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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내일의 식탁을 맛보다"

식량위기 극복과 미래의 식탁

by reading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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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식탁은 참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지구는 지금의 인구보다 훨씬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릴 만큼의 식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상의 어느 곳에서는 배고픔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기도 합니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쌀밥과 고기가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농업이 기후 변화 때문에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도, 풍요로운 식탁 이면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농업생물공학을 공부하고, 지난 20년간 CJ와 한화솔루션 같은 기업의 최전선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고민해 온 박진희 작가가 쓴 "내일의 식탁을 맛보다"를 읽어 보았습니다. 저자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자칫 기술적으로 어렵게 치우칠 수 있는 내용을 읽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줍니다. 많은 언론들을 통해 우리가 접했던 식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희망의 씨앗이 어디서 자라고 있는지를 차분히 보여줍니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한 과학자가 우리에게 건네는 진솔하고 사려 깊은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음식’의 개념을 부드럽게 확장시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고기란 무엇일까?’, ‘농사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까?’ 와 같은 흥미로운 질문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됩니다. 콩과 버섯으로 만든 고기도 ‘고기’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동물의 세포를 실험실에서 키워 얻은 고기는 어떤 맛을 낼까요? 저자는 정답을 강요하는 대신,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식물성 단백질이 3D 프린터와 만나 고기 특유의 식감을 되찾는 모습, 버섯의 가느다란 균사가 스스로 엮여 닭가슴살 같은 질감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놀랍고 신비롭기까지 합니다. 소와 닭을 키우지 않고도 미생물의 힘을 빌려 우유와 달걀 단백질을 얻는 ‘정밀 발효’ 기술 이야기는, 우리가 마주한 환경과 윤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합니다.


이 책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기술 자체에 대한 설명 너머에 있는 통찰 때문입니다. 저자는 푸드테크가 단순히 신기한 먹거리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기후 위기 속에서 지구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을 누리는 미래를 꿈꾸는 과정 그 자체라고 말이죠. 인공지능이 나의 건강 상태에 꼭 맞는 식단을 다정하게 추천해주고, 디지털 가상 기술이 미래에 닥칠지 모를 식량 위기에 미리 대비하는 모습은 공상 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닌,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온 현실입니다. 로봇이 힘든 일을 돕는 주방에서 인간은 더 창의적이고 즐겁게 요리를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변화는 결국 ‘더 나은 삶’이라는 따뜻한 목표를 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아직은 낯선 기술에 대한 두려움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남아있습니다. 작가 역시 이러한 고민들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넵니다. 미래의 식탁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관심과 상상, 그리고 작은 선택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것이라고요.


책장을 덮고 나면, 매일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일상적인 순간이 조금은 더 의미 있게 다가올지 모릅니다. 한 끼의 식사를 고르는 일이 곧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를 향한 소중한 발걸음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니까요. 과학의 언어로 쓰였지만 그 안에 따스한 인문학적 감수성을 품고 있는 이 책을,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아끼는 모든 분들께 조심스럽게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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