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는 곧 관심이며, 관심은 곧 사랑일지니.
사람에겐 사랑이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되었든, 유형과 무형의 관계가 되었든, 사람은 사랑에 기댄 채 삶을 살아간다. 그렇다면 사랑이라는 말을 바꿔 부를 수 있는 표현은 없을까? 만약 누군가 내게 한 가지를 꼽아 보라고 한다면, 그건 바로 ‘관심’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은 무언가를 향한 관심의 발로이다. 일말의 관심조차 없던 대상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길 리 만무하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으로부터 관심을 받으며 자라 왔고, 지금도 누군가의 관심 속에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무관심을 절실히 필요로 할 때도 있지만, 우리의 본성 깊은 곳에서는 늘 관심을 갈구한다. 우리 모두는 사랑과 관심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니까.
「디태치먼트Detachment」(2011)라는 영화가 있다. 제목 그대로 무관심을 주제로 한 영화였는데, 임시 교사 헨리가 문제아로 가득한 학교에 부임하면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새로 부임한 학교에서 관심 결핍으로 어긋나 있는 아이들과 선생들을 대면하는 헨리를 보며 나는 내심 헨리가 그들의 결핍을 해소할 영웅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등장인물들이 좌절하는 모습만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몇 개의 장면을 통해 꽤 전달력 있는 메시지를 던져 주었는데, 그중 한 장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매일 아침 학교 철망에 매달리는 교사가 있다. 교사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줄곧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 왔고, 나중에는 스스로를 투명인간으로 치부하기에 이른다. 투명인간 교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한 번쯤 쳐다봐 주길 간절히 소망한다. 그래서 매일같이 철망에 매달리는 일을 감행했지만 누구도 그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은 그의 모습을 모두가 바라보고 있었고, 영화는 그러한 시선의 증거를 흑백사진으로 연출했다. 교내에는 매일같이 흑백사진을 촬영하는 여학생이 한 명 있는데, 소외받은 사람들의 우울함과 절망을 표현하는 학생의 사진첩에 철망에 매달린 투명인간 교사의 모습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투명인간 교사에게 먼저 말을 걸어온 사람은 주인공 헨리였다. 출근길에 그 우스꽝스런 모습을 목격하게 된 헨리는 투명인간 교사에게 다가가 이렇게 물었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겁니까?”
그러자 그는 자신이 정말 보이냐고 거듭 되물으며 확인했고, 안 보일 리가 없다는 헨리의 당연한 답변에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는 날아갈 듯이 교실로 달려간다.
이 장면처럼, 우리가 타인에게 바라는 건 어떤 거대한 관심이 아니라 지극히 사소하고도 작은 관심일지 모른다. 사실은 나 역시 투명인간 교사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신호를 보낸 날이 있었다. 알량한 자존심에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내심 누군가 그 암묵적 신호를 알아봐 주고 위로해 주기를 간절히 원했다.
잘하고 있다고. 모든 것이 잘될 거라고.
힘을 내라고.
어쩌면 뻔하디뻔한 위로일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뻔한 위로에 힘을 얻고, 굽혔던 허리와 무릎을 펼 용기를 얻는다. 위로의 말은 뻔할지라도, 그 한마디가 불러오는 효과는 결코 뻔하지 않다.
위로는 곧 관심이며, 관심은 곧 사랑일지니.
본 도서 <가끔은 사소한 것이 더 아름답다>는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사소한 위로 한 마디 건네는 오늘이길 바랍니다. _작가 천성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