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성호 May 26. 2019

Pain Gain

사랑은 그저 사랑이라서, 마지막 연재

노래에 심취해 있다 타야 할 버스를 놓친 적이 있나요?


책에 몰두하다 내릴 역을 지나친 적은요?



열정은 항상 시간과 반비례해서, 열정이 진할수록 시간은 점차 흐려지거나 사라지고 맙니다.


그거 아는지요, 당신은 내가 쏟아부은 열정이자 잃어버린 수많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지만 그 열기만큼 반대편의 계절은 몹시도 추웠죠.



그래도 당신을 알게 되며 얻은 것이 많습니다. 몰랐던 맛집을 여러 곳 가보았고,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게 되었고, 팔자걸음을 일자 걸음으로 바꾸었고,


못 보고 지나쳐버린 명작 영화들을 많이 알게 되었으며, 편지를 많이 쓴 덕에 이젠 손 글씨도 제법 잘 쓰게 되었죠.


당신은 나를 변화시킨 고마운 사람이자 마음 한쪽 편을 아리게 한 고통. gain이자 pain이었던 사람.


당신을 떠나보내기 위해 지금은 당신의 잔해들이 둥둥 떠 있는 바다를 항해하고 있습니다. 이 바다의 끝엔 무엇이 있을까요. 무엇이 있더라도, 무엇이 없더라도, 지금은 이 위를 지나가렵니다.


혹시 아나요, 겨울이 지나고 나면 반드시 봄이 오듯, 저 먼 수평선 너머로 나를 반기는 사람이 또 나타날지.


마음의 돛을 다잡고는 뱃머리로 밀며 나아갑니다. 나를 기다리는 새로운 계절로.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에도 각자의 공간이 필요한거라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