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기, 안 하기
아이를 품는 시간은 나를 버리는 시간이다.
여태껏 하던 것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일이다.
'엄마'라고 불러나 봤지, '엄마'에 대해 뭣도 모르는 한 인간이 엄마로 거듭나기 위해 탈피를 하는 시간이라고 할까? 익숙한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몇 일전 지인의 아들이 새 생명을 기다리며 고기보다 야채를 많이 먹고, 좋은 것만 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맞다. 건강을 잘 보살피고, 몸을 잘 지켜야 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나에게 생명을 의지하고, 온전히 나만 바라보며 세상을 배워가는 아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무겁고 숭고한 짐을 지기 위해 잘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태교에 좋다는 것들. 예쁘고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먹고, 똑똑한 아이가 태어나게 하려고 안 읽던 책까지 읽는다. 갑자기 수학 공부도 해보고, 음악도 들어본다. 배 속에 아이가 평안하게 자라도록 몸을 바르게 누이고 긴장을 풀어보기도 한다. 암튼 좋다는 것은 다한다. 좋은 것은 잘~~하고, 나쁜 것은 안 해야 한다.
술을 먹어서도 안 된다. 커피를 마셔셔도 안 된다. 공기가 나쁜 곳에 가서도 안 되고, 즐기던 운동도 절제하고 적당히 해야한다. 음.... 나랑은 거리가 먼 곳이지만 클럽 같은 곳에 가서도 안 된다. 몸 바쳐 열심히 하던 일도 줄여야 한다. 매사에 조심조심해야 한다.
'조심조심'은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매우 마음을 쓰는 모양을 표현하는 말이다. 엄마는 아이를 위해 조심조심한다. 고운 아이가 태어나도록 몸과 마음과 말과 행동에 온통 마음을 쓴다. 배 속에 있을 때만 그럴까. 아니다. "아이는 엄마의 말이 아니라,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무서워 자라는 아이 앞에서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애를 쓴다. 엄마의 삶은 조심조심으로 시작하여 조심조심으로 이어진다. 행여사춘기 아이가 잘못 자랄까 조심조심 눈치를 보고, 다 자란 자녀가 세상에서 험한 일을 당할까 걱정하며 조심조심 눈치를 보고 잔소리를 한다. 정한수를 떠놓고 조심조심 기도를 하고, 교회로 달려가 조심조심 기도를 한다. 숨가쁘게 절에 올라가 아픈 무릎을 부여잡고 조심조심 백팔배를 한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 잘못하다 다쳐서 아이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조심조심 걷고, 조심조심 먹고, 조심조심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그러니 엄마의 조심조심은 모두 아이를 위한 조심조심.
엄마가 보고 싶다. 뭐든 나를 위해 잘 하고, 나를 위해 안 하시며, 조심조심 사셨던 엄마가 보고 싶다.