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래 달리도록 태어났다는 사실
저는 작년에 달리기에 입문했고, 그 매력에 빠져 오늘까지 꾸준히 달리고 있습니다. 불규칙한 생활과 식습관으로 인해 비대했던 몸은 달리기를 통해 다시 예전을 되찾았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달리기의 매력에 푹 빠져 계신가요? 그렇다면 오늘 제가 소개해 드릴 책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겁니다. 바로 크리스토퍼 맥두걸의 “본 투 런”입니다. 출간된 지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러닝 열풍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 이 책은 우리에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소중한 통찰들을 전달합니다.
우리는 달립니다.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다칩니다. 발목, 무릎, 고관절. 통증은 어느새 달리기의 즐거움을 앞지릅니다. 우리는 더 좋은 신발을 찾습니다. 더 푹신한 쿠션과 더 정교한 기술. 거대 스포츠 브랜드들은 발의 과학을 이야기하며 짧은 주기로 화려한 제품들을 쏟아냅니다. 하지만 저자는 묻습니다. 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신발을 신고 뛰는데도, 부상은 줄어들지 않는가?
“본 투 런”은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저자 자신의 지긋지긋한 발 부상에서 시작된 한 편의 위대한 추적기입니다. 그는 명쾌한 답을 찾기 위해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멕시코의 코퍼 캐니언 깊숙한 곳으로 떠납니다. 그곳에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달리기 부족이 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타라우마라족'과의 만남을 통해 달리기에 관하여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를 풀고자 합니다.
타라우마라족은 스스로를 ‘라라무리(Rarámuri)’, 즉, ‘달리는 사람들’이라 부릅니다. 얇은 가죽 샌들인 ‘와라체’ 하나를 신고, 옥수수 가루로 만든 음료 한 잔을 마실 뿐이지만 수백 킬로미터를 달립니다. 그들에게 달리기는 경쟁이나 훈련이 아닙니다. 생존 방식이고, 즐거운 놀이이며, 마을의 축제입니다. 놀랍게도 그들의 삶에는 현대인의 고질병인 비만, 당뇨, 심장 질환, 암, 우울증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타라우마라족의 삶을 통해 현대 러닝 문화의 허상을 날카롭게 파고듭니다. 값비싼 기능성 의류와 복잡한 훈련 계획, 칼로리 계산과 기록 단축에 대한 강박, 이 모든 것이 달리기의 본질을 잊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타라우마라족에게는 기록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달리는 행위 자체의 기쁨과 공동체의 유대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그들의 소박한 모습은 마치 거울과 같습니다. 화려한 장비로 무장한 채 러닝머신 위를 달리거나 아스팔트 위에서 기록과 싸우는 우리 자신을 비춥니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심오한 통찰은 바로 이것입니다. 인간은 본래 달리도록 태어났다는 것. 우리의 긴 아킬레스건, 짧은 발가락, 땀을 흘려 체온을 식히는 능력. 이 모든 신체적 특성은 인류가 수백만 년 동안 포식자를 피하고 사냥감을 쫓으며 살아남게 한 ‘오래달리기’의 위대한 유산입니다. 달리기는 인류를 살아남게 한 가장 원초적인 본능입니다. 모든 인간은 오래 달릴 수 있도록 진화했지만, 어느새 달리는 방법을 잊었을 뿐입니다.
본능을 따르는 길이 언제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책에 등장하는 극한의 울트라러너들은 말합니다. ‘고통을 친구 삼아라.’ 그들은 고통의 한계 속에서 오히려 순수한 희열을 발견합니다. 이것은 달리기가 단순한 육체의 활동을 넘어 정신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순간입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 그 안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저자는 타라우마라족의 달리기 비결이 기술이나 장비가 아닌 ‘사랑’에 있다고 말합니다. 달리기에 대한 사랑,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삶 자체에 대한 사랑. 그 마음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최근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러닝의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공원마다, 강변마다, 그리고 수많은 마라톤 대회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땀 흘려 달립니다. 건강, 다이어트, 성취감. 모두 소중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본 투 런”은 그 너머를 보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었던 달리기의 즐거움을 되찾고, 거대 기업의 마케팅에 휘둘리지 말며, 당신의 몸이 하는 이야기에 먼저 귀 기울이라고 속삭입니다. 당신의 발은 이미 완벽하게 달리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푹신한 쿠션이 그 오래된 기억을 빼앗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아쉽게도 이 책은 대부분의 서점에서 절판되었습니다. 저도 도서관에서 구해 읽었는데요. 재출간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