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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성호 Oct 10. 2018

관심과 호기심의 차이를 아세요?

수많은 호기심 중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관심

하루 종일 비가 내리던 평일 오후. 그녀와 나는 경성대학교 앞 떡볶이 집 창가 자리에 나란히 앉아 오순도순 음식을 나눠 먹고 있었다. 빗줄기는 이따금씩 창문을 노크했고, 서리 낀 창문은 점차 뿌연 회색으로 변해 갔다. 오는 길에 비에 젖은 몸은 다소 꿉꿉했지만 그녀와 나는 재치 넘치는 사장님의 입담에 웃음을 터트렸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어묵 국물로 몸을 데우며 더없이 한가로운 휴일 같은 하루를 만끽하고 있었다.


창밖의 빗줄기는 좀처럼 얇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대책 없이 맞을 땐 짜증나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땐 한없이 좋은 것이 비가 아니던가. 그날, 창밖에 내리는 비는 오히려 어딘가 막혀 있던 가슴을 시원하게 씻어 주는 듯했다.


그녀도 같은 생각이었을까, 창밖을 지그시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해 보였다. 한참을 말없이 빗줄기를 바라보던 그녀가 문득 이렇게 물었다. 


“관심과 호기심의 차이가 뭔지 알아?”


둘 다 비슷한 것 아니냐는 나의 말에 그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꺼내 놓았다.


“관심은 상대에 대한 애정이 그 바탕을 이루지만, 호기심은 단순한 욕구에 지나지 않는대. 그래서 사랑을 꾸준히 이어 간다는 건 서로를 향한 관심이 식지 않았다는 증거이고, 금방 끝난 사랑은 호기심 단계에서 욕구를 충족하고 끝나 버렸기 때문이래.”





나는 일목요연한 그녀의 설명에 감탄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꼭 사랑뿐만 아니라, 현재 내가 이어 오는 모든 것들이 철저하게 관심에 의해 유지되고 있었다. 글을 쓰는 일도, 취미생활도, 대인관계도, 연인도, 하물며 가족과 친지까지도. 호기심 단계에서 끝나 버린 것들은 더는 내게 남아 있지 않았다. 


호기심이 호감으로 바뀌고, 호감이 관심과 애정으로 바뀌어 내 삶에 남는 것. 어쩌면 그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게 사람과의 관계가 되었든, 무언가를 향한 열정이 되었든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 관심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들(그것)은 나를 스쳐 지나간 수많은 호기심 중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관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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