부터 블로그에 빠졌고 매일 1포스팅을 목표로 달려가다 보니 상대적으로 브런치에 쓸 에너지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브런치는 제자리걸음인 구독자 수에 반해, 블로그는 매일 500명 이상의 방문자수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블로그 한 달 차의 새내기지만, 한 달 동안 블로그를 하면서 느낀 브런치와 블로그의 차이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1) 브런치는 스토리가 있고 블로그에는 정보가 있다.

브런치는 작가가 쓴 글을 엮어서 브런치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브런치 글들은 큰 주제를 가지고 스토리텔링 하듯 이어지곤 하는데 그 브런치북을 통해 작가의 경험들이 연대기식으로 스토리텔링 되곤 한다. 그래서 브런치 글을 보면서 작가의 이야기에 빠져 감동도 받고 화나기도 하고 깨닫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그렇게 한 편의 글을 읽고 재밌으면 그 작가의 다른 글들로 이어서 읽게 되는 매력이 있다. 또한, '연애', '취업' 등의 뻔한 주제라도 작가마다의 경험이나 인사이트가 다르니 드라마틱하고 유니크한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다.


반면, 블로그는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나 후기를 찾아 초록창에 검색해서 들어가는데 이때 우리가 원하는 건 '경험에 대한 추천/비추천 후기', '세부사항', '방법' 등의 정보이다. 그러다 보니 작가만의 경험을 통한 스토리텔링과 인사이트보다는 경험을 통해 이 상품과 식당을 추천하는지 혹은 이 식당의 주차, 콜키지, 메뉴, 혹은 어떤 방법 등에 대한 정보일 것이다. 그래서 그 정보가 있다면 그 정보를 확인하고 나오고 정보가 없다면 다른 블로그를 찾아 나선다. 그러니 정보글은 언제든 대체가 될 수 있다. 가끔가다 블로거의 포스팅 콘셉트이나 다른 포스팅도 관심이 가면 구독을 누르지만, 대체로 블로그를 하지 않는 이들은 블로그에서 얻을 정보를 얻고 나면 공감이나 댓글과 같은 소통은 하지 않고 나온다. 그러니 브런치와 블로그는 클릭을 유도하는 제목부터 다르다.


[브런치 제목]

부장님은 왜 회식을 좋아할까?

퇴사 후 불안을 달래는 방법

남편이 결혼을 후회한다고 대놓고 말했다.

엄마는 나를 대충 키우는 것 같아


브런치는 제목을 보면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궁금해진다. '왜?' 부장님은 회식은 좋아하는 건지? '어떻게' 퇴사 후에 불안을 달랠 수 있는 건지?라는 궁금함이 제목을 보고 떠오르면 클릭하는 방식이다. 물론 브런치에도 정보를 정리하는 글들이 있지만, 그런 정보들이 인터넷 서칭을 통해 쉽게 얻을 정보라기보단 저자의 인사이트와 경험을 토대로 정리된 정보들이 많다.


[블로그 제목]

자가격리 지원금 (개편된 코로나 생활지원금 신청)

2022 신혼부부 전세대출 조건 알아보기

강원도여행, 순긋해변 사근진해변 동해 캠핑장소

방배동 회식장소 모임 장소 제격이었던 한울갈비


반면, 블로그는 내게 필요한 정보를 먼저 검색해보고 그 정보를 가장 클리어하게 담은 것 같은 최신 정보를 찾기 때문에 제목 또한 어떤 정보를 담은 포스팅인지 정확하게 표현한다. 한마디로 브런치와 블로그를 찾는 독자들의 니즈(스토리 or 정보)가 다르다.




2) 브런치는 구독자수가 있고 블로그는 방문자수가 있다.

브런치에서는 내 브런치에 방문한 사람이 몇 명인지는 알 수 없다. 브런치에서는 방문자가 아닌 조회수를 기준으로 통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1명이 10개의 글을 읽어도 조회수 10개로 카운팅 되기에 정확하게 몇 명이 내 브런치를 와서 글을 읽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내 브런치 자체에 대한 반응을 알기 쉽지 않다. 노출이 안돼서 조회수가 적은 건지 노출은 되나 한편만 읽고 다음 편으로 이어지지 않아 조회수가 낮은 건지 알 수 없다. 오로지 알 수 있는 건 조회수와 구독자수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은 구독자수 뿐이니 브런치의 구독자수는 해당 작가의 브런치내 인기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그래서 브런치를 운영할 때는 구독자 1천 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반면, 블로그는 조회수뿐만 아니라 일자별로 순 방문자수를 보여준다. 순 방문자수는 하루에 총 방문자수가 몇 명인지를 의미하기에 내 블로그를 몇 명이 들어왔는지 알 수 있고 조회수와 비교해서 1명이 들어오면 대략 몇 편의 포스팅을 보는지도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블로그의 세계에서는 이웃수나 조회수보다 중요한 게 일방문자수이다. 일자별로 그 블로그에 유입되는 방문자수가 그 블로그의 파워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런 이유로 브런치보다 블로그는 좀 더 나의 승부욕과 성취욕을 자극한다. 아무래도 브런치보다 유입되는 방문자수가 많고 일자별로 내가 어떤 포스팅을 하느냐에 따라 일자별 방문자수를 빠르게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매일의 트래픽을 보면서 한 달 뒤에는 일 1천 명의 방문자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운영하려고 한다.


