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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하지 않으려면, "인구 충격, 부동산 대변혁"

소멸은 피할 수 없는 길인가

by readingdaily
9791160029406.jpg 인구 충격, 부동산 대변혁


우리는 종종 미래를 막연하게 상상하지만, 이 책은 그 상상의 여지를 없앱니다. 저자는 영화 “어벤저스”의 타노스가 인구의 절반을 소멸시키려는 계획을 언급합니다. 그의 계획이 허구이기에 공포스럽지 않았다면, 한국의 인구 감소는 너무나 현실적인 숫자이기에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2023년 합계출산율 0.72명. 이는 심지어 전쟁 중인 국가보다도 낮은,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수치입니다.


김효선 작가가 쓴 “인구 충격, 부동산 대변혁”은 이처럼 피할 수 없는 현실, 즉 대한민국의 인구 구조 변화가 우리의 삶과 자산, 특히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송두리째 바꾸어 놓을 것인지 냉철하게 해부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금융 회사 소속 부동산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차가운 데이터와 뜨거운 현실을 넘나들며 미래의 지도를 그려 보입니다.


2070년이 되면 대한민국 인구의 46.4%가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채워집니다. 일하는 사람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하는 회색빛 미래. 이는 노동력 감소, 국방력 약화, 내수 시장 붕괴라는 연쇄 작용의 서막일 뿐입니다. 저자는 이 거대한 인구 구조의 변화를 ‘피할 수 없는 파도’에 비유하며, 이 파도가 가장 먼저 덮칠 곳이 바로 우리의 삶과 자산이 얽힌 부동산 시장이라고 경고합니다.



거대한 분열, ‘섬’과 ‘바다’의 탄생


인구라는 거대한 파도는 대한민국이라는 땅을 두 개의 다른 세계로 갈라놓았습니다. 이 책은 양극화의 맨 얼굴을 데이터로 상세히 보여줍니다. 국토의 16.6%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70% 이상이 집중된 현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이미 89곳(39%)이 소멸의 길목에 들어선 ‘인구감소지역’이라는 사실은 한 번쯤 언론에서 접한 적이 있더라도 여전히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지난 10년간 서울의 아파트값이 30% 오를 때, 경남의 아파트는 13% 가까이 하락했다는 데이터는 이 현상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것은 단순한 격차가 아닙니다. 한쪽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섬(수도권)’이 되고, 다른 한쪽은 모든 것이 쓸려나가는 ‘바다(지방)’가 되는 비정한 자산의 재편입니다. ‘영끌’과 ‘하우스푸어’는 ‘모두가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져라’는 워런 버핏의 투자 격언과는 정반대로, ‘모두가 탐욕스러울 때 뒤처질까 두려워 뛰어든’ 세대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영끌을 한 이들은 서울이라는 섬에 오르지 못하면 영원히 표류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기반한, 필사적인 생존 베팅을 한 셈입니다.



낡은 공식을 넘어, 새로운 길을 찾아서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저자는 과거의 성공 공식, 즉 ‘아파트 공화국’의 신화에 기댄 양적 공급만으로는 미래를 감당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프랑스 사회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지적했듯, 성장 시대에 유효했던 획일적인 주거 모델에서 벗어날 때가 왔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구체화됩니다.


먼저 ‘부동산’에서 ‘삶의 터전’으로, 주거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입니다. 더 이상 집을 평수와 가격으로만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경험과 가치, 공동체의 질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취향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정주 인구’의 함정에서 벗어난 ‘생활 인구’의 도입입니다. 인구 유출로 고민하는 지방 도시들이 주민등록상 인구를 늘리려는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관광, 업무(워케이션), 레저, 문화 교류 등 다양한 목적으로 지역에 머무는 ‘체류형 인구’를 늘려 도시의 활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제시합니다. 서핑을 즐기기 위해 강원도 양양을 찾는 젊은이들처럼, 각 지역이 가진 고유의 콘텐츠와 매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 스스로 차별화된 브랜딩 전략을 수립하고, 그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구 감소에 맞서는 유연한 사회 시스템 구축입니다. 저자는 스웨덴의 480일 유급 육아휴직이나 프랑스의 대가족 지원 정책처럼, 저출생의 근본 원인인 과도한 주거비와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포괄적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동시에, 피할 수 없는 노동력 부족에 대비해 AI와 로봇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고령층을 숙련된 노동력으로 재인식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다문화 및 외국인 인구에 대한 포용적 정책의 필요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합니다. 닫힌 문을 열지 않고서는 다가오는 파도를 막아낼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납니다.



마지막 경고, 그리고 우리의 선택


이 책은 친절한 위로나 달콤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불편할 정도로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경고등이 요란하게 울리는 비행기의 조종실에 앉아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고도를 높여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익숙한 경로를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기수를 돌려 ‘삶의 질’과 ‘균형 발전’이라는 낯선 항로를 택할 것인가. 선택은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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