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의 방은 5년을 주기로 리모델링 된다

by 천성호

“안녕, 오랜만! 잘 지내지?”


금요일의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던 어느 봄날,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부터 카톡이 날아들었다. 초대받은 방으로 들어가 프로필을 확인해 보니 어렵지 않게 동창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나는 어색함이 잔뜩 묻은 답례를 발신자에게 날려 보냈다. 100퍼센트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어느 날 불쑥 어색한 안부를 건네는 친구는 둘 중 하나다. 세일즈맨이거나, 결혼을 하거나. 특히 그 계절이 봄이라면 후자일 확률이 높다.


한 살 한 살 사회의 시간을 얻다 보니, 이제는 오랜만에 닿은 친구의 연락이 마냥 반갑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스럼없이 어울려 다니곤 했는데, 시도 때도 없이 실없는 문자를 주거니 받거니 했는데, 사회인이라는 명찰을 단 후로는 사소한 안부를 주고받는 일조차 불편한 사이가 되어 버린 듯하다.




bonding-1985863_960_720.jpg

인맥의 방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을 주기로 리모델링된다. 아홉 살에 함께 뛰어놀던 동네 친구와 열아홉에 함께 치열하게 공부했던 동창은 스물아홉, 서른아홉이 되고 나면 대부분 저만치 멀어져 있다. 서로의 얼굴이 가물가물해질 정도로 말이다. 10년이 지난 후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을 사람은 아마 다섯 손가락 안에 꼽기도 힘들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유동하는 삶을 살아가는 여행자 같은 존재니까.


그러나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계절이 수십 번 바뀌어도, 변함없이 내 옆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 우리가 진정 놓치지 말아야 할 인맥은 바로 그들일 것이다. 양보다 질이라는 말은 인간관계에 딱 들어맞는다. 많은 인맥을 관리하느라 동분서주할 시간에 내 옆을 지키는 소수의 사람을 아껴야 한다. 물론 함께한 시간과 좋은 친구의 기준이 반드시 비례할 순 없지만, 함께한 시간이 쌓일수록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될 확률은 높아진다.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 충분한 시간을 서로에게 내주었기 때문이다.




iphone-563064_960_720.jpg

휴대폰도 졸린 눈을 비비며 힘없이 깜빡이는 새벽 3시. 자꾸만 내려앉는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글을 채워 가다 오랜 벗에게 실없는 메시지를 날려 본다. 에티켓 따윈 안중에도 없이.

“뭐 하냐.”


나의 오랜 벗은 아침이 돼서야 짧은 답문자를 보내왔다.

“미친놈.”

이전 04화하루살이지만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