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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성호 Oct 21. 2020

2편성 3호차

퇴근 길 지하철 안에서 나는 그 사람을 그린다

수많은 이산화탄소를 뿜는 배기관


차내를 가득 메운 이 많은 군중 속에도

내가 찾는 사람의 모습은 없다


다른 편성, 다른 호차,

다른 시각, 다른 계절,

어느 자리에 존재할 것이다


혹 그 사람도 여기 사람처럼

하얀 불빛을 열렬히 쏘아보고 있을까


양 엄지로 정신없이 난타를 치는

어떤 사람 옆에 앉아

나는 그 사람을 그린다


차원의 세계를 넘어

각진 도형 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의 얼굴을 본다


얼룩진 화면 너머로

노를 젓고 오는 얼굴


케이크 한 조각을 가져간 장본인

파 먹힌 내 케이크 판의 빈자리

더는 내어놓을 수 없는 케이크


내 소중한 케이크를 파먹은 막된 그 얼굴은

슬프고도 기쁘도록,


시리고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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