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괴롭힘은 어디에 신고해야 하나요.
직장인 괴롭힘에서 탈출한지도 1년 3개월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그때의 일은 내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 이후에 간혹 생각나는 그때의 기억들은 나를 슬프게 때로는 분노하게 하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우연히 회사 행사에서 나를 1년간 괴롭히던 그녀를 보았다. 언젠가 마주치게 되면 절대 인사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하곤 했는데 그녀와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었다. 이제 그녀의 밑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나도 내 실력을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었기에 그녀 앞에서 주눅 들 일도 없었다. 그런데 그때의 트라우마인지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았기에 그렇게 인사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마침 옆에 있던 동료가 그녀와 마주치자 인사를 하였다. 셋이 함께 같은 지점에서 일하였던..
"지점장님! 안녕하세요."
그러자 그녀는 하이톤의 목소리로 반가운 내색을 하며
"어머! 대리님도 여기 왔어요! 여기서 보네요."라고 반겨주었다.
그 옆에서 인사를 아예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나도 어쩔 수 없이
"안녕하세요. 지점장님." 인사하니
그녀도 마지못해 받아준다는 듯이
"아 네." 하고 어색한 인사를 끝이 났다.
그렇게 그녀는 나와 우연히 공석에서 마주쳐도 인사를 나누기도 애매한 남보다 못한 사이였다. 내가 다른 리더들을 경험하고 사회생활이 깊어질수록 그녀가 내게 했던 악랄한 괴롭힘은 이성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고 감정이었다. 그래서 그 기억들이 문득 떠오를 때면 그녀에게 내 글을 모아서 보여주고 싶고 그녀의 못된 행실을 따지고 싶었다. 그러나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해 혼자 삭히고 이렇게 글로 쓰다가 언제 가는 그녀의 번호를 지우고 카톡을 차단한 적이 있다. 이제 함께 일할 일도 없으니 번호를 지워도 상관없겠다 싶었다. 그렇게라도 내게서 그녀의 기억을 지우고 싶었다. 혹시나 내가 그녀 밑에서 배운 것이 있을까. 그녀의 못난 성향과 언행을 내가 무의식 중에 배우진 않았을까 겁이 났기에 그녀에 관한 모든 건 지워내고 싶었다.
오늘 일하던 중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업무상 모르는 번호로 업무 담당자가 연락하는 경우도 있고 헤드헌터들이 연락을 주었겠거니 싶어서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반갑게 받았다.
"네 여보세요" 그러자 상대방은
"네 여보세요."라고 말했다.
'보통 전화를 받으면 어디라고 말하지 않나?'
"네 이00입니다. 여보세요?" 그러자 상대방은
"음.. 네"라고 말하며 본인을 설명하지 않았다. 마치 본인이 누군지 모르냐는 듯이 말이다.
이렇게 전화하는 사람은 처음 봐서 나도 당황스러웠다. 목소리만으로 알아차려야 하는 아주 중요한 사람인데 제가 실례를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나 누군지 모르죠? 열 받아서 번호 지웠나 보네."
'누구지? 누군지 모르겠는데 저렇게 말하는 사람인 걸 보니 내가 번호를 지울만한 사람인가 보네.' 싶었다. 그녀의 말에서 나는 적어도 내게 그녀가 목소리만으로 알아차리고 반갑게 맞을 만큼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본인이 누구인지 모르면 누군지 말하고 용건을 말하면 그만이지 별로 친한 사람 같지 않은데 뭐지.
"아 뭐 그런 건 아니고요..."
"나 누군지 알겠어요?"
"아 네.." 얼버무리듯이 대답했다. 사실 저렇게 싹퉁바가지 없게 말하는 걸 보니 나랑 같이 안 좋았던 선배인가 싶기도 했기에 얼추 그 사람이구나 어림짐작을 하고 대답했다.
"지금 000 업무하고 있죠?"
"네 맞습니다." 이쯤 되니 업무상 내 도움이 필요한 것 같은데 취조하듯이 물어보는 행태에 나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상대할 마음도 사라진 상태였다.
"그럼 000과 000을 관리하는 거죠?"
"네 맞습니다."
"아 지금 바빠요?"
"아니요. 말씀하세요." 극도로 사무적이고 건조한 어투로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여기서 담당자한테 물어볼게요."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불쾌한 전화를 끊을 때쯤 되자 그녀가 나를 그토록 괴롭히던 상사였다는 느낌이 들었고 부랴부랴 번호 저장한 후 카톡 프로필을 확인했다.
그녀는 나를 1년 넘게 괴롭히던 상사였다. 무슨 낯짝이었을까. 본인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거라 생각했나. 본인이 자기보다 아랫사람들을 얼마나 괴롭히고 있었는지 몰랐나. '열 받아서 번호 지웠나 보네'라는 생각이 들었을 사이라면 도움받을 전화 따위는 하지 말아야 하지 않았나.
그렇게 그녀의 전화임을 확인하고 나는 사이다를 들이켠 것처럼 속이 시원했다. 내가 그녀에게 이렇게 작은 복수를 했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 신이 나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에게 나의 작은 복수를 말해주며 그간 묵은 체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일하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윗사람도 있고 동료도 있고 아랫사람도 있고 거래처도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어떤 관계성을 맺고 어떻게 업무 하느냐에 따라 인적 자산이 될 수 있다. 거래처를 많이 알고 있고 거래처와의 관계가 돈독한 것은 다른 회사를 가도 활용할 수 있는 인맥이 될 것이고 부하나 동료와 끈끈한 친분이 있다면 서로 다른 팀이 될 때 정보 공유하고 협업에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결코 윗사람만이 내가 잘 보여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 강점과 약점이 달라서 서로 돕고 도우며 살아가는 인간이다. 혼자 단기간에 올라가려고 아랫사람 쪼아대고 거래처 착취하면서 일하면 함께 더 높이 갈 수 있는 자산을 버리고 가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잘 나갈 때, 내가 위에 있을 때 부하직원, 거래처를 어떻게 대했는지가 더 오래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그 사람의 진짜 실력이 아닐까. 바로 밑에 부하도 내 사람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무슨 리더의 자격이 있을까.
그녀가 했던 악랄한 행동은 모두 그녀에게 돌아갈 테니 이제야 좀 그때의 분노와 억울함이 풀리는 것 같다. 착하게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