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23 | TV, 내 아이의 두뇌가 위험하다
1997년 12월 16일 저녁 일본에서 5세에서 14세 사이의 어린이들이 집단적으로 발작을 일으켰다.
구토 증세나 두통 혹은 호흡 장애와 함께 눈동자가 풀어지면서 실신하는 아이까지 나타났다. 증세가 심한 700여명은 입원까지 했다. 바로 애니메이션 <포켓몬>의 강렬할 자극 때문이었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해 전투를 벌이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한 번쩍번쩍하는 빛의 자극성이 아이들에게 충격을 준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광과민성 집단 발작으로, 이후 <포켓몬>에선 이런 장면이 삭제됐다. 21p.
예전 부터 TV는 바보상자라는 말이 있었다. 큰 의미에서 동의한다. 물론 좋은 프로그램도 있겠지만 TV 시청 습관에 함몰되기 시작하면 그 외에 다른 것을 하기가 꽤나 어려워지는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막 200여일이 지난 아이가 TV를 틀어 놨더니, 열심히 쳐다본다. 몸이 편하다. 아이가 TV에 집중하고 있으니 다른 일을 맘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 '괜찮을까?..'
늘 그렇듯이 검색을 해본다. 어릴때 부터 TV보는 것 괜찮을까요? 인터넷 상에서도 갑론을박이 있다.
그러다 알게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TV 쇼크>. 오늘은 TV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TV가 주는 영향(특히 어린아이들에게)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있다.
글의 서두에서 소개한 <포켓몬> 사건을 통해서 TV에서 발생하는 자극이 아이들을 실신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우리 부모들은 혹시 자기들이 보기에 별문제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자극적인 영상 앞에 놓고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가? 21p.
예전엔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어른의 자극의 정도와 아이의 그것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특히나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 자극에 민감한 것이 당연할 것이고. 부모 자신이 보기에 아무렇지 않은 자극도 아이에게는 큰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염두할 필요가 있다.
만 3세까지의 아기와의 상호 작용은 대뇌 번연계 발달의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된다. 이 발달 시기를 한 번 놓치면 두 번 다시는 회복하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중략) 특히 TV나 비디오 노출 등 과도한 영상 자극은 짧은 시간에 아기에게 강력한 부작용을 낳는다. 대뇌 변연계가 아예 발달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22p.
- 신성욱, KBS 읽기 혁명 제작팀 기획, <뇌가 좋은 아이>, 2010.
생후 36개월 미안 아이들이 TV를 볼 경우 신경 기능 발달이 저해될 수 있다고 한다. 그에 따라 미국 소아과 학회는 2세 미만 아이의 TV 시청을 금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24p.
연세 대학교 신의주 교수팀이 관련 연구를 진행 - 만 1살 이전에 하루 2시간 이상 TV나 영상물을 본 아이들은 엄마와의 애착 관계가 불안정해지거나, 정서 조절에 문제가 있거나, 언어 능력 발달이 늦어지거나, 자폐 성향을 나타낼 수 있다. 27p.
7개월 된 아이가 있는 부모로서 더 관심이 갔던 내용이었다. 만 3세까지의 대뇌 번연계 발달 기간 동안 TV나 비디오 노출등의 과도한 영상 자극이 아이에게 강력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말.하루 2시간 이상 TV나 영상물을 본 아이들은 자폐 성향을 나타낼 수도 있다는 말이 섬뜩하다.
기본적으로 TV영상물은 3세 이후에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율동을 할 수 있는 것부터 보여주는 것이 좋고, 교육용 영상물은 5~6세 이후에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아이에게 영상물 시청이 아닌 사람과의 관계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28p.
아이에게 TV 시청을 가이드할때 참고하면 좋을 내용.
이렇게 형성된 안정된 애착은 매우 중요하다. 애착 관계가 제대로 형성이 된 이후에야 아이는 탐구를 시작한다. (중략) 앞에서 책을 읽은 아이가 잘 발달한다고 했는데, 사실은 사람과의 관계 없이 아기 때부터 책에만 몰두한 아이도 제대로 크지 못한다. (중략) 아이에게 질문도 하고, 아이가 말할 시간을 주고, 함께 공감하는 여유를 갖는 것이 좋은 책 읽기다. 29p.
아이가 책에만 몰두한다고 잘 발달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포인트는 사람과의 관계. 특히 어린 시절에는 부모와의 관계가 중요하다. 아이에게 질문도 하고, 말할 시간을 주고, 함께 공감하는 여유를 갖는 것이 필요.
이 책을 읽은 후 가급적 지키려고 하는 조언들 3가지. (3번 항목이 가장 쉽지 않음 ㅠ)
1. 가족들과 저녁을 꼭 함께 먹자.
2. TV를 끄고 밥 먹을 땐 대화에 집중하자
3. 스마트폰은 가급적 집에선 off하거나 멀리하자. 32p.
전두엽을 활성화시켜야 하고, 그러려면 '보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TV 보는 것에 빠져 있으면 생각하는 힘이 퇴화한다. 47p.
