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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성호 Sep 26. 2018

닷새는 저속, 이틀은 초속

시간은 번번이 우리의 바람과는 반대로 움직인다

그런 날 있지 않나요,

시간이 너무 지나치게 저속으로 흘러가는 날이.

또 그런 날 있지 않나요,

의식하지 못할 만큼 시간이 초속으로 지나가 버리는 날이.


보통 전자의 경우는 춘곤증과 식곤증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봄날 평일 오후, 후자의 경우는 해방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주말인 경우가 많습니다. 후자일 때에는 시간이 가는 게 스트레스이고, 전자일 때에는 시간이 가지 않는 게 스트레스지요.


그러고 보면 시간은 흐름의 속도가 아니라, 어떤 날에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월요일 오후 다섯 시와 일요일 오후 다섯 시가 같은 속도로 흘러가선 안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시간은 절대적인 듯 상대적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시간은 번번이 우리의 바람과는 반대로 움직인다는 게 문제입니다. 절대적인 기준에 따라 흐르는 척하면서 상대적으로 흘러가는 교활한 시간은, 빨리 움직였으면 할 땐 제동이 걸려 버리고, 느리게 움직였으면 할 땐 가속이 붙어 쏜살같이 달려들기 일쑤니까요.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시간은 대개 이런 시간들이겠지요.

집에서 세상 편안한 자세로 드라마를 보는 시간, 조용한 카페에서 책을 읽는 시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 기다리던 영화를 보러 가는 날, 치맥을 준비해 놓고 야구 경기를 보는 저녁 시간…….


행복한 시간은 이렇게 느림 속에 머무는 듯합니다. 딱히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시간 말이지요. 문제는 이렇게 평온한 시간이 바삐 돌아가는 시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는 데 있습니다. 행복한 시간들은 언제나 시한부처럼 머물다 가게 마련이니까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짧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 순간들이 매번 소중하게 다가오는 게 아닐까 하고요. 소중함이란 그것이 짧다는 걸 인지하고 있을 때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감정이니까요.


마치 잠시 머물다 갈 뿐인,

짧아서 찬란한 우리 인생처럼 말이지요.




소중함은 그것이 짧다는 걸 인지하고 있을 때 더 절실하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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