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괴롭힘은 어디에 신고해야 하나요.
최근 직장인 익명 어플 ‘블라인드’ 사내 게시판에 메일을 캡처한 글이 올라왔다.
어느 익명의 직원이 올린 메일의 내용은 이러했다.
"전년 실적, 올해 목표, 일자별 실행 액션을 카톡으로 보내고 퇴근 전에 그 결과를 카톡으로 보내라. 마감조도 출근하면 동일하게 카톡으로 보내라."
캡처된 메일에는 부서명이 나와있었고 그 부서는 나를 괴롭혔던 리더가 있는 부서였다. 2년 전, 그녀와 일하면 우리는 퇴근 전에 꼭 카톡으로 마감보고를 해야 했다. '실무 할 시간도 부족한데 카톡 일마감 보고를 매일 하는 건 비효율적이다.'라고 누군가 용기 내서 말했지만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결국 회사에서 보안정책으로 PC카톡이 안될 때도 예외 없이 우리는 사무실에 앉아 핸드폰으로 열심히 마감보고를 했다. 직원들은 차라리 메일로 하면 안되냐고 문의했지만 메일은 보내고 사무실을 떠나면 실시간 피드백을 해줄 수 없으니 그녀에게서 카톡을 대체할 수 없었다.
매일 하는 마감보고에는 전년대비 오늘 실적, 왜 오늘 이런 실적이 나왔는지, 누적 실적은 얼마인지, 오늘 한 업무는 무엇인지 (3가지), 내일 할 업무는 무엇인지 (3가지)를 정리해서 보고해야 했다. 꽤나 많은 보고 내용을 카톡에 담아내야 했다. 그렇게 카톡으로 보고서를 써서 보내고 나면 얼마 있다 답장이 온다.
“오늘 그건 결과가 어땠죠? 그게 얼마나 팔렸죠?”
“그렇게 하면 매출 나오나요?”
"오늘 한 업무가 고작 그건가요?" 등
그럼 퇴근시간이 되어 마감보고를 해도 한동안 책상을 떠날 수 없다. 카톡으로 실시간 오는 공격을 받아내야 하니 말이다. 혹은 곧 올지도 모를 상사의 카톡을 기다리며 퇴근시간 이후 10분은 스탠바이 모드로 있어야 한다. 혹시 그녀가 뭔가 구체적으로 물어보거나 원하면 자료를 찾아 구체적으로 보고해야 하니 말이다. 카톡으로.
한 번은 크리스마스이브날 일보고를 카톡으로 보냈다. 내 카톡을 보고 몇 분 뒤에 그녀는 내가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카톡 공격을 쏟아냈다. 나는 퇴근시간이 30분 지나도록 무차별 공격을 받으며 방어를 해야 했다. 사실 퇴근하고 화장실을 못가 급하게 화장실을 가서 용무를 빠르게 보고 와야지 하는데 폰을 2분 못 본 그 짧은 시간에도 그녀는 나를 몰아세웠다.
"바로 카톡 답장하세요."
"숫자 바로바로 나오는 거 아닌가요?"
고민할 새도 없이 자기가 묻는 말에 빠르게 대답할 것을 강요했다. 퇴근시간이 훌쩍 지났건 그 일이 당장 중요한 일이건 아니건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가 궁금하냐' 만이 그녀에게 중요한 점이었다.
(심지어 그날 그녀는 사무실에 출근도 하지 않은 날이었다..)
그렇게 화장실 갈 새도 없이 카톡 감옥에 갇힌 그때가 얼마나 서러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여전히 그녀는 더 악랄하게 카톡 감옥을 만들어서 부하직원들을 구속하고 감시하고 있었다. 그게 효율적인 방법인지 혹은 굳이 업무 외 시간에 개인 메신저인 카톡으로 연락할 만큼 중요한 업무보고인지는 전혀 고민하지 않은 채 본인이 궁금하다는 그 이유 하나로 숨 쉴 틈 없이 카톡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사실 그녀뿐만 아니라 상사 중에 출근도 전인 이른 아침에 혹은 퇴근 시간이 지나서도 카톡으로 연락을 하는 상사가 있을 것이다. 그 상사들은 당장 내가 이 말이 생각났으니 혹은 나는 지금 카톡을 주고받기에 문제없을 시간이니 큰 거리낌 없이 부하들에게 카톡을 보내곤 한다. 그러나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친구도 아니고 상사에게 받는 카톡이 얼마나 불편한지 모른다. 카톡을 보면 당장이라도 답장을 해야 하고 퇴근을 해도 일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분에 갇히고 만다. 그렇다고 해서 그 카톡 내용이 당장 처리해야 할 중요한 문제라던지 혹은 빠르게 실무자인 내가 답변을 줘야 하는 내용도 아니다. 대부분은 출근을 하였을 때 연락을 줘도 괜찮은 내용이고 때로는 메일로 보내기엔 별 내용이 없고 얼굴 보고 직접 소통하기에는 까먹을 수 있으니 미리 보내 두는 정도의 가벼운 용건이기도 하다. 상사에게는 가벼운 일상 업무 카톡인 것이다. 하지만 그 별거 아닌 카톡을 상사가 주는 순간, 가벼운 용건일지라도 받는 아랫사람에게는 회사일에 대한 피곤함을 가중시킨다.
사실 상사들이 카톡을 선호하는 건 쉽고 간편하게 보낼 수 있고 피드백이 빨라서이다. 본인이 소통하고자 할 때 언제든 간단하고 빠르게 연락할 수 있으니 말이다. 메일은 수신확인도 안되고 보통 출근하고 나서 열어보니 그전에 빠르게 뭔가를 소통하기에는 카톡만큼 확실한 건 없다. 그런데 이건 지극히 자기중심적 생각이다. 내가 상사이니 생각날 때, 연락하고 싶을 때 연락해도 된다는 꼰대 마인드이자 나보다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권위적인 사고방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자기중심적, 권위주의적인 태도는 결코 조직의 성과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삶과 일을 분리해주지 않는 상사 덕분에(?) 직원들의 업무피로도만 높아질 뿐이다. 그러니 이렇게 '본인 편하자고’ 카톡으로 연락을 하고 있으면서 '조직의 소통을 위해' 그랬다고 핑계를 대는 상사는 없었으면 좋겠다.
리더라면 직원들이 성과 내고 싶은 환경을 위해 그리고 직원들의 업무 효율도를 위해 직원들의 개인 시간도 존중하고 궁금한 것도 업무시간까지 참는 인내심도 필요하니 말이다.
제발 카톡 하지 마세요. 회사일이면 회사 메신저나 메일로 소통합시다. 그게 예의입니다.
우리는 카톡을 주고받기에는 꽤 먼 사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