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 지하철 안에서 나는 그 사람을 그린다
수많은 이산화탄소를 뿜는 배기관
차내를 가득 메운 이 많은 군중 속에도
내가 찾는 사람의 모습은 없다
다른 편성, 다른 호차,
다른 시각, 다른 계절,
어느 자리에 존재할 것이다
혹 그 사람도 여기 사람처럼
하얀 불빛을 열렬히 쏘아보고 있을까
양 엄지로 정신없이 난타를 치는
어떤 사람 옆에 앉아
나는 그 사람을 그린다
차원의 세계를 넘어
각진 도형 속으로 들어가
그 사람의 얼굴을 본다
얼룩진 화면 너머로
노를 젓고 오는 얼굴
케이크 한 조각을 가져간 장본인
파 먹힌 내 케이크 판의 빈자리
더는 내어놓을 수 없는 케이크
내 소중한 케이크를 파먹은 막된 그 얼굴은
슬프고도 기쁘도록,
시리고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