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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을 통한 합작, "아무튼, 인터뷰"

나는 내가 만난 사람의 총합이다

by readin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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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행위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우주가 담길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인터뷰"는 그 우주를 탐험하는 20년의 기록입니다. 이 책은 다양한 주제로 발행중인 ‘아무튼’ 시리즈 중 하나로, 저자가 자신의 가장 큰 기쁨이자 생존 방식이었던 ‘인터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고백합니다. 자신은 "내가 만난 사람의 총합"이라고. 이 짧은 문장은 책의 모든 내용을 관통합니다. 저자에게 인터뷰는 정보를 캐내는 노동이 아닙니다. 타인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가 그의 언어와 태도를 내면화하고, 끝내는 자신의 일부로 만드는 신성한 작업입니다. 그것은 삶과 삶이 만나 하나의 작품을 빚어내는, 아름다운 합작입니다.



인터뷰는 치유이자 성장 서사


은유 작가는 20년간의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인터뷰 치료’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물어야 할지 몰라 얼굴이 붉어지고, 섭외는 번번이 거절당했습니다. 세계적인 석학 앞에서는 자격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실패와 좌절의 순간들이 ‘관계의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거절은 관계의 시작을, 실수는 이해로 나아가는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이 책은 성공한 인터뷰어의 화려한 무용담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한 뼘씩 성장해 온 집필 노동자의 진솔한 성장 서사에 가깝습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의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역설적으로 저자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삶을 살아갈 힘을 줍니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진정한 만남이란 결국 나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목소리 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되어


저자는 ‘민중 자서전 프로젝트’, ‘전선 인터뷰’ 등을 통해 세상의 낮은 곳, 목소리 내지 못했던 이들을 찾아갑니다. 아파트 경비 노동자부터 자립준비청년까지, 사회가 주목하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기록합니다.


어쩌면 거시적인 시각보다는, 한 사람의 구체적인 삶과 목소리에 집중할 때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에 대한 진짜 지혜를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작가는 모든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며, ‘그냥 사는 사람’은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가장 평범한 삶 속에 깃든 비범한 가치와 존엄을 발견하게 됩니다.



질문은 관계를 창조하는 예술


인터뷰는 단순히 묻고 답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질문을 통해 상대의 내면을 조심스럽게 건드리고, 잠들어 있던 이야기를 깨우며, 새로운 관계를 창조하는 예술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좋은 질문이란 상대의 마음으로 들어가는 문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닫힌 정보를 얻기 위한 심문이 아니라, 서로의 세계를 향해 열린 길을 내는 공동의 작업입니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언어를 배우고, 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 섬세하고도 치열한 노력이 모든 문장 뒤에 숨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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