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ter Kim Mar 29. 2017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여정

니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

엄청 많이 듣는 이야기 시죠?

그런데 극히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나 할까요? 저 역시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몰라 고민만 하다 첫 입사한 직장의 부서에서 8년을 보냈습니다. 생산기술의 엔지니어로서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일을 하면 할 수록 제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그럼 무엇을 해보면 좋을까를 고민해 보던 중, 막연하게 마케팅/기획 쪽 업무를 해보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그 전에 관련 일을 한번도 해본 적은 없었어요. 우연한 기회에 회사에 사내 공모에 리테일 마케터를 뽑는다는 공모를 보게 됐고, 생각 없이 일단 지원을 했죠. 몇 일 후 그 쪽 팀장님과 인터뷰를 했는데, 덜컥 합격을 해버린 겁니다. 그렇게 8년간의 엔지니어 생활을 마감하고 마케터가 되었어요.


 같은 회사이긴 했지만 엔지니어로서의 일과 마케터로서의 일이 너무너무 달랐어요. 심지어 기업문화 마저도 다르게 느껴졌죠. 그리고 이 일이 너무 재밌는 겁니다. 해보기 전엔 막연했는데 막상 이 일을 시작해 보니까 저한테 아주 잘 맞는 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이찬진님이 저희 회사에 오셔서 특강을 하신 적이 있는데, 딱 하나 기억에 남는 말이 있어요. 자신이 차고 계신 Fitbit 디바이스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실제로 써봐야 관점이 생긴다는 말을 하셨죠. 그 이야기를 듣고 제 삶의 행동방식이 꽤나 달라 진 것 같아요. 그 전에는 남들의 리뷰를 열심히 보면서 이건 저렇다, 저건 저렇다 라고 아는 척을 많이 했죠. 실제로 그 제품을 써보지도 않았으면서 말이죠. 그러다 이찬진님의 말을 듣고 이제는 가급적 실제로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해 보면서 유저관점을 이야기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팀에 와서 가장 놀랐던 점이 뭔지 아세요? 사람들이 제품에 대해 불만이 많았어요. UI가 구리다, UX가 불편하다, 애플은 좋은데, 아마존은 이렇게 잘 하는데 왜 우리는 그렇게 못하냐? 이런 불만들이었죠. 그런데 더 놀란 점은 뭔지 아세요? 이 사람들이 우리 프로덕트를 거의 사용해 보지도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installation 하면서 wizard화면에서 어떤 단계들을 거치는지 확인해 보지도 않았고, 실 사용은 더 더욱 해보지도 않았죠. 그리고 그렇게 자랑스럽게 비교하던 애플 TV나 아마존 Fire TV 도 전혀 사용해 본적이 없는 거에요. 공허하죠. 그래서는 의견에 힘이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 사용해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UI/UX에 대해서 논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 길로 관심 있는 차장님과 의기 투합해서 팀장님을 꼬득여서 관련 제품들을 모두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회사 제품을 집으로 가져가서 installation 하고 사용하고 있고요. 이를 통해 배운 점이 너무 명확했어요. 경험해 보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여정을 이야기 하다 갑자기 제품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두 가지 일이 너무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으세요? 그럼 이일 저일 많이 시도해 보세요. 경력이 단절되는 것이 두려우세요? 아니요, 이제는 연속되는 경력이라는 것이 과연 있을까요? 나를 평생 먹고 살게 해줄 안정된 직장의 포지션이 존재할까요? 지금 마케팅 부서로 옮기고 매우 재밌게 생활하고 있지만, 다음 스텝을 또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만족스럽긴 하지만, 더 재미있는 더 좋아할만한 일들을 끊임없이 탐험하고 있는 거죠.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안정된 대기업에는 가고 싶지 않아요. (물론 저를 써 주지도 않을 거지만 ㅎㅎ) 이미 많은 것이 프로세스로 정리되어 있고, 시스템화 분업화가 철저히 이루어 지고 있는 대기업에서는 자신이 하는 일이 종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될수록 자신이 하나의 부속처럼 느껴지고 에너지는 소진되어 가죠. Give and take 의 저자 애덤그랜트는 자신의 저서에서 자신이 하는 일의 결과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진되는 에너지를 막을 수 있다라고 주장 했습니다. 저도 이 말에 적극 공감하고요. 그리고 이미 분업화가 철저히 되어 있는 조직에서 많은 것을 경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철저히 R&R 이 나누어져 있는 조직에서 자신의 역할 이외의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면 월권처럼 느끼기도 하는 것 같고요. 제 경험담이기도 합니다. ^^;;


 전 16개월 된 아이의 아빠입니다. 아이를 너무 돌보고 싶고, 사랑하는 아내와 많은 시간들을 여유있게 보내고 싶죠. 그래서 지금 받고 있는 안정적인 월급들이 너무 달콤합니다. 하지만 이제 결정했습니다. 경력 단절, 낮은 연봉, 빵빵한 복지는 일의 우선순위로 삼지 않을 예정입니다. 그보다는 이 곳에서 어떤 재밌는 경험들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새로운 일들을 배울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어떤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에 초점을 두고 회사를 선택하려고 합니다. 그 여정과 분투기들을 혼자 겪는다면 힘이 들겠지만, 누군가가 읽고 공감해 준다면, 또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여정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일단 그 동안 너무 가고 싶었지만 회사 때문에 돌아가지 못했던 원래 살던 지역으로 이사부터 진행 할 생각입니다. 과정 보고 드릴게요~ 페이스북 통해 알게 된 존경하는 김조한 디렉터님의 즐겨하던 말이 생각 납니다.

Life is a Journey.

매거진의 이전글 습관을 만들어 드립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