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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성호 Oct 17. 2018

저는 꿈꾸는 몽상가입니다

꿈은 계절을 맞이하는 나무와 같다.

1939년 『뉴요커』지를 통해 발표된 제임스 서버(James Thurber, 1894~1961)의 단편소설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은 시간이 한참 흐른 2013년에 한 편의 영화로 리메이크되었다.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흥행에 힘입어 곧바로 우리나라에도 상륙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다만 국내 배급사에서는 영화의 제목을 약간 변주했는데, 그 영화가 바로 벤 스틸러 주연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이다.



영화는 『라이프』지의 필름 현상팀에서 근무하는 주인공 월터가 잡지 표지에 실을 중요한 사진 필름을 잃어버리면서부터 시작된다. 영화는 사라진 필름을 찾으러 나선 월터의 굴곡진 여정을 따라가는데, 그 모습은 마치 ‘꿈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의 발걸음은 행복 그 자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듯하다.


주인공 월터는 평소 혼자만의 몽상에 빠지곤 하는데, 나 역시 월터처럼 몽상을 즐기는 사람이었기에 주인공 캐릭터에 금세 몰입할 수 있었다. 예컨대 나는 종종 ‘만약 내가 OO이 된다면’이라는 상상풍선을 머리 위에 띄워 놓고 풍선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그러나 몽상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올 때면 내 어깨는 어김없이 바람 빠진 풍선마냥 위축되었고, 처진 어깨를 간신히 지탱하며 일상의 모습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 시절에 나는 이렇다 할 꿈이 없었다. 꾸준히 책을 읽었지만 책은 꿈을 찾는 데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러다 일을 그만두고 하릴없이 이 영화를 보러 갔던 날, 나는 영화가 끝나고 모든 관객이 나갈 때까지도 꿈에 대한 생각에 잠겨 한참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꿈은 계절을 맞이하는 나무와 같다. 어떤 날은 잎이 쉴 새 없이 피어나지만, 어떤 날은 애써 피어난 잎이 시들거나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꿈을 품는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행복한 일이다. 꿈의 질량과 부피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사람은 꿈이 이루어졌을 때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이루어 가는 과정의 나날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기도 하니까.


영화를 보고 꿈을 찾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당시에는 꿈을 찾지 못했다. 다만 이 영화는 훗날 내 인생의 모토가 된 문구를 하나 제공했는데, 종종 나는 그 문구를 삶에 치이고 지칠 때마다 꺼내어 보곤 했다. 꿈꾸는 청년으로 살아갈 동력을 얻기 위해.




To see the world, thing dangerous to come to,

To see behind walls, Draw closer,

To find each other, And to feel.

That is the purpose of LIFE.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의 목적이다.


-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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