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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May 06. 2018

두근두근 했던 첫 외부 강연

두근두근 했던 첫 외부강연


언젠가부터 오프라인 친구보다 온라인 친구가 더 많아졌다. 한 번도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온라인에서 소통하며 가까워진 사람도 많다. 하지만 온라인은 역시 온라인이다. 온라인으로만 아는 친구들은 어느 선 이상 가까워지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기회를 만들어서 한 번은 오프라인에서 만나보려 시도해보고 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귀한 인연을 만났다. 브런치에서만 알게 된 Futurewave 작가님. 댓글로 이야기 나누던 중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계신 것 같아서, 한번 뵙고자 메일 드렸고, 급 만남은 성사됐다.
같은 회사를 다니며 독서모임을 같이하고 있는 Heaven작가님과도 댓글 소통으로 인연이 있는지라 셋이 같이 봤다. 처음 만난 사람들 같지 않게 앉자마자 우리는 1시간 반 가량을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주된 이야기는 역시 서로의 관심사인 글쓰기! 서로 쓰고 있는 글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문학동네 이야기도 듣고, 브런치 이야기도 이어나갔다. 작가님들의 문학 내공이 상당해서 저절로 겸손해졌다. 시간이 많지 않아 훗날의 모임을 도모하며 헤어졌다. 브런치를 통해 좋은 인연들을 만나게 돼서 좋다. 우리는 어떤 일들을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기분 좋은 밤이다.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쓴 지 약 2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Futurewave님의 소개로 분당의 한 백화점의 문화센터에서 특강 및 정규강좌 7주 과정을 맡게 되었다. 인연이 좋은 기회를 가져다준다는 말을 한번 더 경험했다. 1주는 특강을 진행하고, 그다음 주부터 쭉 7주간 일주일에 한 번 정규 강좌를 진행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특강 제목은 <내 삶을 바꾸는 독서의 기적>으로 정하고, 강의를 준비하고 있었다. 회사 내에서는 이런저런 기회로 (다른 주제지만) 특강을 해본 적이 있었지만, 외부에서 그것도 돈을 받으며 강연을 진행하는 건 처음이라 몹시 흥분되기도 하고 떨리기도 했다. 거기다 한 번으로 끝나는 강연이 아니고, 7주간 연속 강좌를 맡게 된다니…




문화센터 강연 담당자분으로부터 강연에 대한 정보가 백화점 홈페이지와 인터넷 전단지에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떨리는 마음으로 내 강연을 확인하러 갔다. 그런데 찾을 수가 없었다. 찾아 들어간 그곳에는 조금 과장해서 수백 개의 강연이 있었다. 내 첫 강연은 그 수백 개의 강연 중 하나였고, 나는 그것을 찾지 못했다. 어렵사리 강연자 이름을 검색해서 내 강연 정보를 찾았다. 그러면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도 찾지 못하는 강연을 어떻게 사람들이 찾아서 신청을 할 수 있을까?


특강을 1주일 앞두고 불안한 마음에 담당자님께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내 삶을 바꾸는 독서의 기적> 강의를 맡은 Peter입니다. 특강 및 정규강좌 신청인원은 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5분도 채 안되어 답장이 왔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문자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특강은 현재 신청인원 3명, 7주 정규과정은 1명입니다.”

문자를 보는 순간, 이전에 확인했던 수백 개의 강연 리스트가 다시금 떠올랐다. ‘그래 3명이라도 신청한 게 어디야'라는 마음과 왠지 모를 서운함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놓쳐버린 정신줄을 다시 부여잡고, 담당자님께 폐강기준을 물어봤다. 담당자님은 최소 5명 미만인 경우 자동 폐강된다고 말씀하시며, 내일 오후쯤 인원 확인해 보고 폐강 여부 결정하자고 하셨다. 내 삶에서 ‘폐강'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절실히 다가올 줄 몰랐다. 특강만이라도 폐강을 막기 위해 부랴부랴 지인 들고 페이스북에 SOS를 요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날아온 문자.

“선생님 진행인원 5명입니다^^ 계속 인원 더 늘겠죠? 개강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뭔가 긴장이 탁 풀렸다. 폐강을 막아준 지인들이 고마웠다.

특강은 저녁 7시부터 8시 20분까지 1시간 20분이 예정되어 있었다. 회사 독서모임에서 한 분이 특강을 신청해 주셔서 그 분과 함께 저녁을 간단히 먹고 백화점에 도착했다. 그날따라 심술 궂게도 하늘에선 비가 내렸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한 문화센터 강연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또다시 불안감은 마음을 무겁게 했다. 강연장에서 함께 온 멤버 한 분과 어쩌면 오지 않을 사람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시작 시간이 다가올수록 내 첫 강연은 이렇게 1:1로 진행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은 속절없이 내리는 비 때문이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여 보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히 3분이 더 오셔서, 총 4명의 사람들을 앞에 앉히고 넓은 강연장에서 나의 첫 강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미 예상할 수 있겠지만, 특강에 이어질 7주 과정의 정규 강좌는 폐강되었다. 아직도 신청하셨던 그 한분께는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공존한다. 이렇게 나의 공식적인 첫 강연은 다소 허무하게 끝이 났다. 여러 감정이 교차하며, 글을 정리하고 있는데, 문득 강연을 맡게 되고 첫 소식을 전했던 글을 다시 읽어보게 됐다. 글을 말미에 이렇게 쓰여있었다.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어, 너무 설레고 감사하다.

그 문장을 읽는데 번뜩 정신이 들었다. 이렇게 초심을 잃는 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세상 모든 일에 실패와 성공이 없고 배움이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나는 왜 그리도 결과와 인원에만 집착을 했던가. 사실 돌이켜보면 많은 것을 배운 첫 강연이었다. 내 속에 숨겨진 강연에 대한 열정도 알 수 있었고, 무엇보다 강연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 내가 알고 생각하는 것들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 자체로 행복했다. 아마도 이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과도 기회의 연이 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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