이렇게 브런치(구독자 천명)와 블로그(일방문자 천명)의 목표가 달라지는 만큼 브런치는 전체적인 글의 읽고 싶어 지게 만드는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구독자들이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위로받게 하려고 한다. 반면, 블로그는 방문자의 유입이 많을 콘텐츠를 중심으로 만들게 되고 유용한 정보를 최대한 넣어 포스팅하려고 한다.




3) 브런치는 뿌듯함이 있고 블로그는 수익이 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가끔 제안 메일을 받곤 했다. 'ㅍㅍㅅㅅ'이라는 웹매거진 사이트에서 내 글을 해당 웹사이트에 실어도 되는지 문의가 오기도 했고 '밀리의 서재' 담당자로부터 내 글을 '밀리의 서재' 링크드인에 공유해도 되는지 문의가 오기도 했다. 물론 따로 돈을 받는 건 없지만 내 글을 좋게 봐주고 더 널리 읽힐 수 있게 되는 기회를 얻은 것이니 뿌듯함이 크다. 이 맛에 브런치에 글을 쓸 때 어떻게 하면 좀 더 고퀄리티의 글을 쓸 수 있을지 다양한 책과 정보를 찾아보곤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 또한 성장하는 재미를 느낀다. 이렇게 꾸준히 쓰다 보면 어느새 진짜 책을 한 권 쓰는 작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빠지기도 한다.


반면, 블로그에는 내가 노력한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다. 특히나 결혼 준비를 하면서 포스팅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D웨딩 플래닝 업체를 이용하는 만큼 나는 블로그로 해당 웨딩 플래닝 업체를 홍보하고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쌓고 있다. 한 달 동안 집중해서 블로그를 한 덕분에 벌써 80만원이라는 포인트를 쌓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직 한 달 차의 새내기 블로거임에도 협찬 연락을 받았으니 블로그를 통해 작은 수익이라도 얻을 수 있어 쏠쏠한 재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애드포스트로 하루에 1,000원꼴로 광고비를 얻고 있다. 사실 애드포스트 수익은 정말 작은 돈이지만 가만히 놔둬도 들어오는 수익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브런치는 이대로 괜찮을까?


예전에 브런치에서 어떤 작가는 블로그를 하다가 브런치도 시작했는데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는 작가들의 글로 트래픽이 생기지만 작가들에게 아무런 보상이 없다며 다시 블로그로 떠나겠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처음에 브런치를 할 때만 해도 나는 글을 쓰고 보상을 얻는 것보다는 자기만족으로 글을 썼는데 블로그를 통해 수익화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상대적으로 브런치에 소홀해지기도 하니 왜 그 작가분이 그 글을 썼는지 공감되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를 위해서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하고 그 보상이 더 좋은 콘텐츠가 끊기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그 꾸준한 양질의 콘텐츠가 더 많은 트래픽을 유입시킬 테니 브런치에도 내적 뿌듯함을 넘어 가시적인 보상이 있으면 어떨까 싶다.

브런치에서 약 3년 동안 꾸준히 글을 써온 사람으로서 그동안 블로그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브런치에 좀 더 스토리텔링의 재밌는 글들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의 보여주기식 포스팅과 작년 블로그 챌린지의 경험을 한 MZ세대가 일상을 기록하는 진솔한 블로그로 빠져들고 있다고 한다. 나 또한 블로그를 하면서 블로그에 유익한 포스팅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하고 있다. 홍보수단으로 전락하는 듯했던 블로그가 다시 떠오르며 기록하는 재미를 주는 진솔한 채널로 자리 잡을수록 브런치의 진솔한 에세이라는 위치가 흔들리지 않을까 싶다. 브런치가 기존에 운영하던 출판 이벤트 외에도 어떻게 하면 글 쓰는 사람들에게 글 쓰는 재미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내가 ‘유미의 세포들’을 사랑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