사람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TV는 점점 더 자극적으로 변해간다. 자극적인 것에 길들여질수록 생각하는 힘은 점점 약화된다. 59p.
황폐한 사회 >> 자극 갈망 >> TV의 자극성 심화 >> 자극 중독, 무감각화 >> 더욱 자극적 TV 초래 >> 더욱 황폐한 마음 75p.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TV시청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운동이 세 배 더 강한 즐거움을 주는데도, 미국 청소년이 운동이나 취미 활동보다 TV에 네 배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붓고 있다며 개탄한다. 이렇게 수동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습관이 되면 아이가 장차 삶의 질을 고양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다. 사회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대세가 되면 그 사회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중략) 독일에서의 조사에 의하면 몰입 경험을 가장 많이 하는 건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인 반면, 몰입 경험을 가장 적게 하는 건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었다. 204p.
시대가 빠르게 변할 수록 '생각하는 힘'은 중요시 되고 있다. 어린 시절 부터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 좋은데, 이것은 앞서 말한 상호 관계들을 통해 기를 수 있다. TV 보는 것에 빠지면 생각하는 힘이 퇴화할 수 밖에 없다. TV의 컨텐츠들은 점점 더 자극적이 되고, 사람들은 점점 더 자극에 익숙해지며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는 악순환. 심각한 일이다.
근본적으로 TV는 사랑 자체를 이상화한다. 아이들이 낭만적 사랑, 낭만적 결혼 내지는 완전한 사랑, 완전한 결합에 대한 환상을 갖도록 만든다. 이상적 배우자를 운명적으로 만나 영원히 뜨겁게 사랑하는 것이 결혼 생활의 표준이라면 절대다수의 실제 커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195p.
TV 드라마를 통해서 우리는 잘못된 이상을 꿈꾸게 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막장 드라마들이 넘쳐나고 있고, 이제는 정상적인 내용의 드라마들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어 졌다.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는 욕을 하지만, 사고관은 점점 물들고 있다.
소수의 취향이 TV에선 완전히 말살당한다. 소수의 생각이나 기호는 시청률을 올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TV는 언제나 다수의 생각만 일방적으로 반영하는 폭력적 다수 독재의 장이다. (중략) 이런 구조를 통해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편견이 대물림된다. 213p.
이런 것들이 모두 고정 관념의 효과인데, TV는 이런 기존의 고정 관념 세트를 아이 머릿속에 심는 역할을 한다. 아이의 생각을 결정해주는 것이다. 216p.
교육이 망가진 상태에서 자라날 우리 아이들이기 때문에 TV의 고정 관념, 편견 강화 기능은 더욱 무서운 독이 된다. 217p.
TV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률이다. 이로 인해 소수의 취향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이다. 그리고 컨텐츠는 의도를 가지고 통제될 수 있다. (권력에 의해). 심으려고 하는 고정관념들이 시나브로 우리의 생각들을 잠식하기 시작한다. 교육이 망가진 상태에서 이런 TV 컨텐츠들의 역할은 더욱 무서운 독이 된다.
그래서 TV를 보지 말자는 말인가?
아니다. 결국 저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잘 알고 보고, 아이들에게는 어려서 부터 TV 시청 가이드를 해주자는 이야기 이다. 실제로 TV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영향을 준 예들도 많다.
(세서미 스트리트의 예) 이런 걸 보면 잘 만든 TV 프로그램은 아이에게 득이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294p.
TV를 잘 보자. 297- 299p.
1. 적당히 보도록 하자 - TV를 보기는 하되 그 양을 조절해야 한다. 만 2살까지는 가능한 한 안 보여주는 것이 좋다.
2. 골라서 보도록 하자.
3. 생각하면서 보도록 하자.
4. TV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자.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책이 있다. TV 시청에 있어서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없이 무분별한 TV 시청으로 인해 우리는 누군가에 의해 의도된 대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무수한 자극들로 인해서 우리의 정서들은 나날이 피폐해 질 수 있다. 알고 보고, 선택해서 볼 일이다.
책정보
하재근 저 | 경향에듀 출판 | 2012년 01월 12일.
저자소개
1971년 생으로, 대학에서 중국어를 공부하고 영상프로덕션 PD로 20대를 보냈다. 평소 역사와 철학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공부해왔다. 책 쓰는 일과는 별개로 그는 인터넷 블로그 ooljiana.tistory.com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왕성한 필력을 과시하고 있다. 2600만 명 가까이 다녀간 스타블로거로 문화, 시사, 교육 등에 관심이 많다.
글쓰기와 인터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연예가중계>, <한밤의 TV연예>, <100분 토론>, <생방송 심야토론>, , <백지연의 끝장토론>, , 국회방송 책 소개 프로그램, EBS FM 스페셜 등에 출연했다. 저서로는 《TV로 읽는 대인배 윤리학》(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청소년저작 및 출판 지원사업 당선작)을 비롯해 《중국의 역사와 문화》,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등이 있다. [Yes24 저자 소개 인용]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현재 이 책을 3,240원에 판매하고 있다. (정가 14,300원)
구매해서 읽기 좋은 찬스라고 생각 되네요. [구매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