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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성호 Sep 05. 2018

하루살이지만 괜찮아

존재하는 모든 것은 눈물겹고 아름답다. 하루살이도, 우리 인간도.

우리는 하루살이의 짧은 생을 안타깝게 여긴다. 다 자란 하루살이가 세상에 나와 살아가는 시간은 보통 2~3일, 길어야 몇 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활한 우주의 시각으로 본다면 우리 역시 하루살이와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길고 긴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고작 100년 남짓 살다 가는 우리 인간은 찰나의 존재에 불과할 테니까.


하루살이들은 짧은 생을 살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날개를 움직인다. 어쩌면 우리의 몸짓도 하루살이의 날갯짓과 비슷한지도 모르겠다. 내일을 알 수 없음에도, 아니 알 수 없기 때문에 오늘 하루를 영원처럼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니까. 


존재하는 모든 것은 눈물겹고 아름답다. 하루살이도, 우리 인간도. 





우리는 가슴 깊은 곳에 저마다의 나비를 품고 산다.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웅진지식하우스)의 작가 한수희는 우리 모두가 도심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매주 반복되는 삶의 굴레에 익숙해지고 무뎌져, 어느새 메마른 껍데기가 되었다고 말이다.


그의 말처럼 우린 정말 껍데기가 되어 가고 있는 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우리는 매일 아침 무거운 몸을 일으켜 전쟁 같은 출근길에 오르고, 점심에는 오후의 노동을 위한 끼니를 때우고, 저녁이면 한껏 무거워진 엉덩이를 소파에 묻은 채로 하루를 마무리하니까.


그러나 완전히 빈껍데기는 아닐 것이다. 비록 우리 몸은 메마른 껍데기로 살아가지만 가슴 깊은 곳에 저마다의 나비를 품고 산다. 언제라도 활짝 날개를 펼쳐 보일 수 있는 청색 나비 한 마리를 말이다. 단지 지금은 번데기의 시간을 견디며 힘을 비축하고 있을 뿐, 때가 무르익은 어느 날이 오면 우리는 반드시 푸른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힘이 들면 다시 번데기로 돌아가면 그뿐이다.

물론 날개를 펼쳐 보이는 순간이 온다 한들, 그 날갯짓이 오래가지 않을 수도 있다. 대지의 바람과 날씨는 온전하게 우릴 반겨 주지 않을테니.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힘이 들면 다시 번데기로 돌아가면 그뿐이다. 영원히 번데기로 살아야 하는 숙명이 아니기에, 잠시 고치 속에 몸을 누인다고 해서 다시 나비가 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날개를 펼 힘과 용기를 비축하고 나면 언제든 모두가 활짝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번데기로 살다 나비가 되고, 나비로 살다 다시 번데기가 되는 것. 그러다 결국에는 바람 속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야 마는 삶. 인생이란 이처럼 치열해서 아름답고, 덧없어서 눈물겨운 과정이 아닐까.  




도서 <가끔은 사소한 것이 더 아름답다>는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아픔보단 기쁨이 더 많은 가을날이길 바랍니다. 구독 감사합니다. _작가 천성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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