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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 Kim Nov 12. 2019

인간 본성의 법칙

인간 내면의 충동과 동기를 파악하는 가장 지적인 안내서

책이 너무 두껍다. 전체 페이지가 919페이지인데, 600페이지 정도로 압축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주목받는 책이 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이 책이 이렇게 두꺼운 벽돌 책으로 나와 선뜻 손에 가지 않는 것이 한편 반갑기도 하다. 책에서 조목조목 다루는 인간 본성의 법칙들을 적어도 나와 경쟁하는 사람들은 몰랐으면 하는 속내에서다. 책에서는 이런 사소한 것까지?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꼼꼼하게 인간 본성의 법칙을 이야기해나간다.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밑줄 그은 문장이 셀 수 없이 많았고, 그렇게 모은 문장들을 다시 읽으며 지워나갔지만 여전히 20여 개의 문장들이 남았다. 다 소개하기엔 너무 길어 여기선 딱 3개만 소개한다.


우리는 남들을 바꾸고 싶어 한다. 상대가 특정한 방식으로, 흔히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런 일은 가능하지가 않고 하늘 아래 똑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좌절하고 속상해한다. 그러지 말고 사람을 하나의 현상처럼 대하라. 혜성이나 식물처럼 가치판단의 여지가 없는 대상으로 보라. 그들은 그냥 존재하고, 모두 제각각이고, 삶을 풍부하고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존재일 뿐이다. 사람들이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하면 저항하거나 바꾸려 들지 말고 연구 대상으로 삼아라. 사람을 이해하는 일을 하나의 재미난 게임으로 만들어라. 퍼즐을 푸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것은 인간들이 벌이는 희극의 한 장면일 뿐이다. 맞다. 사람들은 비이성적이다. 하지만 당신도 비이성적이다. 인간의 본성을 뿌리 끝까지 철저히 인정하라. 그러면 마음이 진정되고 남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본성의 법칙》70p 인용

이 문장에서 '사람을 혜성이나 식물처럼 가치판단의 여지가 없는 하나의 현상처럼 대하라'는 조언이 무척 인상 깊었다. 흔히 모든 사람이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바라지만 그런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좌절하고 속상해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불가능한 일 저항하거나 바꾸려 들지 말고 연구 대상으로 삼던지, 게임처럼 생각하라는 말이다. 나 역시 살아오면서 많은 좌절과 시련 속에서 관계에 대한 마인드 셋을 완전 다르게 고정했다. 애초에 사람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는 것이다. 그 사람의 존재 가치에 대한 기대감을 버린 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나에게 잘해주길 바라는 기대감을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기대감을 버리면 좋은 점이 상대방에 조금만 내게 잘해주어도 엄청 기쁘다. 애초에 기대감이 낮으니 작은 일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우리는 모두 비이성적이다 (^^)


인간이 나누는 모든 의사소통 중에 65퍼센트 이상이 비언어적 소통이지만 그중에 사람들이 인지하고 내면화하는 정보는 겨우 5퍼센트에 불과하다고 추정된다.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기울이는 주의력은 대부분 사람들이 하는 '말'에 쏠려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진짜 생각이나 감정을 감추는 데 더 많이 사용되는데 말이다. 비언어적 신호는 상대가 말로써 강조하려는 내용과 메시지의 숨은 뜻, 그리고 의사소통의 뉘앙스를 알려준다. - 앞의 책, 134-135p

이 문장에서 제시한 수치가 놀랍지 않은가? 모든 의사소통 중 비언어적 소통이 65%나 차지한다는 사실과 이 중 사람들이 내면화하는 정보는 겨우 5%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말이다. 이 책 여러 곳에서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관찰하는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구체적으로 관찰해보라고 권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조금씩 시도해 볼 생각이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내면화 정도를 지금보다 훨씬 더 끌어올린다면 누구에게도 듣는 귀가 있는 센스 있는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영향력과 권력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관심의 초점을 상대에게 넘겨줘라. 상대가 이야기하게 만들어라. 이 쇼에서 상대방이 스타가 되도록 하라. 상대의 의견과 가치관은 내가 따라 할 가치가 있으며, 그가 지지하는 대의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다고 말하라. 요즘 세상에 이런 관심은 워낙에 드물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런 관심에 굶주려 있다. 이렇게 상대를 긍정해 주면 그는 방어막을 내리고 뭐가 되었든 당신이 암시하고 싶은 그 아이디어에 마음을 열 것이다. - 앞의 책, 291p

이 쇼에서 내가 아닌 상대방이 스타가 되도록 하라. 누구나 자신이 스타가 되기 위해 나서지만, 사실은 상대방이 스타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굵직한 조언! 이 부분을 읽고 실제로 내가 운영하는 모임의 채팅방에 적용해본 적이 있다. 한 무료 모임에서 어떤 분이 들어오셔서 기존의 운영 룰을 비판하셨다. 고칠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말씀하시며, 자신이 여러 개의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계속 조언을 해주셨다. 채팅방에 사람이 많아서 다른 사람들의 도전에 방해가 될까 싶어 조언은 감사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실 수 있는 1:1 채팅 링크를 전달드렸다. 하지만 그분은 그곳에선 한 마디도 하지 않으시고, 계속 사람들이 많은 채팅방에서만 이야기를 진행하셨다. 그때 깨달았다. 이 분이 나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만큼 많은 경험이 있고 잘 안다는 걸 사람들에게 뽐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결국 이 책의 조언대로 그분을 더욱더 인정하고 주목받게 해 드리고 스타가 되게 해 드렸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그분이 갑자기 (모를 거라 생각하셨는지) 닉네임을 바꾸시더니, 그다음 날 조용히 채팅방을 나가셨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짜증으로 대하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을 스타가 되게 대우했더니, 내가 원하는 결과를 가질 수 있었던 사실에 말이다.


소개는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919페이지의 종이 숲을 친히 헤매며 단서를 찾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예상컨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책을 보지 않을 거다. 이렇게 두꺼운 벽돌 책은 가격도 비싸고, 베개 이외에는 환영받지 못한다는 걸 알고있다. 하지만 또 누군가는 수고하며 이 책에서 보물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소개글을 썼다.

로버트 그린 대단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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